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느슨해지기 쉬운 시기(초등 중학년)

“ 읽는 아이와 읽지 않는 아이의 가림길 ”

by 임쓸모

아이들과 독서 동아리를 진행하다가 제일 이탈자가 많이 나오는 순간이 중학년으로 올라가면서부터인 것 같다.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아이들의 개인 휴대폰이 생기면서 본격적으로 책과 멀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공부량이 많아지면서 꼭 읽어야 할 책만 읽는 경우가 많아지고 아예 책보다는 관련 영상을 찾아보는 것으로 독서를 대체하는 친구도 보았다. 책만이 유일한 지식 습득의 방법은 아니겠지만 책과 멀어지는 것이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아직 밤마다 아이방에서 책을 읽어주는 이유는 부쩍 커보여도 아직 엄마 옆구리를 파고들어 자리잡고 엄마의 낭독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어서다. 낮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눈도 안 마주치고 대답도 대충 대충 하기 일쑤인 불량 엄마지만 그래도 이 시간만큼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책을 읽고 수다를 떨고 마무리로 꼭 안아주는 시간이라는 걸 아는 녀석들이다. 아직은 사춘기 전이라서 그런지 이 시간이 허락되고 있다.


하지만 책태기가 찾아온 것만은 분명한 것이 도서관 나들이를 점차 귀찮아한다는 게 느껴졌다. 돌아오는 길에 카페에 들러 맛있는 디저트를 사주겠다고 꼬셔도 보지만 점점 티비 앞에서 배를 긁으며 “엄마가 좋은 책으로 골라와~ 엄마가 빌리면 다 재밌어!”하는 큰 녀석은 영락없이 일요일 아침의 즈그 아빠와 똑 닮아있다.

그래서 고안해낸 것이 <좋은책 월드컵>이다. 이 방법은 경쟁심 강한 아들 두 녀석에게 효과를 발휘했다.


먼저, 도서관에서 자신이 재미있어 보이는 책 7권씩(우리 동네 도서관의 1인당 대여 가능 책 권수)을 고른다. 직접 카드를 찍어서 대출하거나 사서샘에게 가져가서 대출받는다.

평소처럼 즐겁게 책을 읽는다. 이 때 자신이 고른 책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 아이들끼리 눈치를 보는 것이 또 재밌다. 자신이 고른 책을 동생이나, 형 엄마가 좋아하는지 살피는 것이다. 자기가 봐도 좋고 재미있는 책이면 고개를 끄덕이며 승리를 확신하는 모습도 귀엽다.

빌려 온 책을 다 읽고 나면 토너먼트 식으로 좋았던 책을 선별한다. 1위를 한 책은 구입해서 소장하는데 벽에 걸린 독서 트리 포스터에 <명예의 전당>처럼 이름을 올릴 수 있다.

대부분의 책은 거의 다 좋은 책이지만 이것은 철저히 “취향”이라는 것을 강조하여 이해시켰다. 처음엔 자신이 좋아하는 책이 선정되지 못하자 마음 약한 첫째는 눈물도 보였지만 이내 1등을 못해도 좋은 책은 자기가 사겠다면 용돈 지갑을 털었다. 어쨌든 책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게 하려고 나도 참 별수를 다 쓴다 싶다.


아이가 3학년이 되면서 제일 재미있게 읽은 장기 프로젝트는 <해리포터>전권 읽기였다. 평소 좋아하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출연자들이 해리포터 코스프레를 하고 나왔는데 첫째가 관심을 보이길래 책 속의 주인공들이라고 이야기 해주자 궁금하다면서 책을 사달라고 했다. 그래서 (물론 자기 용돈으로)1권을 사주었더니 무척 재미있어했다. 그리고 한 권, 두권 씩 사서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시리즈가 끝날 때마다 영화로 다시 보면서 그렇게 아이는 해리포터 덕후로 다시 태어났다. 해리포터 레고를 사 모으고 지팡이를 사서 “엑스펙토 펙토로눔!”외치고 다닌다. 아직 꿈과 환상의 세계를 좋아해 주니 다행이다. 게다가 환타지 문학의 계보를 잇는 작품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나니아 연대기>,<반지의 제왕>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


기저귀 차고 기어 다닐 때는 언제 크나 했는데 이젠 조금 천천히 커 주었음 좋겠다. 언젠가 환상의 세계를 스스로 깨뜨릴 날이 오겠지만 아직은 아니었음 싶다.


♥ 중학년 어린이들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


46587947 (1).jpg 라면 맛있게 먹는 법 [ 양장 ]권오삼 글/윤지회 그림 | 문학동네 | 2015년


Tip 표지에 그려진 라면 그림만으로도 아이들의 이목을 끄는 동시집.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동시는 서로 번갈아 가며 낭송하거나 조금 긴 시는 연을 바꾸어 번갈아 가며 읽어본다. 종종 시의 내용만 읽고 제목을 맞추거나 새로 지어보는 놀이도 할 수 있다.


XL - 2023-10-22T143917.267.jpg 길고양이 연구 [ 양장 ] 이자와 마사코 글 / 히라이데 마모루 그림 / 이예린 역 | 파랑새어린이 | 2008년

Tip! 관찰과 탐구란 이런 것!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길고양이에게 관심을 가지고 하루동안 관찰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천연덕스러운 길고양이의 자태에 홀리듯 읽다보면 내 주변에 저렇게 탐구할 거리는 무엇이 있을까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논리력이 자라나는 시기에 탐구심을 길러주는 책!


23611882.jpg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유은실 글/권사우 그림 | 창비 | 2005년

Tip! 린드그렌 선생님의 다른 작품을 읽게 하는 마중물 같은 책. 편지글로 되어 있어 감정 이입하기도 쉽고 매우 현실적인 생각거리도 던져주는 책.심지어 너무 재미있다. 읽다보면 ‘비읍’이와 더불어 나도 자라는 기분!


<사진출처: 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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