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제우스가 아니다
<#일상에서 건져 올린 시처럼 생긴 것들>
끌리더냐?
자신 없다면 함부로 나비로 변신하지 마라.
최소한 너의 움직임이 무엇을 의미하고
어느 방향으로 가려는지 생각은 하고 나서라.
자칫 한없이 가벼운 너의 날갯짓이 천박해지지 않도록
너 스스로를 단단히 지켜라.
너의 목적이 나의 반응이라면 넌 최소한 성공했다.
나의 미묘한 어색함과 설렘이 새어 나오는 것을 포착했느냐?
너는 예리하니 충분히 알아차렸으리라.
너의 알 수 없는 눈빛과 힐끔거림을 내 모르는 바 아니니.
어깨에 뽕을 넣은 듯한 너의 날갯짓은
이제 조금 식상하기까지 하다.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이냐?
너를 추앙하기라도 바랐더냐?
허나 어찌하리.
나는 너에게 죄를 물으려고 하거늘
감히 내 일상의 평온함을 깨뜨린 죄
감히 불필요한 상상력을 일으킨 죄
감히 제우스를 흉내 낸 죄
감히 프시케를 넘본 죄
황홀하지 않았다. 불편했다.
그래서 넌 실패했다.
너는 지극히 평범한 인간일 뿐이니.
하지만 이 한 가지 이유만으로
널 단죄하지 않겠다.
물증은 없고 심증만 있는 너의 장난으로
내 자존감은 두 단계 더 상승했으니
이 어찌 고맙지 않을 수 있겠느냐
마지막으로 축 쳐진 너의 날개에 대고 묻겠다.
너는 정녕 이 변신을 즐기긴 한 것이냐?
<이상한 기류에 대한 은유적 직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