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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강차 Sep 25. 2022

108배는 마음 디톡스 운동

-108배해볼까 고소영도 했다는데-

  당신은 자신의 몸의 주인으로서 내 몸을 잘 사용하고 있는가? 몸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채는가? 그러니까 자신의 몸과 친하게 지내는가? 내가 처음으로 108배를 100일간 꾸준히 하고 나서 바로 올라온 한 가지 깨달음은 이 세상에서 내가 믿을 사람은 온전히 나 자신 뿐이고 그중에서도 ‘내 몸’이라는 것이었다. 내 마음에 있던 엄청난 쓰레기들이 빠져나간 뒤 가볍고 깨끗해진 마음에 들어온 빛이 몸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비추었다. 사실 엄마가 된 이후로 바쁘다는 핑계로 피곤하다는 핑계로 거의 운동이라는 것을 하고 살지 못했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 직장에서 잠깐 배드민턴이나 탁구를 배워보았지만 여러 사람 속에서 나의 부족한 면이 드러나고 남과 경쟁하는 식의 운동은 나와는 맞지 않았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고 타인을 많이 의식하던 시기였기에 더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육아에서도 직장에서도 어느 정도 안정된 시기에 접어들었음에도 여전히 집에만 오면 무기력해져서 눕고만 싶고 집안일을 자꾸 미루게 되니 스트레스는 더 쌓여갔다. 내가 내 몸을 조정하는 게 아니라 내 몸에 나 자신이 끌려 다니는 꼴이었다. 그때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들어온 지 1년이 넘는 시점에 108배라는 단어가 자꾸 귀에 꽂히기 시작했다. 마음 치유와 몸 운동을 동시에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시간이 부족한 워킹맘으로서는 아주 구미가 당겼다. 또한 어떤 종교적인 행위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참회하는 의미로써 하는 운동이라고 것이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딱 100일만 해보자. 별 효과 없으면 또 다른 거 찾아보지 뭐.’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운명적으로 108배 절운동을 만나게 되었다. 

    

  예전에는 헬스든 요가든 배드민턴이든 우선 시작도 하기 전에 의복과 장비 구입에 온 에너지를 다 썼다. 그리고 막상 운동을 시작하면 채 한 달이 되기 전에 심드렁해져서 수강료만 날리기 일쑤였다. 그런 나의 금사빠 성향을 알기에 이번에는 돈을 전혀 들이지 않고 우선 시작해보기로 했다. 최소한 작심삼일이 되더라도 한쪽 구석에 버려져 있는 장비와 운동복을 보며 두고두고 죄책감을 느끼고 ‘역시 나는 안 돼’라며 자기 비난을 되풀이하지 않아도 될 테니까. 우선 돌돌 말린 채 오랫동안 몸을 제대로 펴보지 못한 파란색 요가매트부터 바닥에 쭉 펴놓았다. 그 위에 방석 2개를 나란히 놓은 뒤 큰 타월로 맨 위를 덮었다. 그럴싸한 절 방석이 완성되었다. 108배를 정확히 하는 방법은 유튜브 채널에 많이 나와 있는데 나는 〔채환 108배하는 법〕을 보고 기본적인 자세와 자세의 의미를 배웠다. 그냥 절만 하는 것보다 좋은 문구를 들으면서 하면 명상의 효과도 있을듯해서 〔108배 대 참회문〕을 들으면서 했다. 채환이라는 분이 본래 가수여서인지 목소리가 맑고 울림이 있어서 마음까지 편안해졌다.      


  

  | 108배는 마음 디톡스 운동 |


  처음에는 내가 참으로 감사할 줄 모르고 살았구나, ‘내가 옳다’라는 자의식이 엄청 강했구나 하는 깊은 참회와 함께 매번 뜨거운 눈물이 났다. 특히, 나는 옳고 당신은 틀렸다, 이것은 좋고 저것은 나쁘다, 내편과 저편과 같은 이분법적인 분별심에 사로잡혀 있었음을 깨달았다. 108개의 참회문 중에 짓지 않는 죄가 하나도 없어 보였다. 자존심만 내세우려는듯한 살짝 쳐든 턱을 내리고 머리를 조아려 이마를 방석에 댈 때마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 입고 있던 겹겹의 철갑옷이 벗겨지고 점점 작아져서 본래의 나로 돌아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와 함께 한 번도 가까이 가서 들여다본 적이 없는 내 마음, 콘크리트처럼 단단했던 마음의 벽이 서서히 허물어지면서 더럽고 냄새나는 오물 덩어리들이 눈물과 땀과 함께 밖으로 빠져나가는 기분도 들었다. 그래서인지 108배를 하고 나면 그렇게 몸이 가벼울 수가 없었다. 내 몸에서 쓰레기를 가득 채운 10리터짜리 쓰레기봉투가 빠져나간 기분이랄까. 


  직장에 다녀와서 앞치마를 두르고 집안일을 하는데도 전혀 피곤하지 않았고 주말에는 자발적으로 집안일을 다 하고 나서도 에너지가 넘쳐났다. 남편 왈 그때 나에게서 보이지 않는 어떤 기운이 느껴졌다고 했다. 전혀 틀린 말도 아니다. 나 자신조차도 애벌레처럼 꿈틀대며 침대에서 피곤해 죽겠어!라는 말을 연발하며 미루고 미루다가 마지못해 집안일을 하던 사람이 갑자기 돌변하여 나비처럼 가볍게 여기저기로 날아다니며 뚝딱뚝딱 일을 해내는 내 모습이 너무도 신기했으니 말이다. 이처럼 108배는 내 마음속을 정화시키고 어리석은 생각들을 쓸어 담아 버리면서 결국에는 몸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마음 디톡스 운동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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