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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단향 Sep 15. 2021

당신의 하루를 궁금해하지 않는 그대에게

대인관계의 소소한 변명들 : 타인의 삶에 녹아들기 위해 가져야 할 자세

"오늘 하루 어땠어?" 라는 말을 써본 적이 있는가.



건조되기를 기다리는 스토크(비단향꽃무)


아니, 들어본 적 있는가. 오늘 나의 하루가 어떠했는지. 오늘의 출근 혹은 등교 준비는 정신없었는지 여유로웠는지. 가는 길에 무엇을 보았는지. 불쾌한 일은 없었는지. 오전 근무 혹은 수업은 어땠는지. 점심에는 무엇을 먹었는지. 혹시, 어딘가 아프지는 않았는지. 혹시, 내가 보고싶지는 않았는지. 등등의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우리는 간혹 타인에게 '나'를 알리기 위해 노력한다. 당신은 타인에게 '나'를 소개할 때 무엇을 말하는지가 궁금하다. 상상해보자. 당신은 지금 카페에 있다. 당신의 앞에는 이름정도의 신상정보만 공유된 '타인'이 존재한다. 주문한 음료가 나오기까지 유지되는 침묵이 퍽 어색한 그런 관계다. 진동벨이 울리고 "아, 제가 가져올게요."라는 말조차 용기가 필요한, 그런 관계. 이제 타인과 나 사이에는 음료 두 잔이 존재한다. 당신은 이 어색한 침묵을 깨기 위해 무엇이든 말해야한다. 타인은 은근히 당신을 궁금해하는 눈치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뭐하는 사람인지….

당신은 당신의 무엇을 알려줄 것인가. 출신 대학, 월 수입, 앞으로의 계획 등등…. 머릿 속에 생각나는 당신의 정보들이 있는가. 일단 전부 지우자. 당신을 알리기 위해서는 타인을 궁금해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


만약 당신의 하루를 궁금해하지 않는 누군가가 있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자신의 하루만을 말하고 자신의 생각만을 말하고 자신의 감정만을 쏟아내는 타인. 당신은 그 옆에서 경청자로서만 존재한다. 당신의 옆에 존재하는 타인을 보며 당신은 생각 할 것이다. "외롭다." 관계의 공백은 이곳에서 시작한다. 분명 옆에 누군가 존재하지만 어딘가는 허전한, 채워지지 않는, 혼자 있는 듯한 그런 이상한 기분. 주기적으로 누군가와 만남을 갖고, 가고싶은 카페를 가지만 집으로 돌아왔을 때 처절하게 세상에 혼자 버려진 기분 말이다.


" 오늘 점심에 칼국수 먹었어."라고 말하는 사람보다는 "오늘  먹었어?" 물은 , "나는 칼국수 먹었어."라고 답하는 사람과 함께하라. '' 하루를 알리는 것보다 '당신' 하루를 궁금해 하는 타인은 적어도 '처절하게 세상에 혼자 버려진 기분'따위는 느끼지 않게 해줄 터다. 다만, 처절한 경청자만을 옆에  사람 역시 "외롭다." 감정을 안다. 자신의 세계에 온전히 자신만이 존재하니 그렇다. 감정의 결과는 같으나  감정까지 하는 길은 매우 다르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가 외로움에 공감한다. 하지만 당신은 어떻게 외로운 감정까지 찾아왔는가. 당신의 세계에는 당신만 있는가. 당신의 세계에 타인을 들여 보낼 생각을 해보기는 했나. 외로워서 타인에게 나를 늘여놓고 나를 받아들이라고 강요하지는 않았는가. 당신의 외로움은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는가.


그러니까 사실은, 당신도 일방적인 소통가인지 궁금한 것이다.

이제 다시 물어본다.

"오늘 하루 어땠어?"라는 말을 써 본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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