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와 함께 한 일요일 & 경애의 마음

사랑과 연대

by 임쓸모
P.73
내가 고통을 당하고 보니, 이전보다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더 가깝게 느껴지는 거야. 저번 날 밤에는 텔레비전에서 보스니아인들이 거리를 달려가려다가 총맞아 죽는 것을 봤어. 아무 죄도 없는 희생자들이었어...울음이 터져나오기 시작하더군. 바로 내가 당한 일처럼 그들의 분노가 느껴졌어. 물론 나랑은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이런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까? 하지만 난 그런 사람들에게 빠져있다구."

나도 텔레비전에서 아픈 사람들이나 죽어가는 동물들을 볼 때면 마음이 무거워지고 때로는 눈물도 흘린다.나와는 무관해보이는 이들의 아픔에 공감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잔손택이 <타인의 고통>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것은 타인의 아픔에 동정하고 소비하는 것일지라도 나는 그러한 찰나에 느끼는 감정도 사랑이 기본 바탕이 된다고 믿는다. 그러한 마음에 무뎌지는 것이 아니라 손택의 주장대로 그러한 불편한 상황과 맞서 싸우고 행동해야한다는 것에도 동의한다. 그렇게 행동에 옮기는 것도 사랑의 힘이라고 믿고.


P.75~P.76
"미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마음에 걸리느냐고 물었지.하지만 내가 이 병을 앓으며 배운 가장 큰 것을 말해줄까?"
"뭐죠?"
"사랑을 나눠주는 법과 사랑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는거야."
그의 목소리는 소근거리는 듯 낮아졌다.
"사랑을 받아드리라구. 우리 모두는 '난 사랑받을 만한 자격이 없어'라고 생각하지. 또 사랑을 받아들이면 너무 약한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하지만 레빈이란 현명한 사람이 제대로 지적했네. '사랑이야말로 유일하게 이성적인 행동이다'라고 말야."

<이기적인 유전자>에 따르면 인간의 모든 목적은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 프로그래밍되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모리교수가 언급한 레빈이란 철학자의 저 말은 수긍이 된다.

인간은 유전자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을 '사랑'하며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해 이성을 '사랑'하고 그 유전자를 받아서 태어난 자식을 대대손손 보존하기 위해 자식을 '사랑'한다.

인간 유전자를 잘 공존시키기 위해 사회를 구성하며 때때로 인류애적 희생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여기에 '인간의 성장'으로서 '사랑'을 더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나를 사랑하며 타인을 이해하고 다시 사랑으로 얻게되는 기쁨, 슬픔, 상실 등의 감정으로 인간은 매번 성장한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다양한 타인을 사랑하고 삶을 지속시킨다.


사랑하지 않으면 멸망하리.

모리교수가 책 곳곳에서 주문처럼 외우는 이 말을 나도 되내여본다.



+ 이 챕터를 정리하면서 최근에 독서 모임에서 읽은 <경애의 마음>이 떠올랐다. 소설 속 얼어버린 마음을 가진 경애가 모리교수의 말처럼 자신을 받아들이고 타인을 받아들이고 다시 타인과 연대하는 법을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라서... 그러한 과정이 천천히 경애의 마음이 변화되는 속도로 읽혀져서 흥미롭게 읽었다. 90년대의 향기를 느낄 수 있어서 반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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