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앞의 신_14. 사회

자기 인식은 어떻게 왜곡되는가

by 알수없음


인간은 자기 인식을 통해 자신을 잠깐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상태를 지속하지는 못한다.

에너지를 너무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타자로 보기 위해서는

항상 깨어 있어야 하고, 스스로를 관찰해야 하며,

기존에 해왔던 익숙한 해석으로 끌려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이 상태는 비용이 높다.
그래서 인간은 다른 선택을 한다.

자기 인식을 유지하는 대신 ‘공유’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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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는 편안하다.
그러나 편안함은 패턴을 유지할 뿐, 확장을 만들지 않는다.
확장을 만드는 것은 언제나 충돌이다.

따라서 우주는 인간을 고립된 존재로 두지 않았다.
타인을 배치하고, 관계를 만들고, 집단을 형성하게 했다.


집단에서 타인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각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이 다르기 때문이다.

타인과의 충돌은 나의 관점·감정·기대·해석 습관을 시험대에 올리고,

이 과정에서 인간은 자신이 보지 못하던 한계를 마주한다.


관계는 개인에게 가장 가까운 충돌 장치이고,
집단은 그 충돌을 안정적으로 반복하기 위한 구조다.


집단이 형성되면 규범이 생긴다.

서로 다른 관점들이 무한히 충돌하면 집단이 유지될 수 없기에,
집단은 충돌을 줄이는 방향으로

행동의 기준, 말의 범위, 감정의 허용선을 정한다.

이 순간부터 변화가 시작된다.


원래 자기 인식은 각자가 스스로를 관찰하는 사건이었지만,
집단 안에서는 그 관찰이 외부 기준으로 대체된다.


“나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대신

“여기서는 무엇이 옳은가?” 로 질문이 바뀐다.


자기 인식은 점점 개인의 내부 작업이 아니라,

집단의 허용을 구하는 형태로 변질된다.

이것이 반복되면, 자기 인식은 규범이 된다.

규범은 반드시 지키는 자와 어기는 자를 만든다.


여기서 권력이 발생한다.

권력은 악의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권력은 그저 집단이 자기 인식을 유지할 수 없을 때

자연스레 생겨난다.


누군가가 기준을 정하고,

누군가가 판단을 대신하고,
누군가가 “이것이 맞다”고 말해주기를 바라는 순간


인간은 자기 인식을 외주화 한다.

외주화 받은 자들은 그 요청에 응답하며

기준을 세운다.

기준은 위계를 만든다.

위계는 자연스럽게 권력이 된다.


집단은 인간을 확장시키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인간의 인식을 가장 빠르게 굳히는 장치가 된 것이다.

충돌을 통해 인식을 열어주지만, 안정을 위해 그 인식을 닫는 것.

이것이 사회의 이중성이다.


그리고 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이 왜곡은 개인의 선택을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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