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이제 조금 익숙해진 엄마의 낭독(만3세~5세)

책을 읽고 처음 울었을때

by 임쓸모


여러분은 책을 읽다가 운 적이 있는가?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가 우는 경우는 많이 봤지만 책을 읽다가 우는 경우는 점점 드물어지는 것 같다. 그래도 기억을 더듬어 보자.


내가 처음으로 읽고 울었던 책은 무려 <레미제라블>이다. 물론 진짜 <레미제라블>은 아니고 병아리 문고에서 나온 <장발장>이라는 책이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내가 울었던 장면은 장발장이 억울하게 쫓기거나 죽는 장면이 아니었다. 도리어 장발장을 끈질기게 쫒던 자베르 경감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장면에서 펑펑 울었던 게 기억난다. 왜 주인공이 아닌 빌런의 죽음에 눈물을 흘렸는지는 아직도 미스테리지만 아마도 그가 느꼈을 장발장에 대한 미안함 회한 같은 것들이 어린 마음에도 동정심을 가지게 한 것은 아닌가 싶다.


첫째가 읽고 처음 울었던 책은 <토끼 인형의 눈물>(마저리 월리엄스 지음, 사카이 마코토 그림, 고향옥 옮김, 웅진주니어, 2008)이었다. 100여년전 나온 이 이야기는 마저리 윌리엄스가 자신의 어린 딸을 위해 지었다고 한다. 100년 동안 100여권의 이본이 만들어졌다고 하니 1년에 한번은 다시 만들어진 셈이다. <벨벳토끼인형>,<진짜가 된 헝겊토끼>라는 이름으로도 나와 있는 책인데 우리 아이가 좋아한 판본은 사카이 마코토 그림의 <토끼인형의 눈물>이었다.

<출처: 예스24>


줄거리는 이렇다. 아이의 크리스마스 선물 중 하나였던 토끼인형은 처음엔 관심 받지 못해 속상해하다가 말인형이 "아이가 진짜로 대하는 장난감이 진짜가 되는거야"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러다 아이의 둘도 없는 짝꿍 인형이 된 아기토끼 인형. 영원히 행복할 줄 알았지만 아이가 전염병에 걸리면서 아이의 물건들은 태워질 위기에 처하게 된다. 아기토끼인형은 과연 어떻게 될까? 사랑하는 아이와는 이대로 영영 헤어지게 되는 것일까?


이 책을 아이가 3살 무렵 읽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책 속의 의사 선생님이 "아이 방에 있던 모든 것을 태워야합니다."라는 대사가 나오자 마자 "안돼~! 안돼~!"하며 울먹이기 시작했다. 다행히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곧 눈물을 닦고 안도하기는 했지만 얼마나 흥분했던지 코끝이 빨게 져서 울었던 귀여운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아마도 아이는 자신의 인형 "베베"와의 관계로 감정 이입을 하며 이 책을 이해했을 것이다.

동생이 생기면서 외로워질 첫째의 마음을 달래주고자 없는 솜씨를 발휘하여 만들어 준 엄마표 애착인형 "베베"

이제는 너무 낡아지고 헤져서 구멍이 나고 수선할 만큼의 천상태도 아니어서 고이 모셔둔 아이의 애착인형이 있다. 동생이 태어나기 직전 없는 솜씨를 짜내어 만들어준 인형인데 아이는 자신이 진짜로 믿고 그렇게 대해주면 진짜 곰이 되는 걸로 믿었을까? (사실 그 속마음까지는 모르겠다.)


둘째가 읽고 처음 울었던 책도 같은 그림작가의 <노란 풍선>이었다. 그러고 보면 사카이 마코토의 그림은 우리가 아는 전형적인 동화풍의 그림은 아니다. 약간은 거친 색연필의 음영이 묘한 쓸쓸함을 느끼게 하는데 아이들도 그런 면을 느끼는 것일까?

<출처: 예스24>

주인공 아이는 소중하게 가지고 놀던 노랑 풍선을 한순간 잃어버리고 노란 풍선은 나뭇가지에 걸려버리고 만다. 도움을 주던 엄마도 어찌하지 못하고 밤이 되자 노란풍선은 달님처럼 아이의 머리 위를 비춘다.


둘째는 말문을 떼면서 "형아꺼야?"라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 둘째 입장에서 보면 이미 태어나면서부터 주변의 왠만한 물건들은 다 형아것이었다. 괜히 허락없이 만졌다가는 형아의 태클이 바로 들어왔으므로 언제나 먼저 물어봐야 한다. "이거 형아꺼야?"

