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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강차 Aug 03. 2022

'명상적 읽기와 듣기'로 마음 다이어트부터 해볼까

<#엄마의 가성비 좋은 셀프 치유 놀이>

   몸에 묵은 살을 빼야 핏과 스타일이 살아나는 옷으로 나만의 스타일링도 할 수 있지 않은가. 마음도 마찬가지다. 마음과 자신을 무의식적으로 동일시할 때 생성되는 거짓자아인 에고를 빼내야 한다. 끊임없이 우리에게 욕심과 분노와 잘못된 생각을 일으켜서 그로 인해 파생되는 고통과 괴로움을 먹고 사는 에고! 이 악동 같은 에고를 다이어트시켜야 한다. 그래야 있는 그대로의 내 마음을 담백하게 스타일링하여 당당히 세상 밖으로 내보일 수 있을 테니까.

     

   나는 훌륭한 스승들의 말과 글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수년간 마음에 쏟아부은 결과 무겁고 갑갑했던 마음이 서서히 가벼워지는 걸 느꼈다. 마음 안에 탁 트인 여유 공간이 생긴 기분이랄까. 3년 전 여름 어느 날 리모델링 중인 옆집 문이 반쯤 열려 있어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조심스럽게 들여다본 적이 있었다. 문과 벽이 모두 허물어진 뒤 시멘트 바닥만 남은 텅 빈 상태. 도색이며 새로운 가구들로 다시 채워지면 곧 깨끗하고 예쁜 새집으로 재탄생하기 전인 상태. 그때 그 집을 보며 ‘지금 내 마음속이 딱 이렇겠구나!’ 싶었다.


   낡고 허물어져 가는 폐가 같던 내 마음이 그런 상태까지 개조되는 데는 바로 엄청난 양의 지혜의 말씀이 있었다. 『참된 명상』에서 서구 영성계의 차세대 지도자인 아디야 산티는 명상은 진정한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인지를 깨닫는 것이라고 하며 깨어남에 이르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의 타고난 호기심과 지성을 가지고 명상적 자기탐구에 진지하게 몰두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참나를 알아가는 자기탐구로서의 명상은 선인들의 지혜를 읽고 듣는 마음공부를 통해 가능하지 않겠는가.   

  

   전 세계적으로 영혼의 스승으로 존경받는 비베카난다의 『마음의 요가』에는 지혜와 지성을 중심으로 하는 ‘즈냐나 요가’가 소개된다. 이 수행 방법은 위대한 현자들의 말을 주의 깊게 들음으로써 예리하게 지성을 가다듬어 진리의 말씀에 대해 깊이 명상한 뒤, 걸림이 없는 자유 상태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아마도 내가 거의 칠 년 동안 해 온 ‘명상적 읽기와 듣기’가 바로 이 수행법인 듯싶다. 처음부터 알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 그냥 언제 어디서나 굳이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지 않아도 되니 편해서 한 것이었다.      


   지혜가 폭포수처럼 머리 위로 떨어지고 내 안으로 흘러 들어가 마음속에 온갖 더러운 것들을 씻겨주니 개운했다. 특히 자기혐오와 열등감이 섞인 내면의 목소리가 점차 줄어드니 마음에 작은 평온이 찾아왔다. 한시도 나를 가만히 두지 않고 속을 시끄럽게 했던 에고의 목소리. 이제는 심심하다 싶으면 꼬리를 살짝 내린 말투로 내게 시비를 걸어온다. 그러나 분명한 건 내가 그 목소리에 휘둘리거나 끌려가지 않는다는 거다. 이제는 내가 심판관이 되어 그 목소리를 어떻게 처단할지 여유를 갖고 선택한다. 무심히 흘려보낼지, 그만하고 나가라고 따끔히 혼내줄지, 조금 곱씹어서 성찰할 양분으로 쓸지.  

  

   초창기 대부분의 명상적 읽기는 눈물과 콧물을 쏙 빼며 카타르시스를 동반했다. 몇 시간 동안 꼼짝 않고 앉아 책을 읽고 눈물을 쏟고 나면 그렇게 시원할 수 없었다. 정말 다시 태어나는 것 같았다. 진짜 나를 가로막고 있던 막이 한 꺼풀씩 벗겨지는 느낌. 나를 가두고 있던 벽이 부서지는 느낌. 딱 그런 느낌이었다.

      

   명상적 읽기의 시작은 김형경의 『천 개의 공감』이었다. 이 책 한 권만으로 집단 상담을 받은 느낌이었다. ‘나만 이상한 게 아니었구나!’ 아니 ‘나만 마음이 아픈 게 아니었구나!’를 느끼며 깊은 안도감과 위로를 받았다. 이 책을 읽고 내면아이의 존재를 알게 되고 내면 탐구와 셀프 치유를 해봐야겠다는 의지를 갖게 되었으니 내 인생에 전환의 기회를 준 참 감사한 인연이라 생각한다.  

