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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강차 Jun 12. 2022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일 용기
So, it's me

<#엄마의 가성비 좋은 셀프 치유 놀이>

    당신은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생존법으로 어떤 방어기제를 사용하는가? 김형경의 『천 개의 공감』에서 언급된 처용설화를 보면 혈액형별 방어기제와 관련된 재미있는 유머가 있다. 처용은 달 밝은 밤에 늦게까지 노닐다가 집에 돌아와 자리를 보니 다리가 네 개 있는 것을 발견한다. 이때 o형 처용은 도끼를 집어 들고뛰어 들어간다. 모든 잘못은 상대에게 있다고 믿으며 분열과 투사의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A형 처용은 “내 잘못이야”라며 돌아서서 운다. 피학-우울적 성격 구조로 동정을 유도하는 방어기제를 사용한 것이다. B형 처용은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경찰에 신고한다. 회피 방어기제를 사용하여 자신이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타인의 도움을 받으려고 한다. AB형 처용은 방문에 구멍을 뚫고 몰래 훔쳐본다. 고통스러운 상황을 쾌락이라는 반대 감정으로 전환시키는 반동 형성이라는 방어기제를 사용한 것이다. 

     

<출처 : 네이버 이미지>

  실제 처용은 어떤 방어기제를 사용했는지 기억이 나는가? 바로 ‘승화’라는 방식이다.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상실감을 춤과 노래로써 극복한 것이다. 이는 니체가 말한 춤추는 자가 돼라. 삶을 가볍게 받아들이라는 조언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어떻게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를 수 있었을까? 그건 아마도 세계적인 영적 스승인 레스터 레븐슨의 자기 사랑 법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겠다. 처용은 내면에 자신과 타인을 인정하지 않는 부정적인 기운이 없이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을 것이다. 자신을 자학하거나 남 탓을 하려는 에고도 잘 다스렸던 사람일 것이다. 무엇보다 자기사랑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리라.    

 

받아들임 1. 감정적인 의존자로서 우울을 선택했음을 인정하자.

     

  나는 혈액형도 B형이거니와 진짜로 무슨 문제만 발생하면 타조가 사냥꾼을 보고 얼굴을 모래에 박듯 회피형 방어기제를 사용했다. 그리고 대신 내 주변에 누군가가 그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바랐다. 결혼 전에는 엄마에게 과도하게 의존했고 결혼 후에는 남편에게 의존했다. 감정적인 의존자는 온갖 핑계를 대며 자신이 해야 할 결정을 미루고 문제 해결을 타인에게 넘겨버린다. 이는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유아적 의존성 때문인 것이다. 이러한 태도의 문제는 곧 나태함을 부르고 무기력에 빠지게 하여 결국 우울증이라는 늪에서 허우적거리게 한다.      


『행복한 이기주의자』에서 웨인 다이어는 “내가 왜 구태여 우울을 택해야 하는가? 우울해진다고 상황을 헤쳐 나가는 데 눈곱만큼이라도 보탬이 되는가?”라고 따끔하게 충고한다. 그러면서 “우울은 인간 특유의 감정일 뿐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우울도 하나의 감정일 뿐이고 그 감정에 대한 선택은 나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호르몬의 장난이든, 잠을 못 자서 예민해져 있든, 시간이나 돈을 내 마음대로 쓸 자유를 잃은 것 같은 기분이 들든, 얼굴도 몸도 더 이상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 절망감이 들든, 그렇다고 우울을 선택하는 건 나의 행복을 위해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것이다.   


  더 이상 아무 소용없는 '탓'은 과감하게 내던져 버렸다. 그리고 그런 생각들이 고개를 쳐들고 우울함에게 손을 뻗으려고 하면 그때는 내가 내 감정의 주인으로서 부정적인 감정들을 알아차리고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었다. “음, 짜증 씨가 저를 찾아오셨군요. 제가 어떻게 해드리면 편해지실까요?”라고. 보통 답은 내 안에 있었다. 그동안 적극적으로 찾으려고 하지 않았던 것일 뿐.      


  생리증후군이면 단 것을 먹거나 좀 쉬면서 기분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잠이 부족한 날에는 향 좋은 예가체프 커피를 한 잔 내려 마시고 향기 좋은 바디 미스트도 뿌려주어서 기분 전환을 했다. 시간 타령, 돈타령은 보통 욕심이 올라오거나 불만이 생길 때 하게 되는 것 같았다. 그럴 때는 마음을 편안하게 먹고 내가 무심코 낭비하고 있는 시간이나 돈은 없는지, 아무 짝에도 쓸데없는 남과의 비교로 내 행복을 스스로 까먹고 있는 건 아닌지 합리적으로 따져보았다. 그러면 가성비 있게 시간과 돈을 쓸 방법이 생각이 났고,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에 감사했다. 얼굴이 유난히 칙칙해 보이는 날이면 짜증 내고 있을 시간에 차라리 곡물 팩을 하고 시트 한 장이라도 붙이고 셀프 마사지를 했다. 허리둘레가 부쩍 늘어난 것 같으면 일상에서 더 틈틈이 스쿼트나 런지를 했다. 이를 닦으면서, 머리를 감으면서, 설거지를 하면서, 일하다가 잠깐 일어나서.    

<출처 : 네이버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이미지>

  

  의존과 우울은 실과 바늘과 같다. 그냥 세트다. 내가 나 자신의 주인이라는 마음을 먹고 내 감정을 다스리고 몸을 움직이면 우울 따위는 감히 우리를 침범하지 못한다. 오더라도 금세 도망가고 만다. 자신을 관리할 줄 아는 주체적인 여성 앞에서 우울은 꼬리를 내리고 뒷걸음 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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