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초보 엄마의 낭독(만0세~2세 영아)

"만월이 되어라!"

by 임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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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아교육과 교수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었다. 아마도(너무 오래된 기억이라 가물가물하다) 경기도 유치원 연합회에서 마련한 자리인 것 같았고 일과가 좀 늦어져 동료들과 나는 조금 늦게 강연장에 들어가게 되었다. 앞자리가 비어 있어 고개를 숙이고 민망해하며 들어가고 있는데 강연자가 갑자기 이러한 질문을 던졌다.

"유치원교사의 바람직한 얼굴은 어떤 것인가?"


웃는 얼굴? 웃긴 얼굴? 단정한 얼굴? 몇가지 답이 산발적으로 나오긴 했지만 고개를 가로 젓던 노교수는 칠판에 滿月을 적었다. 가득찰 만에 달월. 그렇다면 그건 보름달!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교수는 나를 지목하더니 잠시 일어나라고 했다.

늦게 입장한 것만으로도 챙피한데 일어나서 앞으로 나오라고 하니 당황스러웠다. 어쨌든 앞으로 나갔더니 교수는 내 얼굴이 만월상이라고 말했다. 교사의 얼굴은 화려하고 강한 빛의 태양상이 아니라 캄캄한 밤에 둥근 달님처럼 고른빛을 두루 비출 수 있어야한다고 했다. 모난 곳없이 둥근 얼굴이 아이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나? 어쨌든 그날 강연이 끝나고 원장님들이 나에게 어느 유치원에 있는 선생이냐고 앞다투어 물어본 건 안비밀!


그런데 사실 나는 당시 유치원교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던 참이라 유치원교사에 어울리는 관상이라는 이야기가 이아러니하게 들려왔다. 유아기는 아이들에게 정말 중요한 시기임에 틀림없는데 타인의 유년시절을 책임지기에 나는 너무 모자란 게 아닐까 하는 자기 의심으로 스스로를 괴롭히던 시기였다. 어쩌면 노련한 일본의 노교수는 나의 부침을 얼굴에서 읽어내고 어린 교사에게 용기를 주고 싶어 만월상이라는 말을 꺼낸 것은 아니었을까? 하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생각했다. 하긴 나를 낳아준 엄마도 내얼굴을 쓸어주면 어쩌면 '가로우로 똑같이 모난 곳이 없다냐? 내가 낳았지만 신기하다!'라고 말할 지경이니 그냥 정말 우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그후로도 10여년을 넘게 아이들과 함께 했다.


어쨌든 하야시 아키코의 <달님,안녕>(한림출판사,1990)의 표지를 볼때마다 난 그 노교수의 말이 떠오른다. 아이의 마음을 포근하게 안아 줄 수 있는 만월이 되어라!


아이들과 가장 많이 읽을 책을 꼽아보라면 단연코 <달님, 안녕>이었다. 촛점책을 떼고 "노래"라는 키워드를 얻은 후 처음 내 나름대로 노래로 아이에게 불러준(?) 책이기도 하다. 첫아이가 두돌이되고 세돌이 될때까지 매일밤 책읽는 시간의 첫 책은<달님, 안녕>이었다. 둘째도 좋아하는 책이라 둘째가 두돌이 될 때까지도 거의 매일밤 불렀다. 당연히 책 내용은 다 외웠다. 짤막한 내용이지만 나름 그 안에 기승전결이 탄탄하게 갖춰져 있어서 노래를 지을 때도 그 점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달님을 만났을때의 반가움, 구름이 다가올 때의 안타까움, 구름에게 항의하는 용기, 다시 찾은 평온한 달님의 얼굴로 수미상관을 이루는 이야기.구름의 등장으로 달님이 가려지는 것은 이 시기의 아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애착 양육자와의 이별을 의미한다. 하지만 곧 구름이 자리를 비키면 달님은 여전히 그곳에서 웃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안심하게 된다. 이는 이 시기의 아기들이 배우게 되는 대상 영속성(눈에 보이지 않아도 사라진 게 아니라는 것을 깨우티게 되는 것)을 연습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사실 우리는 수시로 까꿍놀이를 통해 계속 연습한다 적어도 천만번?)


몇번이고 읽을 때마다 "달님이 우니까요."부분에서 "흑흑" 우는 시늉을 함께 하다가 "아, 나왔네! 달님이 웃고 있네!"하면 박수 치면서 좋아하는 아이들의 얼굴. 어쩌면 만월은 내가 아니라 지친 육아의 날 끝에 웃어주던 아이들의 둥근 얼굴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 밖에 이 시기에 읽으면 좋을 책들


dkzlzh.jpg 달님 안녕 시리즈 보드북 세트 [ 전4권, 보드북 ]하야시 아키코 글그림 | 한림출판사 | 2009년

Tip! <달님, 안녕>과 <구두 구두 걸어라>는 아기 보드북임에도 기승전결이 뚜렷한 이야기이다. 마치 내가 뮤지컬 배우가 된 것처럼 연기를 해보자! 예를 들면 구두가 넘어지거나 달님이 구름에 가려지는 고난의 장면에서는 목소리를 점점 낮추며 긴장감을 조성했다가 구두가 힘을 내서 일어나거나 달님을 가리던 구름이 걷혀질 때 다시 신나는 분위기로 목소리를 바꿔보는 것이다. 그 밖에도 <싹싹싹>,<손이 나왔네>등은 가재수건이나 커다란 목욕 타월 등을 이용해 닦아주기 놀이, 숨었다가 나오는 놀이 등으로 연결해서 읽어볼 수 있다.


enemfu.jpg 두드려 보아요 [ 3판/보드북 ]안나 클라라 티돌름 글그림 | 사계절 | 2007년

Tip! <달님 안녕>과 마찬가지로 4권이 세트인 보드북이지만 뭐니 뭐니해도 제일 재미있는 것은 <두드려보아요>이다. 표지의 문을 노크하면서 연결된 문을 따라 재미있는 방들을 옮겨 다니는 재미가 있다. 책장을 넘길때마다 각기 다른 색깔의 문을 두드려 본다. 방안의 물건들과 색깔을 찾아보는 놀이를 할 수가 있다.




wkfwkfwkf.jpg 잘잘잘 123 [ 보드북 ]이억배 그림 | 사계절 | 2008년

Tip! 누구나 알만한 전래동요라서 어렵지 않게 노래를 부르며 들려 줄 수 있다. 숫자 공부까지 되니까 일석이조! 반복되는 ‘잘잘잘’은 나중에 말문이 트일 때 쯤엔 따라하는 아기의 모습을 볼 수도 있다. 그야말로 감동의 도가니! 친근한 이억배 님의 그림도 해학적이고 정답다.


dmdrkgkwk.jpg 응가하자, 끙끙 [ 보드북 ]최민오 저 | 보림 /2004년

Tip! 배변 훈련이 시작되는 즈음부터 읽어주면 변기에 대한 두려움을 낮춰주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다양한 동물의 크기에 맞춰 목소리 톤을 조절하고 아기들이 동물들의 똥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이건 커다란 덩이리똥이네!,”이건 떼구르를 구르는 똥이네“라고 피드백을 주어도 좋다. ”끙끙끙“ 부분에서는 정말 응가가 나올 듯 오버해서 힘을 주어 읽으면 아이들도 그 심정을 아는지 저절로 ”끙“소리를 낸다.


<사진출처: 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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