    

   존 브래드쇼의 『상처 받은 내면아이 치유는 체크리스트 질문지에 답을 하고 점수를 매겨보며 어느 시기의 내면아이가 상처를 입었는지 알게 해 주었다. 읽는 내내 ‘그랬구나, 그래서 그랬었구나’를 연신 내뱉으며 참 많이 울었다. 나의 알 수 없는 분노와 내가 뭔가 부족하고 잘못된 것 같다는 수치심의 원인을 알게 되니 내 내면을 더 깊이 들여다볼 용기가 생겼다. 희망이 보였다. 내면아이와의 첫 조우는 어색하고 확신이 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마음속에 살고 있는 괴생명체가 무섭고 성난 괴물이 아니라 두려움과 슬픔에 떨고 있고 사랑에 굶주린 ‘어린 나’라는 것을 깨닫는 소중한 순간이었다.


   이용규 목사님의 『더 내려놓음』을 읽으면서는 종교와는 상관없이 깊은 몰입과 멈춤, 정직한 고뇌를 경험할 수 있었다. 자아를 죽인다는 것, 자아를 십자가에 못 박는다는 의미를 꽤 오랫동안 안고 지냈다. 그로 인해 내가 상황을 어떻게든 통제할 수 있다는 교만함을 내려놓고 내맡김으로 가고자 하는 겸허함을 조금 갖게 되었다. 물론 지금도 계속해야 하는 가장 어려운 작업이다.     


   타라브랙의 『자기돌봄』을 읽는 내내 나는 거대한 팔 안에 안겨서 무조건적인 사랑과 가르침을 받는 느낌이 들었다. 이토록 친절하고 다정하고 배려심 넘치고 지혜의 정수를 쉽게 풀어쓴 명상 관련 책이 또 있을까. 내가 이 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앞으로의 배움과 교육의 방향은 부족하기 때문에 뭔가를 채우기 위함이 아닌 이미 우리 안에 있는 선함과 본성을 깨우기 위함으로 가야겠다는 것이다. 이는 나 자신뿐만 아니라 내 가족과 친구,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에 대한 존재관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내게 명상의 의미는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사랑을 깨워 그 사랑을 나를 위해 먼저 쓰고 타인을 위해 쓰기 위해 내 마음 안에 사랑을 가득 채우는 행위, 우리 안에 이미 존재하는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을 알아차리고 꺼내어 쓰기 위해 예열시키는 준비 작업이다. 나는 종종 이런 상상을 한다. 내 심장이 보이지 않는 하트 총으로 변신하는 상상,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을 빨아들이는 하트 모양 진공청소기로 변신하는 상상. 아무리 쏘아도 무해한 총, 맞으면 오히려 자기를 더 사랑하게 되고 행복해지는 총, 모두가 서로를 더 보듬고 배려하는 총.      


   사실 이 하트 총은 출근 전에, 회의나 여러 사람을 만나기 전에 짧은 호흡명상이나 주문을 외는 만트라 명상으로 내 안에 장착한다. 그러면 누구를 만나도 내 사랑으로 포용하겠다는 자신감이 솟아오른다. 진공청소기는 주로 오후에 등장한다. 처음에는 성능이 그저 그렇더니 이제는 제법 빠르게 마음속 쓰레기들을 대부분 빨아들인다. 특히 나의 두 번째 화살(상대방으로부터 들은 기분 상하는 말을 곱씹어서 망상으로 변질시킨 후 스스로를 더욱 괴롭히는 일)을 최단 시간에 흡입한다. 최근에 바쁘다는 핑계로 명상적 읽기를 소홀히 했다가 두 번째 화살에 맞은 적이 있는데 그래도 이틀 만에 뽑혔다. 축적된 명상의 힘이다.     

<출처 : 픽사베이>

  



   명상적 듣기는 다른 일을 하면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석이조의 장점이 있다. 주로 출퇴근할 때 차에서, 집에서는 집안일을 하면서 했다. 유튜브를 통해 법륜 스님과 법상 스님의 말씀을 들으면서는 끊임없이 올라오는 망상을 깨부수고 맑은 생각의 틀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언하대오! 스승의 법문을 듣다가 말끝에 스스로 깨닫게 된다는 뜻이다. 그게 지극히 평범한 내게도 때때로 일어났다. 물론 일어났다 또 금방 일상에서 잊어버리고 후회하는 일이 생겼지만 그래도 또 듣고 또 깨닫고를 반복했다. 지금도 쭉.  

    

   팟캐스트 심리상담 방송 ‘참나원’을 통해서는 다양한 출연자들의 심리상담 내용을 들으며  상황을 자기중심적으로 바라보는 나의 태도를 인식하게 되었고 객관적인 해석 능력도 키울 수있게 되었다. 일 년 정도 방송을 조용히 듣기만 하다가 작은 용기를 내서 신청서를 보내고 방송에 직접 출연한 적이 있다. 사실 거의 두 시간 동안 두 분의 상담사님들이 나의 무의식을 까발리는 느낌에 당혹스럽고 부끄럽기도 했다. 하지만 나의 대부분의 심리적 괴로움이 교만이나 오만, 자존심과 같은 ‘만’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뭣이 중헌디’라는 생각 전환을 위한 주문을 알게 된 귀한 경험이었다. 그것도 무료로.    

