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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강차 Sep 25. 2022

내게 말을 걸어오는 그림이 있다

-<너무 힘든 날엔 그냥 그림을 봐요> 중에서-

  세 번째는 작은 액자 그림이나 명화 달력을 내 책상 주변에 비치하는 거다. 정신없이 일을 하거나 머릿속이 복잡하고 짜증이 나려고 할 때 잠시 고개를 들어 액자 속 그림을 보면 순간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하던 일과 생각을 멈추고 호흡을 하게 된다. 들숨, 날숨, 들숨, 날숨...... 그렇게 대여섯 번을 하다 보면 조금 차분해지면서 불과 몇 분 전보다 힘을 빼고 여유 있게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요즘 내 책상 위에 걸린 달력은 문숙의 「위대한 일은 없다」 책을 구입했을 때 사은품으로 받은 그림 달력이다. 모든 그림들은 먹물로 선과 점만을 이용해 단순하게 꽃이나 풀, 바람 등의 자연의 움직임을 표현한 것처럼 보인다. 이 달력 속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 산사의 다과 방에 앉아 맑게 우려낸 녹차 한 모금을 마시며 고요히 하얀 구름을 바라보는 느낌이 든다. “힘을 빼렴. 힘을 더 빼렴. 편안하게. 자연스럽게” 달력 속 그림은 그렇게 나에게 최면을 거는 듯하다.  

     

  최근에 내게 먼저 말을 걸어온 그림이 있다. 다름 아닌 조지아 오키프의 <흰 독말풀>이다. 김선현의 「그림 처방전」을 읽다가 알게 된 그림으로, 보는 순간 커다란 꽃 잎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그림에게 질문하며 첫 대화가 시작되었다.    

 

  “저를 부르셨나요?”

  “그래, 맞아, 나를 더 깊게 들여다보렴.”

  “여기가 어디인가요?”

  “너의 마음속이야. 네가 열심히 네 내면을 들여다보고 닦고 버리고 채우기를 반복하더니 영혼이 많이 맑아졌구나. 나는 네 마음속에 피어난 꽃이야. 이제 당당하게 피어나 네 뜻을 펼치렴. 높이 솟아오르렴. 네 안에 잠자고 있던 또 다른 너를 깨우렴. 그녀를 깨우는 일은 그 누구도 아닌 네가 해야 해. 네가 그 아이를 세상 밖으로 끌고 나오렴. 그 아이도 준비하고 있었어. 그때를 기다리고 있었지. 바로 지금이야.”

 “제가 할 수 있을까요?”

 “그럼, 당연하지. 넌 충분히 잘하고 있어.”     


  40*30 크기의 캔버스 액자 속 하얀 꽃 그림은 그렇게 매일 나를 쳐다보며 응원해주고 있다. 나는 고개를 들어 이 그림을 볼 때마다 입 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가고 손에 힘이 쥐어지는 것을 느낀다. 이처럼 그림은 내 내면을 정확히 비춰주는 신비한 거울이자 다시 생기발랄하게 지낼 수 있는 힘을 불어넣어 주는 내 전담 심리 멘토다. 그래서 그림은 매일 곁에 두고 봐야 한다. 내 심리 건강을 위해서. 그렇다면 이 마음을 위한 자양강장제는 몇 병정도 마시면 될까? 하루 일 그림이면 충분하다. 우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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