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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시작은,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이들을 떠나보내는 것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너의 질투심과 반감, 피해의식. 그리고 그 지독히도 자기중심적인 태도에서 예감했었다. 언젠가 우리의 관계가 끊어질 것임을. 그 슬픈 파국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 너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배려했다. 너의 그 악취 나는 질투심, 반감, 피해의식, 나르시시즘이 옅어져 갈 거라고 기대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너는 나의 사랑과 배려를 깎아 내렸다. 아니 오히려 더 은밀한 방식으로 더 큰 시기와 질투, 반감을 내게 되돌려주었다. 그렇게 너는 나라는 존재 자체를 깎아 내리려 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나를 향하던 너의 시기와 질투심, 반감이 뒤엉킨 눈빛은 긴 시간 내게 상처가 되었다. 그것마저 알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을 알고도 주제넘게 너를 보듬으려했다. 그래서 내가 더 지친 것이겠지.


 후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저 더 사랑하고 더 배려하면 된다는 나의 믿음이 애초에 순진했던 걸까. 너를 믿고 묵묵히 기다려주려 했던 것이 잘못이었을까. 차라리 이런저런 잔소리를 해대었어야 했나. 그렇게라도, 네게 해주어야 했을 이야기들을 해주어야했나. 그렇게 했더라면, 길었던 만큼 소중했던 우리의 관계가 계속 이어질 수 있었을까?


 같이 했던 시간만큼 후회는 끊이지 않았다. 후회로 며칠을 보냈다. 며칠을 고민한 뒤에 안다. 너를 위해, 우리를 위해 잔소리를 했다면, 우리의 관계는 더 빨리 더 비극적인 파국을 맞았겠지. 너의 그 지독한 질투심, 반감, 피해의식, 나르시시즘이 그걸 용납했을 리 없지. 너는 항상 너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이니까. 긴 후회의 시간은, 어떤 경우에도 후회는 의미 없는 일임을 새삼 알게 해주었을 뿐이다.


 해줄 말이 너무 많다. 하지만 하지 않겠다. 이제 너에 대한 애정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애정이 없는 말은 아무리 좋은 단어로 포장한다 해도 서로에게 상처만 남기는 폭력이다. 너에게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은 너에 대한 나의 마지막 배려다. 15년이라는 시간. 좋은 기억은 좋은 기억대로, 나쁜 기억은 나쁜 기억대로 마음에 묻는다. 너는 이제 너의 길을 가라. 나는 이제 나의 길을 간다. 우리는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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