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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강차 Aug 07. 2022

‘명상적 말하기’로 마음에 노란  자신감 칠하기

<#엄마의 가성비 좋은 셀프 치유 놀이>

  “나는 나의 베스트 버전이 되는 과정에 있다.”

  “나는 삶을 변화시킬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다.”

  “내가 모르고 있던 나의 가능성들이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나는 행복과 사랑의 에너지를 끊임없이 방사한다.”  

    

  읽는 순간 긍정의 에너지가 팍팍 느껴지지 않는가. 3년 전 아침마다 출근길에 운전하면서 주문을 외웠던 확언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한 문장들이다. 처음에는 유튜브 <마인드풀 TV>의 정민님이 한 문장을 먼저 말하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다가 종소리를 듣고 그대로 따라 말했다. 로봇처럼 톤과 억양까지 똑같이.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그래야 그녀처럼 평온해질 수 있을 것 같아서. 거의 8분 동안 한 글자도 놓치지 않고 따라 하고 나면 배꼽 아래에서부터 뭔가 뜨거운 에너지가 솟아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그때는 정말 그랬다. 마지막 문장처럼 ‘오늘 나는 크기와 상관없이 삶에서 굉장히 중요한 한 발짝을 내딛는’ 기분이었다.      

<출처 : 네이버 이미지>

   가끔 내가 너무 싫은 날 아침, 예를 들어 늦게 일어나 짧은 아침 명상이나 운동도 못 하고 딸아이 아침 식사도 제대로 차려주지 못한 날이라든가 딸아이에게 불필요한 잔소리나 자존심 상하는 말을 해서 아이의 하루의 시작을 망쳐버린 것 같은 날. 그런 날에는 일부러 주먹을 불끈 쥐고 ‘아싸!’, ‘오케이!’ 등 추임새를 넣어 더 큰 목소리로 말하거나 랩을 하듯 리듬을 타며 주문을 외웠다. 기분을 긍정적으로 전환시켜서 마음만은 ‘최고의 나’인 상태로 출근을 하려는 것이었다. 『카렌 암스트롱, 자비를 말하다』에서 명상의 목적은 ‘신이나 초자연적인 존재와 만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신을 더욱 확실하게 통제하고, 파괴적 행동을 창의적으로 해소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나의 코믹 버전 확언 명상의 목적이 딱 그러했다. ‘나는 왜 이 나이 먹도록 내 시간 하나 컨트롤하지 못하는 모자란 사람일까’, ‘내 아이의 비위 하나 못 맞추면서 무슨 선생을 하겠다고’, ‘역시 난 나쁜 엄마야.’ 등 파도처럼 거침없이 밀려오는 부정적인 생각을 창의적으로 날려버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말하기 명상을 마치고 나면 다시 내 안에 긍정의 에너지를 가득 채울 수 있었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자면, 혹시나 남은 부정적인 감정이 직장으로까지 번지지 않도록 이 주문을 반복해서 중얼중얼 외웠다. 마치 사랑의 마법사가 된 것처럼.

  “나는 행복과 사랑의 에너지를 끊임없이 방사한다.” “끊임없이 방사한다.”, “방사한다.”     


  운이 좋은 날에는 내면에서 나를 응원해주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그래 오늘의 네가 끝이 아니잖아, 내일은 잘해보자. 노력하고 있잖아. 잘하고 있어. 너는 베스트 버전이 되는 과정에 있는 거야. 그러니 힘내서 또 오늘을 살아내자! 파이팅!’ 내가 진짜 내 편이 된 그 가슴 벅찬 기분을 잊을 수 없다. 나의 작은 실수들을 스스로 봐주지 못하고 나 자신을 미워하며 벼랑 끝으로 모는 파괴적 행동을 멈춘 것이다. 내가 나를 용서하는 느낌. 내가 나에게 관대해진 느낌. 드디어 어둡고 칙칙했던 내 마음에 노란색 페인트가 환하게 칠해진 것이다.     

