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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강차 Oct 03. 2022

내 욕망을 부추겨주는 스승을 만난다는 것

- <치유의 글쓰기를 해보자. 나만의 동굴에서> 중에서-

 하지만 내가 쓴 글에는 영 자신이 없었다. 카페에 글을 올릴 때마다 내 안에 겁쟁이가 튀어나왔다. ‘내 글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아무도 댓글을 달지 않으면 어쩌지?’하는 걱정이 앞섰다.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내 생각과 내 삶이 적나라하게 노출되는 일이니까. 그때 두려움을 떨쳐내고 계속 쓸 수 있는 힘을 불어넣어 준 말 한마디가 있다.      

  “그대는 천상 글쟁이고, 글로 밥벌이를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소심하고 자존감이 낮던 마돈나는 무용 교사 플린 선생님이 해주신 “너는 아름답고 뛰어난 재능을 가졌으며 폭발적인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어”라는 말 한마디 덕분에 인생이 바뀌었다고 한다. 슈퍼 모델 장윤주도 “얘 다리 좀 봐라. 너 범상치 않구나. 넌 커서 톱모델이 될 수 있겠어”라는 수학선생님의 말 한마디에 모델의 길로 들어섰다고 했다.      


  그렇게 내게도 글쟁이의 욕망을 알아보고 이끌어 내주신 스승이 있다. 바로 너무도 인간적인 오병곤 사부님! 스승의 진심 어린 격려의 말 한마디는 마법과도 같다. 마음속 저항을 용기로 바꿔 놓는다. 심지어 자는 동안 나의 욕망에 자기 신뢰의 날개를 달아 놓는다. 제자가 준비되면 스승이 나타난다고 했던가. 그때 나타난 스승은 분명히 나다움을 향해 가는 여정에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줄 것이다.


  사실 나를 나답게 해주는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스승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먼저 자신답게 살았던 그들의 삶에서 나답게 해주는 무기들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추억의 보글보글 게임을 기억하는가? 사탕이나 신발 아이템을 먹으면 공룡들은 힘을 얻어 움직임이 빨라진다. 더 많은 양의 버블도 쏠 수 있어서 몬스터들을 쉽게 가둘 수 있다. 이처럼 나는 스승의 삶에서 엿본 지혜를 통해 멈추지 않고 계속 글을 쓸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창작의 가장 나쁜 적인 두려움과 의심도 물리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득템 한 것이다.  


  먼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인 프랑스의 지성 아니 에르노는 《진정한 장소》라는 인터뷰 집에서 글을 쓰기 시작할 때 ‘명백한 감정’을 가지라고 말한다. 즉 자신이 겪은 일을 다른 사람도 겪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글을 쓰라는 것이다. 그녀는 절망과 만족감을 교대로 느끼며 윤곽이 뚜렷하지 않은 일, 그것을 향해 용감하게 돌진해서 마침내 원고를 완성해 낸다. 원고를 끝내고 나서 하는 생각은 ‘자, 해치웠어!’이다. 그렇다면 지금 나도 손끝에 ‘확신’이라는 무기를 장착해야겠다. 다 해치울 때까지.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글》에서 마치 살아있는 알몸과 같은 글쓰기를 하라고 말한다. 절망을 버티며 아니 절망을 품고 쓰라고 조언한다. 짐승들이 밤중에 내지르는 울음, 모든 사람과 나의 울음, 개들의 울음 같은 글을 쓰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글을 쓰면서 그녀는 새로운 자아를 찾았고 생물학적 나이를 뛰어넘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나도 ‘절망’과 ‘울음’을 품은 채 글을 쓰며 진정한 나를 찾아서 나이를 잊은 채 살고 싶다.      


  정여울 작가는 《까르륵까르륵》이라는 월간 정여울 3월호에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는 이유를 나다움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조금 느리고, 많이 뒤처지더라도 자신만의 느리고 소중한 글쓰기를 하고 싶단다. 인기가 아니라 진심 어린 공감과 글쓰기 자체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문학과 심리학의 하모니를 통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한 만큼 스펙트럼이 넓고 깊이 있는 글을 쓴다. 그녀의 글은 단순한 위로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트라우마와 마주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준다. 나도 느리더라도 아날로그적 감성을 간직한 채 글쓰기를 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쓰는 행위 자체에서 희열을 느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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