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

- 낭독이란 뭘까?

by 임쓸모


국어사전에서 ‘낭독’의 뜻을 찾으면‘글을 소리 내어 읽음.’이라고 나온다. 글을 소리 내어 읽는 것은 초등학교 코흘리개 시절 누구나 한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교과서와 멀어진 이후 일상에서의 낭독은 드문 일이다. 솔직히, 눈으로 빠르게 읽는 묵독의 기술을 습득한 어른이 굳이 시간을 써가며 낭독을 할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그래서 흔히들 ‘낭독’이라고 하면 콘서트홀, 아니면 소극장 규모의 무대에서 마이크를 들고 시나 책의 한 대목을 고운 목소리로 들려주는 장면을 떠올릴 것이다. 실제로도 낭독은 작가의 신간을 소개하는 북 콘서트 같은 곳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나도 언젠가는 좋아하는 작가의 북 콘서트에 참여해서 육성으로 그들이 쓴 문장을 듣는 영광의 순간을 함께 하고 싶다. 정!말!로!)

하지만 콘서트홀이 아닌 매일 우리 집에서도 ‘낭독의 현장’은 재현된다. 첫아이가 백일을 지난 시점부터 지금까지 적어도 우리 집에서는 그렇다. 첫 아이가 초점책을 뗀 백일 이후부터 매일 밤 9시부터 약 1시간 가량 진행되는 이 낭독회는 때로는 지침과 부침의 시간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웃음과 호기심, 감동의 도가니로 알알이 채워져 우리 세모자를 단단하게 묶어주었다.


하지만 이러한 기쁨의 시간은 아이들이 커 가면서 또 다른 걱정을 가져 오기도 했다. 첫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부터 '이제 글을 읽을 줄 아는 아이에게 계속 어른인 내가 책을 읽어주는 것이 괜찮은걸까? 오히려 아이의 읽기 능력을 과소 평가하고 읽기의 발달을 지연시키는 장애물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생겼다.


하지만 어느 날, 우연히 본 인터뷰 기사를 읽고 나의 기우를 잠재울 수 있었다. <아홉살 독서(어크로스,2019)>의 한미화 작가님은 미국 터프츠대 교수 매리언 울프의 책을 인용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인간은 완성된 뇌를 가지고 태어난는 것이 아니다. 자라며 많은 상호작용과 반복을 통해 뇌가 완성된다. 아이가 글을 읽을 줄 안다고 단번에 '읽는 뇌'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는 뇌'가 성장하려면 훈련이 필요하다. 부모가 원하는 독서 독립에 이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스스로 책을 읽고 충분히 정보를 받아들이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진정한 독서에 이르려면 12세 무렵은 되어야 한다."


그 후로 우리 집에서는 큰 녀석이 5학년이 된 지금까지 꾸준하게 밤 9시면 낭독회가 열린다. 대부분은 그림책이지만 동시, 어린이 이야기책, 환타지 소설, 고전까지 분야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 그래서 때로는 1시간이 모자라게 느껴질 때도 있다. 동시 같은 경우에는 서로에게 낭송해주기도 하고 동시제목을 맞추는 수수께끼 놀이도 한다. 이야기책을 읽다가 자신이 학교에서 겪은 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삼천포로 빠져서 수다를 떨기도 한다.(학교에 있었던 일에 대해 입이 무거운 녀석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것은 매우 귀한 시간이다.엄마 레이더 발동!) 그러다가 그날 읽어야 할 책을 다 못 읽을 때도 있다. 그래도 이래도 즐겁다.

이러한 낭독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자 이 책을 만들게 되었다. 그간 10년 가까이 방구석 낭독회를 열면서 쌓인 나름의 노하우도 풀어놓고 양육의 기쁨과 슬픔도 함께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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