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홍대를 배회하는 40대 아줌마
사실할 일도 많고 바쁘다면 바쁘다.
병원도 가야 하고 미용실도 가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번을 망설인 끝에
봄맞이용 원피스에 트렌치코트를 걸치고
아이를 유치원에 들여보내고 또 망설이다가
홍대로 향했다.
이유는 단순한데 <나의 서점탐방 프로젝트>의 첫 스타트가
예스 24 중고서점 홍대점이기 때문이었다.
서점 자체는 서면의 <예스 24 중고서점>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나는 시집 2권과 아이들이 사고 싶어 했던 동화책 3권, 문구류,
그리고 요즘의 나를 설명해줄 것만 같은
심리학 서적 1권을 구입했다.
1시 반까지는 다시 둘째 아이의 유치원으로
하원 맞이를 가야 해서
조금 이른 점심을 먹어야 할 것 같아 헤매다
조금은 한적한 곳에 위치한 핑크 핑크 한 브런치 카페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브런치에 글을 안 올린 지가 꽤 되는데
그동안 사는 게 바빴고
사는 곳이 바뀌었고
사는 마음이 바뀌고 있어서였던 거 같다.
(그렇게 변명합니다.)
요즘의 나는 초등학교 1학년 남자아이와
6살 유치원생 남자아이의 엄마이고
40대 직장인을 남편으로 둔
서울 사는 42살 주부가 되었다.
사는 데 어려움이 없고
얼마 전 허리가 아파 찾아간 정형외과에서
퇴행성 관절염이라는 진단을 받아 충격을 받긴 했지만
크게 보면
잘. 살. 고. 있. 다.
그런데
난 뭔가 불편하다.
아무 문제없는 삶을 살고 있는데
마음이 무엇하나 붙잡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다.
마음을 다 잡아보려고
이것저것 계획을 세우면
잠깐 신이 나다가도 이내 마음이 식어버린다.
"역시 혼자서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라고 생각하면서 방금 나온 브런치 소시지를
우저우적 씹어본다
"오, 이거 맛있는데?"
우울과 성찰할 틈이 없는 빼박 아줌마 감성.
그나저나 생각보다 음식이 너무 많이 나왔다.
싸 달라면 싸줄까? 여기?
고개를 들어 창밖을 바라본다.
몇 년만의 홍대 거리 뒷골목.
약 20여 년 전 나는 이 거리를 지날 때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고개를 들고 다니기 힘들었다.
첫사랑은 홍대생이었다.
지금 보면 단순 썸이었을지도 모를 관계인데
어쨌든 나에겐 첫 연애 상대였던지라
그와 헤어지고 난 후엔 이 거리를 지나는 것도 아프고 마주칠까 설레면서도 두려워했던 길이었다.
그 후
잠깐 만나던 남자가 늦은 밤 모텔에 가자고 보채던 길이었고(지금 생각해도 짜증 나네..)
또 지금의 남편과는 친구들과 즐거운 모임을 갖던 단골가게가 있는 길이기도 했다.
20년 만에 걷는 이 길에 사연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기억과 현재 사이에서
헤매는 기분..
난 어디에 있는가..
생각하면서
나도 모르게 다리를 꼬려다 가 푼다.
의사 선생님이 다리 꼬지 말라고 했다.
나이가 들면
의사 선생님 말은 잘 들어야지..
내가 어디 있든 난 늙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