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성’과 ‘외향성’은 소심함과 아무 관련이 없다.
‘외향성’과 ‘내향성’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성향 중 한 단면일 뿐이다. 이것은 소심함과 아무 관련이 없다. 흔히 내향적인 이들은 소심하고, 외향적인 이들은 담대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는 억측이고 편견일 뿐이다. 그것이 왜 억측이고 편견인지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외향적인 이들 중 소심한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내향적인 이들 중 담대한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살펴보면 되니까 말이다.
‘인엽’은 외향적이다. 사람들과 어울려 왁자지껄하게 회식하는 것을 좋아했고, 낯선 사람과 상황을 만나는 것을 편안해 했고, 잔 실수는 있지만 업무처리는 늘 신속했다. ‘인엽’은 외향적인 이들 중에서 외향적인 편이다. 하지만 그는 아주 소심하다. ‘인엽’은 자신의 업무 실수에 대해서 상사들에게 핀잔이나 잔소리를 들을 때면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해진다. 하지만 정작 상사에게는 아무 말도 따져 묻지 못한다. 대신 애꿎은 후배나 협력업체 사람에게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낸다. ‘인엽’은 강자에게는 아무 말 못하고 약자들에게 자신의 분노를 해소한다.
‘인엽’은 항상 입버릇처럼 “이 놈의 직장 곧 때려치우고 내 사업을 해야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그는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그럴만한 강단도 없다. 그는 외향적이지만 소심하다. 외향적이면서 소심한 사람들의 특징이 하나 있다. 자신의 소심함을 들키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노력한다는 점이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커피를 마시면, 몰래 영수증을 챙겨 다시 카페로 들어가 쿠폰에 도장을 받아온다. 이처럼 외향적인 사람 중에도 소심한 사람들은 많다.
‘선욱’은 내향적이다. 혼자 음악을 듣고 등산하는 것을 좋아 하고, 친밀한 소수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즐긴다. 그는 그런 내향적인 성격 탓에 대기업 생활이 늘 불편해했다. 그는 묵묵히 몇 해를 준비해 지금은 시골 한적한 곳에서 목공예 공방을 차려 자신에게 어울리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는 내향적이지만 전혀 소심하지 않았다. 그가 직장을 그만두려 했을 때, 수많은 이들이 ‘아직은 때가 아니야’라는 회유와 ‘그만두면 굶어죽어!’라는 협박을 했다.
하지만 그는 때가 되었을 때,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의연하게 사표를 쓰고 자신의 길을 갔다. ‘선욱’의 주변의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며 적잖이 놀랐다. 그들은 평소 차분하고 조용한 그가 소심한 사람일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선욱’은 내향적이지만 담대하다. 그는 자신이 처한 삶의 조건을 직시하며, 주어진 삶의 문제를 강단 있게 헤쳐 나가려는 담대한 사람이다. 이처럼 내향적이지만 담대한 이들도 적지 않게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