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말바우시장의 반반이를 아시나요?

광주 말바우시장, 초원팥죽의 반반이 팥죽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음부터 설렌다. 인정 넘치는 말바우시장을 누비고 나면 양손에는 검정 비닐 백이 주렁주렁 달린다. 장도 봤으니 시장에서 소문난 반반이 팥죽을 먹으러 가볼까. 새알심이 동동 뜬 동지팥죽을 먹을까, 쫀득한 팥칼국수를 먹을까. 말바우시장의 반반이는 누구나 사랑할 수밖에 없는 팥죽 맛을 선물한다. 이 겨울, 궁극의 팥죽 맛이 여기 있다.       


동지팥죽에 넣는 새알심은 찹쌀과 멥쌀의 정확한 비율로 쫀득함을 찾았다


광주 말바우시장 이야기

광주 말바우 시장은 매달 2, 4, 7, 9일에 12번 열리는 장이다. 담양, 곡성, 장성, 화순, 순창 등 주변에서 농민들이 직접 키운 농산물을 가져와 파는 전통 직거래 장터다. 농민이 직접 소규모로 정성스레 키운 것들이다 보니 특별한 농산물이 많다. 다른 시장에서 구하기 힘든 약초나 토종생강, 울금, 함초 등 신선한 약재를 구할 수 있다. 


장날 풍경은 활력이 넘친다


1960년대 무렵 형성되기 시작해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번창했다는 말바우 시장은 지금도 옛 시골장의 모습을 가진 전통시장이다. 할머니들이 직접 키운 농작물을 조금씩 내다 팔고 있어서 할머니 길이라 불리는 골목길 장터도 있다. 고단한 농사에 거칠어진 손으로 깔끔하게 손질해놓은 채소를 보면 안 사고 못 배길 만큼 싱싱하고 얌전하다. 덤으로 받는 풋고추 몇 개에 미소가 오가는 것도 시골 장터의 미덕이다.  

말바우시장이라는 정겨운 이름은 옛 장터에 있던 바위에서 유래한다. 김덕령 장군의 천리마가 바위에 발굽을 힘차게 내디뎠는데, 발굽 모양으로 발자국이 찍혀서 그 바위를 말바우라고 불렀다. 또 하나는 옛 장터에 말처럼 큰 바위가 있었는데, 아이들이 바위에 걸터앉아 말 타는 시늉을 하며 놀았다고 해서 말바우로 불렸다는 이야기다. 안타깝게도 두 개의 바위는 지금 남아있지 않다. 


녹두가 구수하게 씹히는 초원팥죽의 반반이 팥죽


말바우시장에 가면 팥죽을 먹어야 하는 이유

말바우시장으로 들어서는 입구는 여러 군데가 있는데, 길목마다 특이하게 팥죽 집이 눈에 띈다. 점심때 맞춰 할머니 장터골목을 지났다면 이미 눈치를 채야 한다.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새알심이 동동 뜬 동지팥죽을 드시고 있다는 것. 연기가 폴폴 나는 먹음직스러운 팥죽을 보고 나면 나도 모르게 팥죽집을 찾느라 두리번거리게 된다. 


초원팥죽의 대표메뉴, 반반이


시장 안쪽에 있는 '초원팥죽'은 말바우5길에 있는데, 제1주차장 골목으로 들어가서 농협을 지나고 순대집과 씨앗 집과 닭집을 지나야 나타난다. 말바우 시장에 제일 먼저 생겼다는 '매일팥죽'은 '초원팥죽'으로 가는 길, 말바우2길에서 만난다. '매일팥죽'집에도 손님이  북적거리고 있다. 똑같은 팥죽이어도 각자 자기 입에 맞는 팥죽이 있는 것.  


초원팥죽 전경


초원팥죽은 노부부가 오랜 세월 운영하는 10평 남짓한 작은 가게다. 여름메뉴인 콩물 국수 말고 팥죽과 반반이, 동지죽, 바지락 칼국수뿐, 메뉴도 단출하다. 말랑한 새알심이 들어간 동지죽도 먹고 싶고 쫄깃한 칼국수가 들어간 팥죽도 먹고 싶은, 결정 장애 손님들을 위해 주인장은 반반이라는 메뉴를 만들었다. 초원팥죽에는 대부분 단골들이 멀리서 찾아와 안부부터 묻는 게 일상이다. 

비타민 B1이 특히 많고 식이섬유와 칼륨이 많아 붓기를 빼는 데 좋은 팥은 먹고 나면 사람에 따라 속 쓰림이 있는데, 초원팥죽에서는 삶은 녹두를 고명으로 뿌려준다. 팥죽을 먹고 속 쓰림을 느끼는 이들을 위한 배려다. 그것뿐 아니라 국산 팥은 삶아 체에 밭쳐서 껍질을 걸러내고 부드러운 앙금을 만들어 비법의 과정을 거쳐 속이 편안한 팥죽을 만든다. 4,000원이라는 착한 가격은 가을 팥 수확 철에 창평이나 남평으로 직접 가서 1년 치 국산 팥을 구매하여 원가를 낮추는 덕분에 유지하고 있다.      


초원팥죽의 대표메뉴, 반반이


안주인은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직접 만든 팥앙금을 덜어 끓이는데, 뜨거운 불에서 쉬지 않고 국자를 저어 부드러운 팥죽을 만든다. 반반이를 원하는 손님에겐 일찌감치 칼국수를 넣고 끓이다 새알심을 넣어주고 동지팥죽을 원하는 손님에겐 새알심만 넣어 쫄깃하게 끓여낸다.

식탁에는 소금과 설탕이 담긴 그릇이 보인다. 소금 약간과 설탕을 듬뿍 넣으면 달콤한 팥죽의 매력에 수저를 놓을 수 없다. 팥죽의 소화를 돕는데, 무가 좋다고 해서 새콤하게 익은 무김치가 나온다. 새콤하게 무쳐낸 미역초무침도 자꾸만 젓가락이 갈 만큼 상큼하다. 장날이 아니어도 상시 문을 연다니, 맛있는 팥죽을 먹을 수 있어 다행이다.  

영업시간 7:00-19:00(장날), 09;00-19:00, 매월 15일과 30일, 명절 휴무(전화확인요망)


말바우 시장의 명물인 족발


장날에는 역시 뜨끈한 국밥이다. 말바우시장에는 국밥집이 꽤 많은데, 자라봉 국밥도 유명하다. 국밥집으로 들어서는데, 눈길은 족발로 간다. 직접 손질해서 씨간장에 조려낸 족발은 뜨거운 간장냄비에서 건져내기가 무섭게 팔려나간다.  간장과 생강, 계피 등 들어가는 재료에 비해 깊은 맛이 나는 이유는 20년 넘도록 끓이고 있는 씨간장 덕분이다. 8천 원짜리 미니 족발을 시키면 국밥 국물이 따라 나와 공깃밥을 추가해서 먹으면 한 끼가 거뜬하게 해결된다. 껍질부위가 많은 미니 족발은 쫀득한 식감을 좋아하는 콜라겐 마니아들이 열광할 만큼 맛있다. 새콤한 초고추장에 찍어먹으면 개운하고 깔끔하다.  


20년 이상 된 씨간장의 깊은 맛으로 조려내는 족발


<여행정보>

말바우시장 / 광주 북구 서방로81길 27 / 062-262-4082

초원팥죽 / 광주 북구 서방로73번길 21 / 062-261-4125

자라봉국밥 / 광주 북구 동문대로97번길 8 / 062-269-330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