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하자. 너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인 것 같아.”
지쳐버려서 덤덤한 표정으로 말하는 그녀의 표정에서 이별을 되돌릴 수 없음을 직감했습니다. 정말 거짓말처럼, 그 순간부터 그녀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영화필름을 거꾸로 되돌리듯 머릿속을 스쳐지나갔어요. 거꾸로 되돌리는 필름이 그녀를 처음 만났던 순간에서 끝났을 때 알게 되었어요. 내가 그녀를 지치게 한 이유와 내가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인 이유를 말이죠.
그녀를 만나면서 저는 항상 제멋대로였죠. 약속시간에 늦는 것은 예사였고, 데이트하기로 한 약속도 일방적으로 취소하기도 했죠. “술 마시는 건 괜찮은데, 걱정되니까 전화 한통만 꼭 해죠”하는 그녀의 당부에도, 저는 연락 한번 없이 밤새 술을 마시곤 했죠. 그 모든 일들이 그녀에게 가끔 미안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이별을 불러올 만큼의 큰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아니 어쩌면, 저는 그 모든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었는지도 모르겠어요.
때늦은 후회하며 자책을 했어요. 그리고 왜 내가 그런 망나니가 되었는지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았어요. 그리고 알게 되었어요. 그건, 그녀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자주 해주었던 이야기 때문이었어요. “난 네가 원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 그녀는 항상 제게 따뜻한 표정으로 말해주었어요. 어머니에게도 받아보지 못했던 깊은 사랑을 그녀에게 받았어요. 철이 없던 저는, 그 깊은 사랑을 이렇게 해석했었어요. “내 마음대로 해도 되겠구나!”
그것이 내가 그녀를 지치게 한 이유고, 내가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인 이유였어요. 우리를 사랑해주는 사람은 우리를 자유롭게 하죠. 그것이 사랑을 주는 이에게 방종을 행하는 이유일 거예요. 자유와 방종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것은 우리의 오랜 습관이니까요. 자유와 방종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역설적이게도. 자유는 부자유에서 오고, 방종은 자유에서 와요.
사랑하는 마음으로 우리에게 자유를 준 이들 앞에서 한 없이 부자유하려는 마음. 이것이 진정한 자유로움이죠. 방종은 우리에게 사랑을 준 이들 앞에서만 한 없이 자유롭게 행동하려는 마음이죠. 그런 측면에서 방종은 비겁함일 거예요. 권력으로 억압하려는 이들 앞에서는 무서워서 복종하고, 사랑으로 자유를 주려는 이들 앞에서만 제 멋대로 하려는 것이니까요. 방종은 사랑받을 자격 없음을 증명해요.
우리가 가장 소중히 대해야 하는 사람은 우리에게 자유를 주려고 하는 사람들이에요. 우리가 가장 부자유(섬세하고 조심스럽게)하게 대해야 하는 사람은, “네가 자유롭게 살았으면 좋겠어.” 라고 말하는 사람일 거예요. 바로 그 사람이 우리를 사랑해주는 사람이니까요. 과거 저와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마세요. 사랑을 주려는 이들을 함부로 대하는 실수. 함부로 대하고 있음조차 자각조차 하지 못하는 실수. 깊은 사랑을 주는 사람은 못되더라도, 사랑 받을 자격마저 잃어버린 사람은 되지 마세요.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있다면, 그 사람들도 소중히 대해야 해요. 사랑과 자유를 주려는 애를 쓰는 이들을 지치게 해서는 안 되죠. 너무 늦지 않게 깨달아야 할 사실이 있어요. 사람도, 사랑도 무한히 계속되지 않음을.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은 결국 사랑받지 못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