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하지? 읽기독립 ”
“아이가 1학년이면 엄마도 1학년이다.”
결혼을 늦게 하거나 출산을 늦게 해서 아이들의 친구 엄마보다 나이가 많더라도 일단 아이를 1학년에 처음 입학시킨 엄마라면 아이와 같이 1학년이다. 낯선 학교생활이 두렵고 떨리고 선배 엄마나 같은 학년의 엄마들과도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그래서 신생아를 막 안아 들었을 때와는 또 다른 초보 엄마가 된다.
독서교육에 있어서도 그렇다. 책을 잘 읽어주던 엄마도 이제는 ‘읽기 독립’이라는 단어 앞에서 부담감을 갖는다. 아직은 동생처럼 읽어달라고 조르는 큰 아이에게 “이젠 넌 학생이야! 그러니 혼자 읽어!”라고 말하는 실수를 하기 쉬운 시기이다.
하지만 글자를 읽을 수 있다고 해서 그 의미를 바로 바로 이해하는 것은 아이 입장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른 바 문해력이라는 것이 필요한데 그것은 다양한 읽기 경험을 통해 키워지는 것이지 하루 아침에 뚝딱 생성되는 것이 아니다. “읽는 뇌”가 발달하기 까지는 우리의 즐거운 낭독 시간은 계속 되어야 한다. 쭈욱~!
책을 계속 읽어주기로 호기롭게 다짐했어도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 지금까지 그림책만 읽었는데 이제부터는 글밥이 좀 있는 글책을 읽어야 하는가 하는 걱정이다.
처음 글밥 많은 책을 읽어주면 아이의 반응이 좀 시들했던 것은 사실이다. 일단 그림 없이 이야기로만 되어 있으니 집중시간이 짧은 아이들은 채 한 챕터가 끝나기 전에 딴짓을 하기도 하고 무슨 이야기인 줄 잘 이해하지 못해 다시 입말로 풀어서 옛날 이야기처럼 줄거리를 다시 들려주기도 했다.
그래도 포기 하지 않고 하루 일정 분량씩을 읽어주다 보면 확실히 그림 없이도 아이들 스스로 이야기의 장면을 머릿속으로 그려내면서 즐겁게 책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끝나는 챕터는 조금 만 더 읽자며 조르는 사태도 벌어지지만 약속은 약속! 칼같이 자른다. 그 이유는 “결핍”을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내가 자란 시절에 책은 귀한 것이었다. 크리스마스나 어린이날 같이 특별한 날 선물받은 책을 읽고 읽고 또 읽었다. 공공도서관도 주변에 없었고 학교에는 20여권의 학급문고만 교실에있는 터라 한 학기가 채 다 가기도 전에 읽을거리는 떨어졌다. 스마트폰도 컴퓨터도 케이블 티비도 없던 시절이었다. 텔레비전도 4시 30분에서 6시까지만 어린이 프로그램을 편성하던 시기였다. 책만큼 재미있는 게 없었는데 책 자체가 귀하니 읽은 책을 또 읽기를 반복했다. 새학기 교과서를 받으면 (수학책은 빼고)즐겁게 이야기 책 읽듯 읽었다. 어떤 해엔가는 동네에 독서실이 새로 생긴다는 말을 듣고 찾아갔는데 정말 공부만 하는 ‘독서실’이어서 실망하며 돌아왔던 기억이 있다.
주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봐도 어린 시절의 결핍이나 무료함이 책을 읽게 만들고 좋아하게 만드는 계기였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에게 책은 넘쳐나다 못해 지겨운 것이고 세상에 재미있는 볼거리, 오락거리는 넘쳐난다. 그러니 인위적인 “결핍”을 만들어 주기 위해 나는 책을 먼저 잘 사주지도 읽어달라고 한다고 매번 원하는 만큼 읽어주지도 않는다. 가끔 애가 달아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궁금하면 니가 미리 쬐끔~ 읽어 보던가!”하는 식으로 약도 올린다. 그러면서 조금씩 스스로 읽을 마음이 생기게 하는 것. 실은 그게 내가 생각하는 “읽기 독립”이다. 스스로 읽지 않고는 못 베기게 만드는 것!
♥ 저학년 어린이들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
Tip! 요시타케 신스케의 책은 어린이다운 의식의 흐름기법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읽다보면 주인공의 생각 속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된다. 철학적인 질문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냈고 자연스럽게 질문이 많은 아이가 된다.
Tip! 낭독에 대해 말하면서 글없는 그림책을 추천하는 게 좀 우습지만 이 책은 아이들이 나에게 재잘재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못 알아 듣는 척하면 답답해하면서도 친절하게 그림 설명을 해준다. (그나저나 나
도 여행가고 싶다.미지의 세계로!)
Tip! 글책과 그림책의 중간 징검다리로서 읽기 좋다. 소재가 워낙 독특하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내용이라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읽는 책 중 하나이다. 게다가 작가가 시리즈로 책을 내고 후속작들은 거의 글책에 가깝기 때문에 흥미롭고 자연스럽게 글책으로 입문할 수 있게 도와준다.
Tip! 여기 또 다른 여우가 있다. 먹고 살기 위해 사람의 물건을 훔치는 여우는 과연 정당한 것일까? 캐릭터마다의 특징이 살아있고 로알드 달의 특유의 유머가 살아있는 책이다.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초콜릿 공장>이나 <마틸다>로 연결되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가 가능하다.
<사진출처: 예스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