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가성비 좋은 셀프 치유 놀이>
당신은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생존법으로 어떤 방어기제를 사용하는가? 김형경의 『천 개의 공감』에서 언급된 처용설화를 보면 혈액형별 방어기제와 관련된 재미있는 유머가 있다. 처용은 달 밝은 밤에 늦게까지 노닐다가 집에 돌아와 자리를 보니 다리가 네 개 있는 것을 발견한다. 이때 o형 처용은 도끼를 집어 들고뛰어 들어간다. 모든 잘못은 상대에게 있다고 믿으며 분열과 투사의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A형 처용은 “내 잘못이야”라며 돌아서서 운다. 피학-우울적 성격 구조로 동정을 유도하는 방어기제를 사용한 것이다. B형 처용은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경찰에 신고한다. 회피 방어기제를 사용하여 자신이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타인의 도움을 받으려고 한다. AB형 처용은 방문에 구멍을 뚫고 몰래 훔쳐본다. 고통스러운 상황을 쾌락이라는 반대 감정으로 전환시키는 반동 형성이라는 방어기제를 사용한 것이다.
실제 처용은 어떤 방어기제를 사용했는지 기억이 나는가? 바로 ‘승화’라는 방식이다.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상실감을 춤과 노래로써 극복한 것이다. 이는 니체가 말한 춤추는 자가 돼라. 삶을 가볍게 받아들이라는 조언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어떻게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를 수 있었을까? 그건 아마도 세계적인 영적 스승인 레스터 레븐슨의 자기 사랑 법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겠다. 처용은 내면에 자신과 타인을 인정하지 않는 부정적인 기운이 없이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을 것이다. 자신을 자학하거나 남 탓을 하려는 에고도 잘 다스렸던 사람일 것이다. 무엇보다 자기사랑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리라.
받아들임 1. 감정적인 의존자로서 우울을 선택했음을 인정하자.
나는 혈액형도 B형이거니와 진짜로 무슨 문제만 발생하면 타조가 사냥꾼을 보고 얼굴을 모래에 박듯 회피형 방어기제를 사용했다. 그리고 대신 내 주변에 누군가가 그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바랐다. 결혼 전에는 엄마에게 과도하게 의존했고 결혼 후에는 남편에게 의존했다. 감정적인 의존자는 온갖 핑계를 대며 자신이 해야 할 결정을 미루고 문제 해결을 타인에게 넘겨버린다. 이는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유아적 의존성 때문인 것이다. 이러한 태도의 문제는 곧 나태함을 부르고 무기력에 빠지게 하여 결국 우울증이라는 늪에서 허우적거리게 한다.
『행복한 이기주의자』에서 웨인 다이어는 “내가 왜 구태여 우울을 택해야 하는가? 우울해진다고 상황을 헤쳐 나가는 데 눈곱만큼이라도 보탬이 되는가?”라고 따끔하게 충고한다. 그러면서 “우울은 인간 특유의 감정일 뿐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우울도 하나의 감정일 뿐이고 그 감정에 대한 선택은 나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호르몬의 장난이든, 잠을 못 자서 예민해져 있든, 시간이나 돈을 내 마음대로 쓸 자유를 잃은 것 같은 기분이 들든, 얼굴도 몸도 더 이상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 절망감이 들든, 그렇다고 우울을 선택하는 건 나의 행복을 위해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것이다.
더 이상 아무 소용없는 '탓'은 과감하게 내던져 버렸다. 그리고 그런 생각들이 고개를 쳐들고 우울함에게 손을 뻗으려고 하면 그때는 내가 내 감정의 주인으로서 부정적인 감정들을 알아차리고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었다. “음, 짜증 씨가 저를 찾아오셨군요. 제가 어떻게 해드리면 편해지실까요?”라고. 보통 답은 내 안에 있었다. 그동안 적극적으로 찾으려고 하지 않았던 것일 뿐.
생리증후군이면 단 것을 먹거나 좀 쉬면서 기분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잠이 부족한 날에는 향 좋은 예가체프 커피를 한 잔 내려 마시고 향기 좋은 바디 미스트도 뿌려주어서 기분 전환을 했다. 시간 타령, 돈타령은 보통 욕심이 올라오거나 불만이 생길 때 하게 되는 것 같았다. 그럴 때는 마음을 편안하게 먹고 내가 무심코 낭비하고 있는 시간이나 돈은 없는지, 아무 짝에도 쓸데없는 남과의 비교로 내 행복을 스스로 까먹고 있는 건 아닌지 합리적으로 따져보았다. 그러면 가성비 있게 시간과 돈을 쓸 방법이 생각이 났고,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에 감사했다. 얼굴이 유난히 칙칙해 보이는 날이면 짜증 내고 있을 시간에 차라리 곡물 팩을 하고 시트 한 장이라도 붙이고 셀프 마사지를 했다. 허리둘레가 부쩍 늘어난 것 같으면 일상에서 더 틈틈이 스쿼트나 런지를 했다. 이를 닦으면서, 머리를 감으면서, 설거지를 하면서, 일하다가 잠깐 일어나서.
의존과 우울은 실과 바늘과 같다. 그냥 세트다. 내가 나 자신의 주인이라는 마음을 먹고 내 감정을 다스리고 몸을 움직이면 우울 따위는 감히 우리를 침범하지 못한다. 오더라도 금세 도망가고 만다. 자신을 관리할 줄 아는 주체적인 여성 앞에서 우울은 꼬리를 내리고 뒷걸음 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