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금지
구직 사이트에 수두룩하게 쌓인 경력직 채용 공고를 보며 깊은 고민에 빠진다. 과연 이들 중 몇 개의 회사가 ‘경력직 채용’이란 단어의 조합을 적확하게 쓴 것일까 하는 쓸데없는 고민. “경력이 있는 직원을 뽑는다”는 지극히 사전적인 뜻으로 말이다. 특히 “경력”이라는 단어를.
10개의 회사 중 5개~6개, 50~60%의 확률로 ‘경력직을 뽑는다’라는 말을 단순히 “일을 어딘가에서 해 본 애를 데려다 우리 회사에 앉혀 놓으면 알아서 잘 하겄지.”라는 의도로 사용하는 곳이 많다. 근데 이게 단순해도 너무 단순하다.
경력직은 여러모로 봤을 때 안전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특히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은 경력직을 선호한다. 빠른 성장을 해야 하는 스타트업은 신입을 가르칠 여력이 없어 그렇고, 성장이 둔화된 중소기업은 가르칠 여력 혹은 능력이 없어서 그렇다. 두 종류의 회사 모두 입사와 동시에 실무에 투입해 실질적인 결과물을 내놓길 원하지만 중소기업은 어떻게든 한 푼이라도 연봉을 깎으려 하는 도둑놈 심보를 갖고 있다. (좋소기업이라는 콘텐츠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물론 아닌 회사도 있겠죠. 있다면 연락 좀 주세요. 010...
물론 예외도 있다. GOP(Gross Operation Profit)가 아름다운 상승 곡선을 이루는 회사라면 가능하다. 각각의 조직이 규모가 커져 기존 인력+새로운 TO가 나는 경우라면 낫밷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다시 대부분의 회사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그들이 경력직을 채용할 때 간과하는 것이 있다. 경력직을 뽑는다는 건, 특히 5년 이상의 경력직을 뽑는다는 건 “당신이 5년 동안 사회생활을 하며 축적한 눈으로 보이지 않는 노하우들을 존중합니다. 그것들을 우리 회사에서도 한 번 써주세요.”라고 제안하는 것과 같다는 것. 앉혀 놓으면 어련히 잘하겠지,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경력직이 알아서 잘하게끔 독려하기 위해 그가 지금까지 일 해 온 방식을 이 회사에 접목시키려고 하는 시도를 받아들이려는 회사의 마인드셋도 필요하다.
경력직 신입의 시도를 100개 중 10개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는 “날 대체 왜 뽑은 거임?”의 상태가 되어 회사와 충돌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렇게 모두가 함께하는 지옥불 퍼레이드가 시작되는데...
누구 하나 죽을 때까지(내가 다른 회사를 찾아 떠날 때까지) 끝나지 않는 고통의 패턴을 반복하게 되는 것. 그러니.. 그런 식으로 “무조건 회사에 맞춰!”라고 강요할 거라면 신입사원 뽑아서 시간과 노력 투자해 키우는 게 맞다. 애꿎은 경력직 뽑아서 사람 환장하게 하지 말기.
잡 디스크립션 편에서도 이야기했듯 구직자에게 필요한 것은 ‘그래도 최악은 아닌’ 회사를 찾아내는 선구안이다.
그렇다면 플랜 B로 일단 입사 후 일주일 정도 각을 잰 후에 빠른 손절을 하도록 하자. 고민하다가 어영부영 6개월, 1년 시간이 흐른 후 박차고 나오면 경력 기술서에 빵꾸만 날 뿐이니.
이상, 자기소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