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마음이 먼저 웅크려진 날
갑자기 추워진 날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반소매로 걷던 거리가
오늘은 낯설 만큼 싸늘했다.
달력은 아직 가을인데, 공기는 이미 겨울이었다.
겨울보다 이런 날이 더 춥다.
준비되지 않은 추위는 언제나 마음까지 얼게 만든다.
보일러를 켜기엔 이른 것 같고,
두꺼운 패딩을 꺼내기엔 왠지 계절에게 미안했다.
그래서 그냥 버텼다.
양말을 두 겹 신었지만 발끝이 시렸다.
커피를 내려놓는 순간, 손끝이 차가워졌다.
몸이 추우니 마음도 덩달아 웅크려졌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었고,
매일 하던 운동도 괜히 미뤘다.
오늘은 그냥 이불 속이 나의 세상 같았다.
밖에 나가면 찬 공기가 뺨을 스치겠지.
그래도 언젠가 다시 걸어 나가야 하겠지.
그게 인생이니까 —
내가 좋아하는 따뜻한 것들,
국물 한 모금, 햇살 한 줄기, 누군가의 말 한마디로
하루를 녹이며 버텨야 하니까.
겨울이 오기 전, 가을의 끝에서
이상하리만큼 추웠던 그런 날이 있었다.
마음까지 겨울로 접어드는 느낌.
그날의 나는 조금 느렸고, 조금 멈춰 있었다.
하지만 그게 나쁘진 않았다.
조금 멈춘 덕분에, 나는 내 온도를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보일러를 켜기엔 이르고,
세상이 차가웠지만
그래도 나를 안아줄 이불이 있었던,
그런 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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