<출처 : 네이버 이미지>

 

   이처럼 명상적 읽기와 듣기를 통해 외부로만 향했던 내 시선을 내면으로 돌려 내면아이, 에고, 신성 등의 존재를 이해하고 명상의 방법과 효과에 대한 납득의 과정이 일어나니 이제 직접 명상을 실천하고 싶어졌다. 그때 발견한 게 ‘마보’라는 국내 최초 명상 앱이다. 여전히 가부좌를 틀고 안아 명상할 만큼의 심적 여유는 없는 시기였다. 또한 실질적으로 명상이 필요한 시간과 이유는 관계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멘탈을 평온하게 또는 강하게 하는 멘탈 케어를 위한 것이었기에 짧게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상황에 따라 들을 게 필요했다. 쓸데없이 상처를 받거나 말실수를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출처 : 네이버 이미지>

 

   그래서 출근길에 잠깐, 직장에서는 회의에 들어가기 전에 잠깐, 퇴근길에 집에 들어가기 전에 잠깐. 이런 식으로 마보에서 흘러나오는 유정은 대표님의 편안한 목소리를 들으며 짧지만 강력한 마음챙김을 경험했다. 특히 나를 시작으로 주변 사람들, 더 나아가 살아있는 모든 존재들에게 건강과 행복을 기원해 주는 자비명상을 할 때는 아침부터 눈물을 쏟는 일이 잦았다. 그러면 비운만큼 가슴에 사랑이 가득 채워져 우리 반 아이들 하나하나를 내 안에 있는 나 자신들이라고 생각하고 힘껏 포옹해줄 수 있었다. 

    

   모든 현상은 인연에 의해 일어난다고 했던가. 3년 전 우연히 유튜브 <마인드풀 TV>를 통해 정민님을 만나 드디어 방석 위에 앉아 가부좌를 하고 눈을 감고 하는 명상을 경험하게 되었다. 아침 6시경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 전 10분 남짓 두 달 이상을 꾸준히 했던 것 같다. ‘아침을 시작하는 명상’과 ‘나의 무한한 힘을 일깨우는 아침 확언’을 하며 온몸에 긍정과 파워 에너지를 붓고 나면 잠이 부족해도 거뜬했다. 그때의 나는 정말 쉴 틈 없이 움직이고 여러 가지 일을 해도 지치지 않았다. 퇴근해서도 날아다니듯 집안일을 하는 나를 보고 남편이 한 말이 명상의 효과를 말해준다. “너 완전히 딴 사람 같아.”  

    

   정말 그랬다. 무기력과 짜증이 일상이던 내가 완전 에너자이저로 변했다. 아니 울트라 파워 에너자이저로. 마음에서 내 몸무게만큼이나 되는 무엇이 쑥 빠져나간 느낌, 날아갈 듯 가벼운 느낌, 내 안에서 나를 괴롭혀 왔던 에고가 힘을 잃은 느낌이 들었다. 결국 쏟아부어온 스승들의 말씀이 강력한 무기와 주문이 되어 마음속 볼드모트(해리포터에 나오는 악당 최종 보스, 나는 헤리포터를 볼 때마다 볼드모트가 꼭 에고를 형상화한 느낌이 들었다.)를 무찌른 것이다. 최진석 교수님이 <장자 인문학> 강의에서 한 말씀이 잊혀지지 않는다. “쌓고 쌓고 쌓다 보면, 두께를 가지면 자기 존재가 다른 존재로 이행한다. 존재적 차원의 질적 전환이 일어난다.” 보잘것없던 내가 명상을 통해 이런 체험을 아주 작게나마 했다고 하면 너무 과한 해석일까?     

<출처 : 네이버 이미지>


   마지막으로 『마음의 요가』에서 그동안 내가 해 왔던 ‘명상적 읽기와 듣기로 마음에 기초공사’를 하는 방법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 대목이 있어서 적어본다. 

    우리는 이 이상에 대해 가능한 한 많이 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가슴과 뇌와 혈관 속으로 침투하여, 모든 핏방울을 자극하고 모든 땀구멍을 적실 때까지 말입니다. 또한 우리는 그것에 대해 명상해야 합니다. 가슴이 충만해져 입으로 말할 때까지. 그리고 가슴의 충만함으로 손이 일할 때까지 말입니다. 

   매일 우리 내면을 위대한 스승들의 고차원적인 말씀으로 채우자. 볼드모트는 언제든 다시 귀환할 수 있다.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명상적 읽기와 듣기를 소홀히 해서 쌓인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은 바로 에고의 밥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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