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인간
=== 뒷 이야기 ===
주어진 대로 만족해야 하고
주어진 만큼으로 살아야 한다.
비바람에도 그저 견뎌야 하며,
그 비바람 속을 견디면서도
그것들에서 일부를 취하여
뿌리를 내리는 도치를 한다.
햇빛이 드는 쪽으로
뻗어나가러 하지만
뿌리내린 땅을 벗어날 수는 없다.
그저 조금이라도
더 취하려
조금씩 더디게나마
가지와 이파리가
그쪽을 바라볼 뿐이다.
그러다
너무 쉽게
아무렇지 않게
밟히고 베이면
또 반항도 못한 체
그저 견디며,
그나마 남아있는 뿌리들은
힘겹게 땅속을
여기저기 비집고 들어간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지만,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살기 위한 발버둥은
너무도 처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