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뜻밖의 힐링, 화암사로 가는 길

전북 완주 화암사

완주 화암사로 가는 숲길은 녹음 무성한 여름에 걷기 좋다. 시인이 사랑한 ‘잘 늙은 절, 한 채’ 화암사는 불명산 산자락에 있다. 절집으로 가는 길엔 번듯한 일주문 대신 울창하고 속 깊은 참나무 숲 그늘이 이어진다. 시원한 계곡과 벼랑을 지나 울퉁불퉁 산길을 오르다 보면 왜 시인이 이 절집을 숨겨두고 싶었을지 상상이 된다. 화암사에서 만난 뜻밖의 힐링은 깊은 산 치유의 맑은 공기와 위안의 새소리, 물소리 들으며 걷는 트레킹이다.

      

치유와 위안의 힐링 트레킹, 화암사 가는 길



화암사에서 뜻밖의 힐링 트레킹을 만나다  

“인간세 바깥에 있는 줄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나를 미워하는지 턱 돌아앉아 곁눈질 한 번 보내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화암사를 찾아가기로 하였습니다. <중략> 잘 늙은 절 한 채, 그 절집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 그 절집 형체도 이름도 없어지고 구름의 어깨를 치고 가는 불명산 능선 한 자락 같은 참회가 가슴을 때리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세상의 뒤를 그저 쫓아다니기만 하였습니다. 화암사, 내 사랑 찾아가는 길을 굳이 알려주지는 않으렵니다.”- 안도현 <화암사, 내 사랑, 1997>    


화암사 입구에 서있는 팻말


‘잘 늙은 절집 한 채’ 화암사는 김제 금산사의 말사이다. 화암사로 오르는 길 주차장 건너편에 연화 공주 정원이 있다. 바위에 핀 꽃이라는 뜻을 가진 화암사는 연화 공주의 전설에서 유래했다. 불치병을 앓고 있던 공주 때문에 시름에 빠진 왕은 어느 날 부처에게서 연꽃을 받는 꿈을 꾸게 된다. 한겨울에 연꽃을 찾아낸 곳은 깊은 산골이었는데 공주가 그 연꽃을 먹고 병이 낫자 감복한 왕은 그곳에 절을 세우고 화암사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화암사의 정확한 창건 시기에 대한 기록은 없으며 신라 문무왕 이전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화암사에 다다르면 가장 먼저 만나는 우화루_완주군 사진제공 

      

화암사꽃비 내리는 누각에서 기다리다

절 입구 숲길에서 화암사까지 가는 길은 30분 남짓이다. 나무 그늘이 어둑어둑한 숲길을 걸어 좁은 협곡을 따라 벼랑과 바위를 지나고 작은 폭포를 지나 가파른 철 계단을 오르는 길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 그럼에도 화암사로 떠나는 여행은 목적지인 화암사로 가는 그 숲길에 묘미가 있다. 오르다가 힘이 들면 시원한 바위에 앉아 한걸음 쉬어가면 된다. 다만 사찰 개방 시간이 동절기 오후 5시, 하절기 오후 5시 30분까지라는 걸 염두에 둘 것. 산속은 일찍 어두워지기 때문에 사찰을 여유롭게 돌아보려면 시간을 넉넉하게 잡는 것이 안전하다.



보물 제 662호로 지정된 우화루_완주군 사진제공


      

화암사에 도착하여 가장 먼저 만나는 건축물은 보물 제662호로 지정된 우화루(雨花樓)다. 조선 광해군 3년(1611)에 세워졌으며 ‘꽃비가 내리는 누각’이라는 이름을 가진 멋스러운 건축물이다. 절 입구에서 보면 기둥으로 받친 2층이지만 경내에서 보면 2층 마루가 땅과 같은 높이에 있어 단층 건축물이다. 절에 큰 행사가 있을 때 사용하는 공간으로 평소에는 개방하지 않는다. 



수수한 단청이 아름다운 화암사 극락전_완주군 사진제공


사찰로 들어서면 경내 본당이다. 본당 건물인 극락전은 국보 제316호로 국내 유일의 하앙식 구조의 건축물이다. 하앙은 서까래 아래 받치는 부자재로 백제시대 건축물의 특징을 보여준다. 처마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서까래 아래 용머리 모양으로 조각된 하앙을 발견할 수 있다. 극락전 안에는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40호인 동종이 있다. 크기가 작은 동종은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가 조선 광해군 때에 다시 만들어졌다. 밤이 되면 종이 스스로 울려 스님을 깨우고 자신을 지켰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그리고 완주에서 즐길 것삼례문화예술촌과 아원고택 

삼례읍은 일제 강점기의 아픔과 동학농민혁명의 삼례봉기 등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삼례읍에 있는 삼례문화예술촌은 일제 강점기의 양곡창고와 관사로 수탈의 도구로 쓰이던 창고를 주민과 예술인들이 함께 개조하여 만든 문화예술공간이다. 2010년까지도 양곡창고로 사용되었던 건물들은 각기 다른 공간으로 재구성되어 2013년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디자인 뮤지엄과 비주얼 미디어 아트 미술관, 목공소, 책 박물관과 책공방 등으로 구성되어 창의적이고 매력적인 공간들로 가득하다. 



일제강점기의 양곡장고를 개조하여 만든 삼례문화예술촌


아원고택은 오성한옥마을에 있는 아름다운 한옥 스테이다. 경남 진주의 250년 된 한옥을 오성마을로 옮겨 이축했다. 전통 한옥을 중심으로 현대적인 건축물인 미술관과 생활관이 공존한다. 고택 안에 갤러리 카페를 운영하는데 오전에 방문하면 고택 마당을 둘러볼 수 있다. 천지인, 사랑채, 안채, 별채의 4개 동과 11개의 객실로 운영되고 있는 아원고택은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좁은 콘크리트 계단을 올라가면 감탄이 나올 만큼 탁 트인 전망이 기다린다. 웅장하고 푸른 산세가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한 폭의 그림 같은 오성 한옥마을을 바라볼 수 있다.      



한 폭의 그림같은 전망을 자랑하는 아원고택_완주군 사진제공


완주의 맛있는 한 끼화심 순두부 

순두부는 완주 5미중 하나다. 화심리는 오래전부터 지역 특산물인 콩을 활용해 두부를 만들어온 곳이다. 원조화심두부는 60년 전통의 맛을 지켜왔다. 천연간수만을 이용해 재래식 두부를 고집하여 해물 육수와 바지락으로 맛을 낸 화심순두부와 고기, 들깨, 버섯 순두부 등 다양한 순두부를 개발했다. 몽글몽글하고 부드러운 식감의 순두부는 칼칼한 양념과 어우러져 얼큰하고 맛있는 화심순두부로 탄생했다. 큼직한 뚝배기에 담겨 보글보글 끓는 화심순두부 한 그릇을 먹고 나면 속이 든든하다. 6가지 종류의 순두부찌개 외에도 두부 돈가스, 쇠고기 두부전골, 두부탕수, 두부빈대떡 등 건강한 두부 메뉴가 다채롭다.      



60년 전통의 맛을 간직한 화심순두부


여행정보     

화암사

주소 : 전북 완주군 경천면 화암사길 271

문의 : 063-261-7576

홈페이지 : http://www.wanju.go.kr/tour/     

매거진의 이전글 군위, 혜원의 집에서 힐링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