<출처 : 픽사베이>

  이처럼 말하기 명상의 위력은 꽤 대단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언 명상으로 몇 달을 지속하다 보니 예전만큼의 설렘이 느껴지지 않았다. 별 감흥 없이 습관처럼 읊조리게 되는 것이다. 명상도 재미가 있어야 지속할 수 있다. 새로운 말하기 명상이 필요했다. 그래서 찾은 게 영국 400대 부자이자 켈리델리라는 초밥 회사의 회장인 켈리 최의 ‘잠재의식을 깨우는 아침 확언’이었다. 이제는 부자가 되려고 시작했냐고. 천만의 말씀이다. 돈이든 성공이든 자기 극복이 끝났을 때라야 얻어지는 거란 걸 알기에 목적이 ‘부자’는 아니었다. 굳이 말장난을 하자면 ‘마음 부자’가 되려는 것은 맞다.

      

<출처 : 네이버 이미지>

  무엇이든 끌림이 있어야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은가. 한마디로 말하면 그녀의 순수함과 열정과 진정성에 꽂혔다. 이것들은 모두 삶에서 아주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하고 있고 나 자신도 살아가는 동안에는 결코 잃고 싶지 않은 삶의 동력이기 때문이다. 조금 어눌한 그녀의 한국어 발음마저 순수하게 느껴졌다. 바로 시작했다. 입에 착 달라붙는 느낌. 다시 설렘이 시작됐고 긍정의 에너지가 차올랐다.   

   

 “오늘도 즐겁고 기대되는 하루가 시작되었다.”

 “나는 오늘도 내가 원하는 모든 선한 일을 이룰 것이다.”

 “나는 내 꿈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나는 한 번 한다면 하는 사람이다.”

 “나는 충분히 똑똑하고 충분히 건강하고 충분히 용기 있다.”     

 

   21개의 모든 문장이 나를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 문장들을 큰 소리로 따라 하고 나면 내 주먹에 힘이 불끈 들어갔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빗속에서도 춤을 출 수 있을 것만 같은 담대함이 차올랐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낼 용기가 생겼고 나의 생각에 확신도 갖게 되었다. 이는 직장에서 2년 동안 내가 고안한 프로젝트를 소신 있게, 비교적 성공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는 사람들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전염시키는 ‘긍정의 왕’이 되어가고 있었다.    

  


   큰 기대 없이 시작한 말하기 명상이 내게 엄청한 효력을 발휘하자 문득 이 좋은 걸 우리 반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어졌다. 서정록의 『잃어버린 지혜, 듣기』에는 무릎을 탁하고 칠 만큼의 명쾌한 말하기 명상에 대한 효과가 나온다. “만트라(기도 또는 명상 때 외우는 주문)는 흔히 말하듯 반복에 의해서 그 힘이 길러진다고 한다. 기억하도록 반복하고, 우리의 욕망과 상념들을 잊기 위해 반복하고, 우리의 마음의 본성을 깨우치기 위해 반복한다. 그렇게 천 번, 만 번 반복한다. 그때 비로소 만트라는 그의 온몸의 세포와 뼈들을 진동시키고, 그의 온몸과 마음과 영혼에 공명을 일으킬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몸과 마음과 영혼을 변화시키고, 주위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영혼까지 변화시킬 것이다.”   

  

  그렇다. 나는 분명 변했다. 알 수 없는 두려움과 수치심과 긴장감에 사로잡혀 불안에 떨던 나는 죽었다. 욱하고 순식간에 치고 올라오던 분노도 사그라들었다. 내게서 치유가 일어나자 이 공명을 우리 반 아이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어졌다. 말할 힘만 있다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마음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이 명상법을 어렸을 때부터 실천한다면 얼마나 삶이 행복하겠는가. 아이들도 머지않아 내면에 있는 에고로 인해 불편함을 느낄 날이 올 것이다. 내 마음이 내 마음 같지 않다고 여길 날들이. 그럴 때 이 마법의 주문이 에고를 무찌를 강력한 무기가 되지 않겠는가. 현재 이 말하기 명상은 2년째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우리 반 아이들과 함께 수업 시작 전 몸풀기를 한 뒤 마음 깨우기라는 이름으로 하고 있다.  

    

  “오늘도 즐겁고 기대되는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나는 나를 믿습니다.”

  “나는 건강하고 행복합니다.”