나만의 것이 생겨서 즐거운 주인공 아이의 마음과 통했던 둘째는 노란 풍선을 잃어버리는 장면에서부터 대성 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노란풍선이 달님처럼 보이게 되는 마법같은 엔딩도 둘째에게는 아름다운 끝이 아니었기에 마지막 책장을 덮고서도 세상 서럽게 울었다. 잘 밤에 풍선을 찾아내 불어주고 안겨주고 나서야 눈물을 그쳤다.


어른들의 독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아이들의독서도 자신이 처한 입장이나 상황에 따라 감정 이입하는 대상이 달라지는 것 같다. 아이들과 책을 읽을 때 아이들이 인물에 자신의 어떤 부분을 투영하면서 책을 읽고 있는지 살펴보고 그 감정을 읽어주는 일, 그건 책을 함께 읽어주는 일만큼 중요한 일이다.



끝으로 우리 모자의 공통 눈물버튼인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이름만 들어오 눈물이 나는 사를로트 문드리크 글, 올리비에 칼레크 그림의 <무릎딱지>(한울림어린이, 2010)이다.

<출처:예스24>

"엄마, 내가 진짜 슬픈 책 알아!"하면서 둘째가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 <무릎딱지>였다. "선생님이 읽어주다가 울었어."하면서 가져온 책을 내가 읽다가 끝까지 못읽고 첫째에게 바톤을 넘겼는데 첫째도 몇장 못 넘기고 울어버려서 결국 둘째가 마무리 하면서 다 같이 울었던 책. 어린이 책이 이렇게 슬퍼도 되는 거냐라고 누군가 반문할지도 모르겠지만 어린이의 세계에도 슬픈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오히려 이런 책이 있어서 슬픔을 직면한 어린이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줄 수 있어 다행이다 싶다. 책 내용은 도저히 소개 못하겠다. 또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누구든 펑펑 울고 싶을 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유아기 아이들과 읽으면 좋을 책!


dlvkfksi.jpg 이파라파냐무냐무 [ 양장 ]이지은 글그림 | 사계절 | 2020년


Tip! 귀여운 그림체에 참신한 내용, ‘이를 잘 닦자’는 메시지까지 무엇하나 나무랄 게 없는 그림책! “이파라 냐무냐무”의 듯을 알아맞히는 재미도 쏠쏠하다.



117010104.jpg 수박 수영장 [ 양장 ]안녕달 글그림 | 창비 | 2015년


Tip! 우리집의 스테디 셀러! 여름만 되면 꺼내보는는 책이다. 수박 한정이 사다가 화채만들어서 먹을 때 속을 끍어낸 수박 빈통으로 수박 수영장 놀이를 하기도 한다. 상상력 갑인 안녕달 그림책! <할머니의 여름휴가> ,이지은 작가의 <팥빙수의 전설>과 더불어 우리집 여름을 책임지는 그림책.


글밥이 거의 없고 거의 의성어, 의태어로 이루어진 책이어서 실감나게 소리를 흉내내는 것이 관건이다.




tpahspah.jpg 모양 친구들 시리즈 3종 세트 / 세모 / 네모 / 동그라미존 클라센 | 시공주니어(전집) | 2018년


Tip! 익숙한 모양들이 주인공이고 그림이 단순한데도 이야기가 주는 메시지만은 단순하지가 않다. 그것이 좀 클라센 그림책의 매력! 세모, 네모, 동그라미 각각의 성격들이 다 다르고 개성이 넘친다. 2가베(프뢰벨의 은물 교구)나 모양이 끼우기 등의 교구 놀이를 활용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rnfmaQkd.jpg 구름빵 [ 양장 ]백희나 저 | 한솔수북 | 2019년


Tip! 백희나 작가님의 아픈 첫째 손가락같은 작품이지만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해서 보고 또 봤던 책. 처음 산책이 제본이 닳도록 읽고 새로 산 책도 헤져서 테이프로 수선을 해가며 읽었던 책이다. 책을 읽고 쿠키나 빵을 만드는 요리활동과 연결해도 좋다, 다만, 진짜 구름으로 만든게 아니라서 날 수는 없다는 거...미리 이야기 해주자! (안그러면 실망하더라구요..)


<사진출처: 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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