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쁜 호흡으로 일상을 산다. 그 가쁜 호흡의 일상마저 멈춰 세우는 미소가 있다. 가끔 그런 미소를 만나게 된다. 너무 맑고 밝아서 자신 역시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미소. 그런 미소를 만났다. 가쁜 호흡으로 운동을 하고 있을 때 모든 것을 멈추고 한 동안 그 미소를 바라 보았다. 나 역시 사진 속 그 미소를 따라 미소 짓고 있었다. 하지만 미소 짓는 표정과 달리 이내 내 마음에 묘한 일렁임이 일었다.
미소와 함께 뭉클함이 함께 찾아왔다. 이유를 안다. 미소를 짓는 친구는 제자다. 글쓰기 수업을 듣고 있는 제자. 그 친구는 용기를 내어, 나에게 자신의 삶을 보여주었다. 어떤 이의 삶이 고되지 않고 아프지 않을까마는, 그녀의 삶은 유독 상처가 많았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친구 삶의 짙은 고됨과 깊은 상처에 대해 쉬이 해줄 말이 없었던 까닭이다. 그저 침묵으로 지나온 삶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밖에.
맑고 밝은 미소에 내 마음도 맑고 밝아졌다. 하지만 이내 그 미소 뒤에 그녀의 삶이 비쳐보였다. 내 마음은 그래서 일렁였던 게다. 사진을 보내주어 고맙다는 말에 그 친구는 답했다. “저 사진보고 저도 낯설었어요.” 뭉클한 일렁임은 먹먹함이 되었다. 왜 그녀라고 저리 웃고 싶지 않았을까? 고되고 아픈 삶을 견뎌내느라 너무 오랜 시간 잃어버렸던 미소가 어찌 낯설지 않을 수 있을까. 먹먹했다.
저리도 행복한 미소가 있었는데, 그걸 이제야 보았다. 그 친구도 나도. 그 미소가 낯설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선생의 마음을 읽었던 걸까? 그 친구는 내게 말했다. “선생님, 감사해요. 저 모습이 자연스러운 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 친구가 남겨준 기쁨, 뭉클함, 먹먹함, 대견함이 지나간 자리에 서 있다. 밝아서 슬픈 미소가 지나간 자리에 서 있다. 바람이 생겼다. 그녀가 자신의 맑고 밝은 미소를 낯설어하지 않기를. 그 미소가 내게 슬퍼 보이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