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혜롭게 사춘기를 지나가는 법 ”
사실, 이 장을 쓰는 것은 내 능력 밖의 일이긴 하다. 왜냐하면 나는 아직 내 아이의 초등 고학년 시절을 모두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것은 나의 희망 사항을 적은 장이라고 이해해주시면 좋겠다.
지금까지 방구석 낭독의 힘에 대해 이야기해왔지만 이것에 대한 효과를 정리하기는 쉽지 않다. 왜냐면 이 프로젝트는 장기간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에 무슨 성과가 있느냐고 물으신다면 “그냥 아이가 책을 싫어하지 않아요.”,“ 책 읽는 시간을 좋아해요.”라는 답변 밖에는 해드릴 게 없다. 특별나게 책을 사랑하는 모습이나 텔레비전에 나오는 영재처럼 책을 읽고 깊은 토론을 나누는 모습도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 아이가 거부하지 않는다면 책을 계속 읽어줄 생각이다. 독서습관이 생기는 것과 별개로 성별이 다른 남자 아이들이 사춘기를 지날 때 대화의 맥을 잡기 위해서이다. 지금도 아이들의 생활글이나 학교 생활을 담은 이야기책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경험담을 슬쩍 녹여내서 이야기 해준다. 평소에 이야기했다면 꼬치고치 물어서 취조가 되었을 법한 일도 책을 읽다가 주인공의 마음에 감정 이입이 되면 조금씩 자신의 마음을 흘려서 표현하곤 한다. 송언 작가님의 <일천구백이>를 읽을 때 아이는 문방구에서 자신만 가지고 싶은 물건을 못 가져 속상했던 이야기를 꺼내면서 “걔는 왜 딴 애들은 다 사주고 나는 안 사줬을까?”하며 고민하는 모습도 보였다. 들어보니, 그 친구들은 작년에도 같은 반이고 엄마들끼리도 서로 잘 아는 사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작년에 이사를 간 자신의 단짝 친구를 그리워하길래 다독여주었다. 이렇듯 일상에서 순간 느꼈던 묘한 감정들(섭섭함, 놀라움,외로움 등)을 즉각 반응하지 못하는 감정에 서툰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자연스레 돌아보게 하는 매력이 이 함께 낭독하는 시간에 종종 벌어진다.
또 하나, 읽기 좋은 것이 또래 아이들의 글모음이다. 주로 학교 선생님들이나 교사를 겸한 작가님들이 내는 글모음집은 짧으면서도 아이들의 언어로 쓰여 있어서 아이들이 소리내어 낭독하기에도 좋다. 그래서 그런 책들은 돌아가면서 한 페이지씩 읽어나가기도 하는데 사는 곳이 다른 환경의 아이들의 글을 읽으면서 배우는 점도 많다. 동시집도 이런 식으로 서로 낭독해주면 좋다. 대신 아이들이 낭독할 때 잔소리는 되도록 줄이려고 애쓴다. 완전하지 않아도 글의 문맥상 아주 틀리지만 않는다면 모른 척 눈감아준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언제까지 이 시간을 나와 해줄지는 모르겠다. 지금은 너희들이 원할 때까지 읽어줄 작정이라고 하니까 그럼, 엄마가 목소리가 안 나올 만큼 할머니가 될 때까지 라고 대답한다. (웃어야 하는 거...맞지?)
한편, 학교 독서 동아리를 운영하면서 고학년 친구들과 함께 <한권 깊이 읽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합리적인 사고력이 자라는 시기라 책과 관련된 주제만 던져 주어도 자신의 주장을 세우고 근거를 대어가며 토론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엄마선생님은 한발 물러나 진행과 정리만 하는 사회자 역할만으로도 충분하다. 친구가 중요해지는 이 시기에 독서 동아리 활동은 독서에 끈을 놓지 않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친구들과의 수다와 간식 시간때문에라도 주말 아침 독서 동아리 시간을 빠지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 고학년 어린이들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
Tip! 표면적으로 들어난 환경문제, 밀렵, 동물권에 관련된 주제부터 가족의 다양성, 꿈을 이루어나가기 위한 여정들이 잘 그려져있어 읽고 생각을 나눌거리도 많다. 케냐의 지도를 펴서 이들의 여정을 상상해보는 재미도 있다.
Tip! 풍족한 삶의 이면에 숨어 있는 어린이 노동문제와 자원문제를 다루고 있는 책. 사람이 아닌 물건의 입장에서 서술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독서토론의 주제책으로 강추!
Tip! 이제 역사를 배우기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좋을 책.동학농민 운동과 녹두 장군의 이야기를 아이의 눈으로 풀어서 서술하고 있다. 책을 읽은 후 서찰을 전하는 아이의 경로를 따라 가족 여행을 계획해봐도 좋을 듯.
Tip! 영화 <A.I>를 떠올리게 하는 책. 잘못 배달된 인공아이를 지키고자 애를 쓰는 바톨로티 부인과 주변 사람들의 고군분투가 그려져있다. 깡통 속의 물질들이 아이가 되는 묘사가 탁월하며 4차산업혁명을 앞둔 시대에 인공지능, 로봇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Tip! 허구헌날 싸우는 형제 자매가 있다면 같이 읽어 보시라! 단 며칠간만이라도 애틋한 형제애를 가지게 할 바로 그 책! 주인공들이 죽으면서 시작되는 신기한 책! 읽다보면 눈물이 맺히고 가슴이 뜨거워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Tip! 흔히들 자연은 약육강식의 세계라고 하지만 실은 알고 보면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 세계라고 한다. 무리를 위해 약한 개체를 쫓아내는 전통을 지키는 늙은 암사자와 약하고 다쳐서 쫓겨난 사자들의 연대의식이 그려진 이야기. 이 책을 읽고 뉴스를 봐도 아이와 할 이야기가 무궁무진하겠다.
<사진출처: 예스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