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지키는 일, 독서 ”
앞서 여는 글에서도 말했지만 낭독은 사실 일상에서 잘 하지 않는 독서 방법 이기는 하다. 아니, 요즘은 독서라는 행위 자체가 줄어들어서 매해 출판계의 한숨이 깊어간다는 이야기도 종종 듣는다. 그럼에도 나는 왜 독서를 하는가.
내가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책을 읽는 습관이다. 가진 것도 없고 똑똑하지도 못한 내가 그나마 이 세상을 잘 견뎌 온 것은 ‘독서의 힘’을 때문이었다고 믿는다.
원가족이 깨지고 어려웠던 시절에 내 가슴속에는 <빨강머리 앤>과 <소공녀> 세라가 함께 해주었고 어려운 결정을 내릴 시기 마다 헤세의 <데미안>이 “정말 네가 원하는 일이야?”라고 말을 걸어주었다. 아무리 힘든 날이라도 책장을 열면 나는 그 다른 세계 속에 숨어서 나를 지킬 수 있었다.
엄마가 된 이후 어느 정도 한숨을 돌렸을 때 나를 찾기 위해 펴든 것도 책이었다. 하지만 젊은 날의 독서와는 다르게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게 아니라 봐야 할 것들을 찾아서 봐야만 할 것 같았다. 그게 어른의 일인 것 같아서.
하지만 다시 펴든 책에 집중할만한 여건은 아직은 시기 상조였는지 예전처럼 읽는 속도가 붙지 못했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은 반납기한이 다 되도록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니까 잘 빌리지 않게 되었고 내가 읽을 책은 돈이 아까워서 쉽게 구매 버튼을 누르지도 못했다. 다만 육아서 만큼은 돈 아까워하지 않고 열심히 사서 읽고 모아두었다. 필요한 지식이니 만큼 머릿속에 마음 속에 쏙쏙 들어와 박혔다.
아이가 학교에 입학한 후 학부모회에서 독서교육지원분과에 들어가 활동하면서 그나마 다양한 책을 잡을 기회가 생겼다. 학부모 독서 동아리가 생겨나고 매달 인문, 소설, 과학의 다양한 부분의 책을 읽게 되었다. 쉽게 읽히는 책도 있었지만 생소한 언어들로 쓰여진 책들도 있어서 읽으면서도 무슨 말인지 모를 때도 많았다.
그래서 어려운 책은 소리내어 나 자신에게 읽어준다. 물론, 모르는 단어들은 찾아봐야 겠지만 소리내어 읽으면 눈으로만 읽을 때보다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좀 더 쉽게 내 안으로 들어 왔다. 그래서 유발 하라리나 피터 비에리 같은 작가들의 책은 조금 천천히 읽더라도 소리 내어 읽었다. 100%는 아니더라도 말하고자 하는 바를 조금 알 듯 말 듯 하다면 그걸로 되었다 하는 심정으로.
이렇게 책을 읽으려고 하는 것은 읽는다는 행위가 나를 나로서 존재하게 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동안은 나와 책만 생각한다.
아, 어려운 책 말고 또 낭독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시’이다. 시는 낭독이 아니라 낭송이 맞는 표현이겠지? 하루에 한편 조용한 시간에 소리를 내어 시를 읽는다. 마음에 드는 시는 필사도 해둔다. 시를 읽을 때는 호흡을 가다듬게 된다. 그렇게 내 삶을 가다듬어 본다.
♥ 엄마말고, 그냥 사람일 때 읽으면 좋을책
Tip! 1984년이 지난지는 오래지만 미래 사회에 이런 일이 생길것만 같은 불안이 엄습하는 책. CCTV와 카드 사용내역, 휴대폰 위치 추적 자료만 있다면 지난 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두에게 알려질 수 있는 현대 사회를 돌아보게 한다. 우리 사회에 빅브라더는 누구인지 “항상 깨어있으라”고 주문하는 책이다.
Tip! 생각해보면 어릴 때 만화로 접한 명작들을 읽었다고 착각하고 사는 책이 많다. <키다리 아저씨>,<소공녀>, <빨강머리 앤>, <비밀의 화원>, <작은 아씨들> 등등...지나간 명작동화도 다시 봐야할지니....
<비밀의 화원>에 나오는 신비한 자연치유의 기적을 어릴 적 만화 속에서는 미처 모르고 지나쳤다. 다시 찾아볼 작품들이 수두룩 빽빽!
Tip! 엄마가 되고 자신의 이름을 잃었다고 생각하는가? 이 책의 주인공은 엄마가 되려고 하면서부터 자신의 이름을 찾으려 애쓰는 사람이다. 해외입양된 주인공이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하지만 자신의 뿌리를 찾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내가 어떤 마음을 가졌는가‘ 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태어날 존재에 대한 진심일테니...
Tip! 읽으면서 작가의 다른 책들에 비해서 힘을 많이 빼고 하지만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쓴 책이구나 하고 느꼈다. 이제 엄마의 역할을 점점 벗어나게 되면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더 고민하는 시간이 찾아올 것이다. 그때 다시 한번 펼쳐봐도 좋을 책.
Tip! 소리내어 읽다보면 내삶의 어느 부분과 맞닿아있는 싯구가 툭툭 튀어 나온다. 가슴이 아리면서도 아름다운 언어들의 직조를 읽고 있노라면 일상 속에서 묵어있던 복잡한 감정들이 정화되는 기분이다. 하루 한편 시를 낭송하자! 집을 청소하듯이 영혼도 반짝반짝 닦아보자.
<사진 출처: 예스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