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목표를 위해 사람들이 모인 곳에 '사람'은 없다.
지옥에는 '사람'이 살지 못하는 까닭이다. s.spinoza
'표괴물'은 이제 시대를 역행하는 것만 같았다. 심지어 직급 호칭제도가 부활했다. OO님으로 부르던 '님'문화에서 과장님, 차장님 등의 '직급'문화가 생겨났다. 직급만 높고 성과가 낮은 직원을 발라내기 위한 계책인 것처럼 보였다. 나는 전략팀 소속이었기에 이런 상황들을 옆에서 지켜보며 부사장 소속 동료들을 위로했다. 그리고 그가 대표가 되면서 다양한 문제점들이 피부로 와닿았다.
가장 큰 문제는 ‘의견’을 내는 문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담당한 프로젝트가 있었다. 방송사와 협업하는 프로젝트였다. 회사입장에서 손해날것이 없고 오히려 큰 임팩트를 가지고올 수 있는 건이었다. 해당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보고를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공고롭게도 옆팀 팀장에게 그 보고를 해야했다. (당시 우리 팀장이 이미 퇴사했기 때문에 옆팀 팀장이 우리팀장을 겸직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열심히 설명했고 팀원들 모두 너무 좋아했다.
문제는 그 옆팀 팀장의 태도였다. 온갖 이유를 들며 보고를 못할것 같다는 늬앙스를 주었다. 허탈해하며 '그럼 내가 직접하겠다'고 대표를 찾아갔다. 대표 바로 밑 사람이 '정해진 보고 라인의 절차를 밟아달라'고 했다. 망할 보고 하나를 못하고 일주일이 지났다. 화가 많이 났다. 하지만 그 프로젝트를 그냥 흐지부지 되게 둘 순 없었다. 퇴사를 앞두었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다.
우여곡절을 겪고 마지막 프로젝트 실행 승인이 났다. 안도의 한 숨을 내쉴 때 즈음, 주변 사람들로부터 씁쓸한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쟤는 퇴사하는 애가 그냥 조용히 나갈것이지 왜 이렇게 상황을 곤란하게 하냐” 이렇게 변해가는 조직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한 사람(새로운 대표)의 비인간적인 혹은 시대착오적인 속성이 유일한 문제는 아니었다.
그 영향으로 직원들은 변해가고 있었다. 그 팀장님은 아마도 원래 그런분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 팀장도 상황에 맞춰 변한 것일 뿐이다. 수동적으로, 감정없이, 웃음없이, 재미없이, 돈은 주니까 시키는대로 일정을 맞추고 일을 해내는 기계처럼. 그런 변화의 과정에서, ‘전략’에 별 관심이 없는 대표는 전략팀 인원을 절반 이상 줄여 다른 팀으로 발령냈다.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이렇게 빨리올지 몰랐다. 11년을 직장인으로 일했다. 나는 그 삶을 긍정했다. 자유인으로서의 삶 또한 ‘인정’, ‘존중’, ‘긍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그 삶으로 들어갈 자신은 없었다. 찬찬히 생각해보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내 감정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해보고 싶었다. 천천히. 차근히.
- 철학흥신소 비밀 요원.
- 철학흥신소 대표 눈물 생성기(자기 혼자 이야기하다가 울음, 한이 많은 가봄)
- 어린 시절 꿈이 월급쟁이임.
- 세 번 이직 끝에 꿈의 회사(표괴물)를 찾았음.
- 하지만 거기도 지옥이 되어서 퇴사했음
-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자유인이 됨.
- 철학흥신소에서 '월급쟁이 마인드' 재활 중 (자유인으로 재활될지 모르겠음)
- 현재, 인생의 공백을 견뎌보고 있음
- 그림을 그리며 영상을 만들고 있음
- 악플은 여기로
(https://www.instagram.com/p/B0SgRENHd66/?igshid=tz9p1nm0es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