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이 혼밥하고 싶은 날

누구와도 이야기하지 않고, 나랑 밥을 먹고 싶었던 날.

by 시연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바쁜 회의를 마친 팀장이 물었다.
“밥 먹으러 갈까?”

그 말은 친절했지만,
왠지 그날따라 유난히 피곤하게 들렸다.

방금 전까지도 업무 이야기를 하던 그 목소리,
그 표정, 그 리듬 그대로 밥자리까지 이어질 걸 안다.
그래서 잠시 망설였다.
그냥, 조용히 밥 좀 먹고 싶었다.


회사에서의 점심은 식사보다 연장된 회의에 가깝다.
누구와 먹느냐에 따라 메뉴도 달라지고,
대화의 방향에 따라 식사의 맛도 달라진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아무 말 없이 김치볶음밥을 먹고 싶었다.
누가 내 표정을 읽으려 하지도,
내 기분을 해석하려 하지도 않는 그런 점심.

그건 외로움이 아니라,
잠시 숨을 고르고 싶은 쉼표 같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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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냥 혼자 먹고 올게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팀장은 잠시 놀란 듯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그 한마디에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창가 구석 자리,
따뜻한 김이 오르는 국물,
그리고 아무 말 없는 나.

숟가락을 천천히 들며 생각했다.

말 한마디 하지 않아도 괜찮은 점심이 있다.

그건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하루를 버텨내기 위한 작은 회복이었다.


밥을 다 먹고 나니,
몸보다 마음이 먼저 가벼워졌다.

그러니까,
그런 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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