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슬 재밌어지는 아이와의 책읽기 ”
앞서 1장에서의 영아기 아기들과는 상호작용이라는 것이 눈맞춤, 미소, 웃음, 반복으로 채워진다면 말 많아지고 자기 주장이 또렷해지는 유아기 아이들과는 책을 읽고 재미있는 대화가 가능한 시기이다. 나에게 이 방구석 아이들과의 낭독 시기는 가장 즐거운 때 였다. 한권을 읽는데도 책 수다로 시간이 꽤 걸린다.
먼저, 표지부터 살핀다. 뭐가 보이는지, 어떤 느낌인지 이야기도 나누고 만져도 본다. 요즘은 책 제목에 음각을 넣거나 특수 코팅을 해서 만지는 재미도 쏠쏠하다. 표지는 아이들을 이야기 세계로 이끌어주는 문이기 때문에 꼭 “똑똑”노크 하는 마음으로 아이들과 짚어주고 가는 게 좋다.
책장을 열면 제일 먼저 등장하는 것은 면지이다. 이 면지는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생기는 거였겠지만 요즘은 그림책의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한다. 책의 특징을 잘 살려 주는 그림이 그려져 있기도 하고 내용을 미리 예견하게 해주는 프로롤그와 뒷이야기를 상상하게 해주는 에필로그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림이 없다라도 면지의 색깔이나 무늬로 책분위기를 설명하는 의미가 있으니 그냥 지나치지 말자.
속표지와 작가 소개도 중요하다. 속표지는 영화관에 갔을 때 10여분 광고 후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걸 알리는 영화사의 로고와도 같다. 작가소개 부분은 앞이나 뒷장에 있는데 어느 나라 작가인지, 이전 작품들은 뭐가 있는지 등의 정보를 알려준다. 아이 방에 있는 지구본을 돌리며 해당 그림책의 작가가 태어난 나라를 찾아보기도 한다. 종종 이름만 말하고 어느 나라 사람인지 알아맞히는 미니게임도 가능하다. 이러한 경험이 쌓이면 아이들은 각 나라의 특징도 알게 되고 무엇보다 선호하는 작가를 기억하게 된다. 그러면서 ‘취향’이라는 것이 생겨서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은 용돈을 털어서 구입하는 모습도 보인다.
드디어 이야기 속으로 들어 왔다. 그림책일 경우 어른들은 텍스트에만 치중해서 빨리 읽고 넘어가기 쉽다. 한국인의 고질병 ‘ 빨리 빨리병’은 여기서도 나타나는데 되도록 ‘한 권을 읽더라도 제대로 읽자’라는 마음으로 너무 빨리 책장을 넘기지 않도록 주의한다. 아이들은 그림 속의 작은 단서도 놓치지 않고 있다가 텍스트로 설명 안 되는 파라독스를 이해하기도 하고 자신만이 이 책의 비밀을 깨달았다는 듯 흐뭇해하기도 한다. 읽다가 궁금한 점이 있을 때는 서로 생각을 주고 받기도 하고 중간에 모르는 단어나 동물의 이름이 나오면 스마트폰으로 찾아보기도 한다.
책을 다 읽었다면 절대 소감을 먼저 묻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어, 이 책 정말 재밌어!”, “내일 또 읽어줘.”라는 말이 나오면 “그래, 엄마도 재밌었어!” 정도의 피드백만 해준다.
아이의 초등입학 후 5년째 함께하는 독서 동아리 활동에서는 모두와 책을 읽고난 후 소감을 나누지만 매일 가지는 낭독의 시간에는 되도록 억지 소감을 물어서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아이가 이 책을 좋아하는지 아닌지는 읽고 난 후 아이의 얼굴을 보면 알 수 있다. 그걸로도 책의 평가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영아기에도 아이와 도서관을 가면 좋지만 유아기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아이가 직접 책을 고를 수 있게 정기적으로 도서관에 간다. 우리 가족은 2주에 한 번 가서 수레에 싣을 정도로 잔뜩 빌려 와서 아이방에 쌓아두고 그날 그날 읽을 책을 아이들 한 권, 나 한 권씩 골라서 읽었다. 자신이 고른 책을 엄마가 재미있었다고 하면 아이의 얼굴에 뿌듯함이 가득하다. 책에 대한 즐거운 경험이 애착으로 연결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