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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선과 뫼비우스

나선은 둘이다.

바로 선 나선과 뒤집힌 나선.

따라 걸으면 상승하는 나선.

따라 걸으면 하강하는 나선.


나선은 어렵지 않다.

바로 선 나선은 거침없이 따라가면 된다.

뒤집힌 나선은 단호하게 내려서면 된다.


뫼비우스가 있다.

안과 밖을 구분할 수 없다.

분명 안이었는데, 따라 걸으면 어느 순간 밖이다.

분명 밖이었는데, 따라 걸으면 어느 순간 안이다.


뫼비우스는 고통의 미궁이다.

기쁨과 슬픔이 뒤엉켜 빠져나올 수 없게 된 미궁.

이 미궁에 빠져 배회하다보면

기쁨 사이에 슬픔을 선명해지고 슬픔 사이에 기쁨은 점차 사라진다.


뫼비우스라는 미궁을 어떻게 빠져 나올 수 있을까?

아리아드네의 실과 고르디아스의 매듭.

안과 밖이 어디서 뒤집혔는지 알면 빠져 나올 수 있을까?

안과 밖이 구분되지 않게 하면 빠져 나올 수 있을까?


남겨진 것은 실과 매듭 밖에 없다.

실은 살이 찢고 있고, 매듭은 목을 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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