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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목적없이 살기!

'오늘' 그리고 '지금'을 사는 법

자본주의는 언제나 행복한 미래라는 환상을 보여준다.


자본주의는 언제나 행복한 미래라는 환상을 보여준다. ‘지금 돈을 모으면 다음 달에 자동차를 살 수 있다’고 말하고, ‘지금 적금을 들면 몇 년 후에는 집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소비사회는 집요하게 오늘의 희생을 강요한다. 이런 사회에 노출된 우리로서 ‘지금·오늘’을 살아낸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미래’에 행복을 위해 적금을 들고, 저축을 하며 산다. 이런 상황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오늘’ 행복하기 위해 식사하고 영화보고 여행하는 소비 앞에 불안하지 않을 사람은 드물 테다.


 그렇다면 이제 ‘지금’ 그리고 ‘오늘’을 살아낼 수 있는 실천적 방안을 이야기해보자. 간명하다. 그것은 목적 없이 사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언젠가부터 목적, 목표 없이 어떤 일을 해본 적이 없다. 아니 목적 없이 하는 일은 쓸데없는 일이라거나 시간 낭비라고 생각해왔다. 학창시절 공부를 그렇게도 열심히 했던 이유는 대학을 가기 위해였고, 대학시절 그리도 영어를 열심히 공부했던 이유 역시 취업을 하기 위해서였다. 취업을 해서도 마찬가지다. 직장을 다니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니까.


 매순간 하는 모든 일에 목적이 있다. 심지어 이제는 휴식조차도 ‘재충전’이란 단어로 대체되었다. 휴식마저도 다시 일을 하기 위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과정이 되어버린 게다. 목적 없이 그저 자신을 내버려 둘 수 있는 유일한 일인 휴식마저도 이제 목적이 생겨버린 셈이다. 나름 성공한 창업자가 내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인간이 불행해지는 이유는 목적이나 목표가 사라졌을 때야!” 그리고 그는 “자신이 목적한바 이루었다면 재빨리 다음 목표를 설정해야 해”고 말했다. 그때 내가 느낀 답답함이란 정말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삶의 불행은 목표가 없을 때가 아니라 목표달성을 위해 질주할 때 발생한다.

  

삶의 불행은 목적이나 목표가 없어졌을 때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오직 특정한 목적이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끝없이 질주할 때 발생한다. 이 당연한 삶의 진실을 왜 그토록 많은 사람이 잊고 있는 걸까? 인간은 자신다운 삶에 다가가는 만큼 더 행복해지는 존재다. 행복하고 싶다면 자신만의 삶의 방향, 속도, 리듬을 알아야 한다. 자신만의 삶의 방향을 향해 자신만의 속도와 리듬으로 걸어가는 것이 바로 행복이다. 누군가는 그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 방향이 바로 누군가에게는 목적이나 목표가 되는 것 아니냐고. 아쉽지만 아니다.


 우리가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을 정직하게 되돌아보자. 대체로 그것은 돈, 명예, 명성 같은 것일 테다. 이런 것은 자신이 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사랑받고 칭찬받을 받을 만한 누군가가 되는 것일 뿐이다. 세상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목적, 목표에 진짜 자신의 모습은 없다. 그러니 유능했던 사람들이 목적했던 바를 이루게 되면 슬럼프를 겪거나 방황하게 되는 것일 테다. 그 유능했던 사람들은 그 슬럼프가 싫어 재빨리 또 다시 목적과 목표를 세우는 것일 테다. 동서고금의 지혜로웠던 사람들은 모두 목적, 목표를 따르는 삶을 살지 않았다. 다들 자신의 깊은 욕망의 끌림에 따라 자신만의 속도와 리듬으로 그저 하루를 즐겁게 채웠을 뿐이다.


목적 없이 살기!


소비사회에서 탈출하고 싶다면, ‘지금·오늘’을 살아내고 싶다면, 목적 없이 사는 연습을 해야 한다. 분명 이것은 연습이 필요하다. 지금은 목적 없이 사는 것은 무책임하고 방탕한 것이라는 시선이 가득 찬 시대니까. 물론 안다. 당장 모든 목적, 목표를 모두 벗어던지고 살 수 없다는 거. 그러니 욕심 낼 필요는 없다. 한 걸음이면 충분하다. 지금의 목적, 목표 달성을 위해 점철된 삶에서 조금이라도 목적 없이 살 수 있는 삶의 영역을 확보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작고 사소한 것부터 시작하자.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만나는 직장 동료, 거래처 사람 대신 아무런 목적 없이 누군가를 만나보는 것은 어떤가? 갑자기 생각나는 친구에게 연락해 밥을 먹자고 하는 것도 좋다. 또 주말 하루쯤은 아무런 약속도 아무런 목적지도 정하지 않은 채 집을 나서는 것은 어떤가? 그렇게 발길 닿는 대로 목적 없이 살 수 있도록 잠시 우리를 놓아두자. 영어공부를 위해, 자격증을 따기 위해 서점을 가지 말고, 하루쯤은 그냥 아무 목적 없이 서점을 어슬렁거리자. 먼지 덮인 책 한권이 보인다면 아무 페이지나 넘겨 읽어 나가자. 그렇게 우리에게 거머리처럼 집요하게 들러붙은 목적, 목표로부터 잠시 떨어지자.


 그렇게 목적 없는 삶의 영역을 넓혀 나갈 때, 뜻하지 않는 행운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무 목적 없이 만난 친구를 통해 새로운 삶의 시선을 배울 수도 있고, 일요일 아침 발길 닿는 대로 움직이다보면 늘 지나쳐 왔던 거리에서 전혀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또 목적 없이 들렸던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한 권의 책을 통해 전혀 다른 삶이 펼쳐질지 누가 알겠는가? 이런 새로운 경험을 통해 ‘미래·내일’이 아니라 ‘현재·오늘’을 살아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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