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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강차 Jun 19. 2022

받아들임2. 내면아이가 결핍을 선택했음을 인정하자.

(#엄마의 가성비 좋은 셀프 치유 놀이)

받아들임 2.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지닌 어른아이로서 결핍을 선택했음을 인정하자. 

    

  내 마음 항아리에 구멍이 있다는 것은 처녀 시절부터 어렴풋이 인지하고 있었다. 아무리 연인으로부터 사랑을 받아도 친구들과 진한 우정을 주고받아도 내 내면은 언제나 공허했다. 단 한순간도 혼자 있는 시간을 못 견뎌했다. 같이 있어도 외로움을 느꼈고 충분하지 않았다. 그 이유가 내 안에 상처받은 내면아이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마흔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라는 책에서 존 브래드쇼는 어린 시절에 해결되지 못했던 슬픔이나 여러 가지 학대나 정서적 폭력, 각 발달단계에서 당연히 받았어야 할 사랑이나 의존의 경험에 대한 결핍 등을 간직한 채 어른이 되면 그의 내면에는 그 상처를 받았던 그 나이대의 상처받은 내면아이가 그대로 남아있게 된다고 설파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왜 그동안 내가 관계에서 유독 실망을 많이 했는지, 관계 중독에 잘 빠졌는지, 왜 그렇게 주변으로부터 지속적인 관심을 받고 싶어 했는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딸을 낳았다는 이유로 할머니의 눈치를 보며 스트레스를 받아 엄마는 젖이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마른 젖을 빨며 어린 나는 울었고 결국 어쩔 수 없이 분유를 먹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엄마는 그 이후로도 내게 적극적으로 사랑 표현은 못 하셨다고 했다. 지금은 이해하지만 아빠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거침없는 말을 쏟아내고 간혹 엄마에게 손찌검을 하는 것을 보며 어린 나는 두려움과 무력감을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아빠를 무서워하고 증오했었다.      

<출처 : 픽사 베이>

  그러나 나 또한 부모로서 감정 조절을 하지 못하고 아이에게 본의 아니게 잘못을 저지르고, 부부싸움을 보여주며 완벽한 부모,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이 마음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다. 부모님의 양육 태도 탓을 하고 나의 심리적 방황이 전부 애정결핍 때문이라며 결핍에만 초점을 맞춰온 나 자신을 반성하기도 했다. 따뜻한 포옹이나 ‘사랑한다’라는 직접적인 표현을 받지는 못했지만 그들이 엄마와 아빠라는 위치에서 얼마나 최선을 다해 살았는지 함께 살았던 그 시간들을 떠올리니 전부 감사했다. 미숙한 마음에 원망했던 것마저 죄송스러웠다.  한 명의 아이를 키우는 것도 힘들다며 징징댔는데 무려 네 명의 아이들을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시느라 얼마나 어깨가 무거웠을 것이며 본인들의 삶을 전부 희생시켰을 것을 생각하니 같은 부모로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다. 그 시절 우리의 부모가 자식에게 사랑을 주는 방법을 몰라서 저지른 무지의 죄 혹은 우리를 그들의 감정 쓰레기통으로 사용한 죄에 대한 공소시효는 이미 지났다. 어쩌면 우리가 자립할 수 있도록 20년 혹은 30년이 넘게 우리에게 바친 시간과 정성 그리고 돈까지 포함한다면 그분들이 우리에게 모르고 저지른 실수에 대한 보상은 다 하고도 남았다고 할 수 있다. 더 이상 부모 때문에 혹은 과거에 누군가로부터 받은 상처 때문에 상처받은 내면아이가 있어서 고통스럽다는 이상한 믿음은 버리자. 결핍이 없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결핍이 있는 쪽만을 보겠다고 선택함으로써 우리는 그 이면에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할 줄 모르는 오만함과 받은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뻔뻔함을 키우는 오류를 저지를 수 있다.     


  우리는 이미 내면아이를 우리 스스로 돌볼 정도로 성장했다. 그 아이의 상처는 우리가 치유해주면 된다. 우리가 더 많이 그 아이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인정해주고 사랑해주면 된다. 나 자신을 사랑한다는 게 뭐 그리 대단한 게 아니다. 진정한 나와 마주한다는 게 별게 아니다. 그 아이의 칭얼댐을 ‘우리 아가 뭔가 불편했구나!'하고 알아차리고 관심을 가져주면 된다. 지금 그 내면아이와 연결되어 있는 사람은 부모님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임을 잊지 말자.  

<copyright C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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