타임머신

나는 타임머신을 탄다.

과거 어느 순간으로 가 있다.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여기’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그때-거기’에 존재하고 있으니까.


타임머신을 타면 때로 눈물이 났다.

‘그때-거기’서 아파하는 어린 ‘나’가 애처로워서.

내 타임머신은 ‘그때-거기’의 ‘나’를 만나게 해준다.


타임머신을 타고 또 눈물이 났다.

‘나’를 만나서 흘린 눈물이 아니었다.

‘그때-거기’의 애처로운 ‘너’를 만나서 흘린 눈물이었다.


내 타임머신의 성능이 좋아진 걸까?

‘너’의 ‘그때-거기’로 까지 여행할 수 있게 된 것일까?

내 타임머신은 좋아지지 않았다.


영원히 만나지 않을 것 같은 두 선이

미묘한 변화들로 교차될 때가 있다.

그렇게 하나의 선이 나머지를 품을 때가 있다.


‘너’의 선과 ‘나’의 선이 교차되었다.

‘너’의 삶이 ‘나’의 삶으로 들어왔다.


훌쩍 늙어버린 아버지를 바라보며 눈물 흘리던 ‘너’의 옆

‘그때-거기’서 눈물이 났던 것도 그래서였다.

‘지금-여기’서 눈물이 희망인 것도 그래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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