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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강차 Jul 29. 2022

마음챙김 명상도 패션처럼 꾸안꾸 스타일로 1

<#엄마의 가성비 좋은 셀프 치유 놀이>

  당신은 하루에 얼마나 자주 거울을 보는가? 아침에 씻고 꾸밀 때, 엘리베이터 안에서나 출입문의 유리로 내 모습이 괜찮은지 힐끗 볼 때,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손을 씻으며 매무새가 단정한지 확인할 때, 점심을 먹은 후 화장을 고칠 때, 누군가를 만나기 전 얼굴에 더러운 것이 묻었는지 확인할 때, 저녁에 씻고 나이트 케어를 할 때 등. 우리는 아침부터 자기 전까지 다양한 이유로 내 얼굴과 마주한다.      

<출처: 네이버 이미지-로이 릭텐스타인의 '거울 보는 여인'>

  40대가 되면서부터는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이 익숙하면서도 마음에 들지 않기 시작했다. 기미와 잡티로 얼굴에 얼룩이 생기고 낯빛도 칙칙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매일 씻고 영양을 공급해주고 때때로 셀프 마사지 팩까지 해주는데도 세월의 흔적을 지우고 예전의 나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마음은 어떨까? 당신은 하루에 몇 번이나 마음을 거울에 비춰보는가? 아니 들여다보기는 하는가? 육아와 직장 일을 병행하며 숨 가쁘게 살아오느라 마음을 가꿀 겨를이 없지 않았는가? 신경 좀 썼는데도 얼굴에 얼룩이 생기는데 그동안 방치한 마음에는 얼마나 많은 얼룩이 있을까?      


  그 마음에 곰팡이까지 끼어 더럽고 냄새까지 나던 때가 있었다. 육아도 집안일도 직장일도 모두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강박에 에너지를 남김없이 쏟아부어 번아웃 상태가 된 시점이었다. 그 결과 나라는 자아감을 상실하고 숨은 쉬고 있지만 죽은 것과 다를 바 없는 상태에 빠졌었다. 살아있다는 느낌은 오로지 사람을 만나고, 쇼핑을 하고, 일에 과도하게 몰입했을 때라야 느낄 수 있었다. 거의 중독에 가까웠다. 항상 공허함과 후회가 뒤따랐으니까.       

   

  내면에 굶주리고 분노에 가득 찬 맹수 한 마리가 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녀석은 더 이상 웅크리고 숨어있지 않겠다는 듯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마저 공격했다. 내가 나를 컨트롤할 수 없는 느낌, 내가 자신과 분리된 느낌, 중심축을 잃고 잘못된 길로 향하고 있다는 느낌. 이런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운 마음 상태로 하루하루 겨우 버티며 살아갈 무렵, 나는 어떻게든 고통을 끝내야겠다고 결심했다. 사실 스스로 나를 치유해보겠다고 마음은 먹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자신을 들여다보는 공부는 어디에서도 배워본 적이 없지 않은가.     


  도대체 내가 왜 이러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원인을 정확히 알아야 대책이든 뭐든 세울 수 있을 테니까. 그래서 무작정 책을 집어 들었다. 각종 심리 서적을 음미하며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건강보조제나 건강식품도 잘못 먹으면 부작용이 있듯이 처음에는 내가 경계성 인격장애나 심각한 정신적 문제를 가진 사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심리에세이부터 심리 전문 서적까지 두루 뒤적이다 보니 내 마음속에 상처 입은 내면아이를 만나게 되었다. 더불어 그 아이가 살고 있는 허름한 마음의 집도 보게 되었다. 내 육체만 치장하느라 철저하게 외면한 그곳을.

       

  그렇게 책에서 시작한 마음 들여다보기는 팟캐스트, 유튜브, 앱 등의 다양한 콘텐츠와 함께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워낙 똑같은 것을 반복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고, 복잡한 것보다 단순하지만 확실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을 선호해서일까. 마음을 챙기고 가꾸는 방법도 심플하지만 상황에 맞게 믹스 매치해서 사용한다. 언제나 해도 지루하지 않고 간편하게 그러나 효과는 만점인 나만의 마음챙김 명상의 루틴을 만들어가고 있다.      

<출처 : 내가 찍은 사진 - 올림피아 자그놀리의 작품>

  나는 명상에 대해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특히 명상과 관련된 어려운 용어들은 머리 아프게 일일이 알고 싶지도 않다. 단지 진지한 태도와 호기심을 가지고 나의 소박한 삶에 어울리는 방법들을 익혀 예전보다 가볍고 평온해진 내가 되고 싶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명상을 대하는 나의 태도는 다큐멘터리 영화 <디터 람스> 속에서 독일 가전 브랜드 ‘브라운’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디터 람스가 한 말과 비슷할 것 같다. “Less but better" 최소한의 그러나 더 나은. “단순함으로 순수함으로 돌아가라.”는 그의 말처럼 단순한 명상들로 나는 매일 조금씩 순수해진 나를 만난다.     


  여전히 나를 가꾸는 일은 즐겁다. 얼굴에 쿠션 팩트를 얇게 펴 발라 최대한 피부를 깨끗하게 표현하고 자연스럽게 눈과 입술에 색을 입힌다. 20년 이상 갈고닦은 노하우로 옷도 꾸민 듯 안 꾸민 듯 센스 있게 내 몸에 입힌다. 마지막으로 타원형 귀걸이와 링 반지들, 시계까지 착용한 뒤 내가 만든 향수를 한 번 팔목에 휘감으면 끝. 이렇게 매일 아침 나는 나만의 스타일링을 완성하고 다시 새롭게 태어난다. 이 작업은 이제 나에게 이를 닦고, 밥을 먹는 것과 같은 모닝 루틴이다. 애쓸 필요 없이 자동적으로 행하는 일. 자, 명상도 이렇게 루틴화 해서 깔끔하고 세련되게 우리의 마음을 가꿔보는 건 어떨까? 꾸안꾸 느낌으로다가 믹스 매치해서.

<출처 : 내가 찍은 사진 - 올림피아 자그놀리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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