  “나는 충분히 똑똑합니다.”

  “나는 멋진 아이디어와 좋은 생각으로 가득합니다.” 등등.

     

  어린이 버전의 확언이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어찌나 쩌렁쩌렁 울리는지 가끔은 워워 하고 진정시킨다. 코로나에 걸렸다가 일주일 뒤 등교한 여자아이가 한 말에 깊은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선생님, 코로나 때문에 기침이 마구 나와서 너무 무서웠거든요. 그런데 선생님이 가르쳐주신 대로 눈을 감고 나에게 말을 걸었더니 금방 평온함을 초대할 수 있었어요. 하나도 아프지도 않고 무섭지도 않았어요.” 어찌나 말을 야무지고 예쁘게 하던지 아이를 꼭 안아주고 엄지 척도 해주었다. 너무 멋져서. 내가 없는 곳에서도 말하기 명상을 스스로 실천하는 그 용기가 대단해서. 잠시 청출어람이 떠올랐던 것 같기도 하고.    

<출처 : 네이버 이미지(명화)>

     그런데 이 좋은 말하기 명상을 질리지 않고 계속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리 마음에 드는 옷도 시간이 지나면 물리기 마련이지 않은가. 또 디테일이 복잡한 옷은 손이 잘 가지 않고 말이다. 그래서 찾은 답이 리폼과 셀프 제작이다. 특히 직장 내 관계 속에서는 감정을 조절해야 하는 일이 많고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타인의 부정적인 감정이 훅 빨려 들어오거나 내가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들이거나 하는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 그때그때 바로 해소할 ‘퀵 명상’이 필요한 것이다.  

    

  고민 끝에 여기저기에서 주워들은 말들을 리폼하여 이렇게 짧게 만들어 보았다. 말만 하면 재미가 없으니 간단한 동작도 넣었다. ‘(핑거스냅을 하며)나 옳지 않아’(알아차림), ‘(어깨를 으쓱하며)그럴 수 있지’(허용하기), (두 팔을 토닥이며)뭣이 중헌디’(집착 내려놓기), ‘(두 손을 착 모으며)재미를 찾자’(주파수 끌어올리기). 혼자 할 때는 말을 최대한 귀엽게 하고 동작은 크게 한다. 아무도 안 보는데 눈치 보지 않고 맘껏 귀염 좀 떨면 좀 어떠랴. 요즘은 사춘기 딸아이를 대할 때 가장 많이 써먹는다. 내가 옳다는 생각이 올라오고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고 싶어질 때 바로 한다. 거의 복화술을 하듯. 최소한의 언쟁을 피할 수 있어서 좋고, 가끔은 서로 웃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또 다른 방법으로 책 속에서 찾은 마음에 드는 문장을 직접 휴대폰으로 녹음하여 나만의 말하기 명상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떤가. 나는 마리사 피어의 『나는 오늘도 나를 응원한다』에서 ‘평온함과 자존감 높이기’와 ‘자신감 높이기’ 대본과 타락브랙의 『자기돌봄』에서 ‘자비명상’ 대본을 녹음해서 들었다. 유튜브에 있는 명상음악을 틀어 놓고 내가 따라 할 수 있도록 한 문장 뒤에 그 문장 길이만큼의 여유를 두고 녹음했다. 저음에 중성적인 목소리와 어색한 억양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듣다 보면 친근해진다. 내가 내 목소리를 받아들이고 좋아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미 녹음된 나의 목소리는 내가 아닌 어떤 영혼의 목소리처럼 느껴진다. 지금의 내가 아닌 내면의 커다란 나, 최고의 나가 나를 이끄는 힘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낭송의 달인, 호모 큐라스』를 읽다 보니 알겠다. 고미숙 고전평론가는 책을 읽는다는 건 ‘말의 기예’를 터득하는 과정이라고, 말의 흐름에 접속하여 그 기운을 훔치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맞다. 녹음 과정에서 내가 대본 속에 담긴 말의 기운을 훔친 거다. 좋은 도적질! 이제 그 힘은 내꺼다. 자, 이제 우리 같이 용기를 내서 긍정의 기운을 훔치러 가 볼까. 나 자신을 위해.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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