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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강차 Jun 06. 2022

너는 제우스가 아니다

<#일상에서 건져 올린 시처럼 생긴 것들>

끌리더냐?

자신 없다면 함부로 나비로 변신하지 마라.

최소한 너의 움직임이 무엇을 의미하고

어느 방향으로 가려는지 생각은 하고 나서라.

자칫 한없이 가벼운 너의 날갯짓이 천박해지지 않도록

너 스스로를 단단히 지켜라.

너의 목적이 나의 반응이라면 넌 최소한 성공했다.

나의 미묘한 어색함과 설렘이 새어 나오는 것을 포착했느냐?

너는 예리하니 충분히 알아차렸으리라.

너의 알 수 없는 눈빛과 힐끔거림을 내 모르는 바 아니니.      


어깨에 뽕을 넣은 듯한 너의 날갯짓은

이제 조금 식상하기까지 하다.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이냐?

너를 추앙하기라도 바랐더냐?

허나 어찌하리.

나는 너에게 죄를 물으려고 하거늘

감히 내 일상의 평온함을 깨뜨린 죄

감히 불필요한 상상력을 일으킨 죄

감히 제우스를 흉내 낸 죄

감히 프시케를 넘본 죄      


황홀하지 않았다. 불편했다.

그래서 넌 실패했다.

너는 지극히 평범한 인간일 뿐이니.

하지만 이 한 가지 이유만으로

널 단죄하지 않겠다.

물증은 없고 심증만 있는 너의 장난으로

내 자존감은 두 단계 더 상승했으니

이 어찌 고맙지 않을 수 있겠느냐

마지막으로 축 쳐진 너의 날개에 대고 묻겠다.

너는 정녕 이 변신을 즐기긴 한 것이냐?     


<이상한 기류에 대한 은유적 직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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