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행사를 앞두고 ‘장한 어버이’ 표창을 하기 위해 추천을 부탁했더니 한 선생님이 볼멘소리 한다. “도대체 장한 어버이 아닌 사람이 어디 있어서, 부모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누군 잘했다고 표창하고, 누군 잘했음에도 표창하지 않고, 우리가 어떻게 판단해.” 말문이 막혔다. “당연한 일이 당연하게 이뤄지지 않는 세상이니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하는 사람들이 돋보일 것 같습니다.”라고 얼버무리고 말았다.
당연한 일이 무엇일까. 부모는 자식을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고 사랑하는 것, 교사는 학생에게 모범을 보이는 것, 지식을 전달하는 것, 사람답게 키워내는 것, 학생은 교칙을 지키고 모든 교과과정에 충실하며 공부를 열심히 하고 부모를 사랑하고 선생님을 존경하고. 빛이 있고 물이 있고 공기가 있어야 우리가 살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이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에 잊고 사는 것처럼, 당연하기에 당연히 하고 있으리라 믿고 있는 것들이, 그렇게 기대하는 것들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50년간 스님 생활하시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르침 하나를 주십시오.”라는 간청에 스님은 일말의 주저도 없이 ‘배려’라고 했다 한다. 수행하고 있는 스님들도 서로 간 배려하지 않는 일이 자주 있나 보다. 지각한 학생이 수업 중인 교실 문을 조용히 열고 가볍게 선생님께 눈인사한 후 발꿈치를 들고 조용하게 살금살금 자기 자리에 가서 앉으면 얼마나 좋을까. 지극히 당연한 일인데. 아랑곳하지 않고 문을 거칠게 열고 쾅 소리 나게 닫은 후 실내화 짝짝 소리 내며 자기 자리를 찾아간다. 마침 자기 자리에 다른 친구가 앉아 있으면 당당하게 비키라고 요구하기까지 한다. 그동안 수업은 어떻게 될까. 어이없는 일이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는 조금도 없다.
예수님은 범사에 감사하라고 하셨다. 종교적인 의미로는 감사할 수 없는 것에도 감사하라는 의미일 것이고 도덕적인 의미로는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것, 또 당연한 일에도 감사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당연히 있는 것이지만 빛과 물과 공기에 감사하고, 부모니까 당연히 하는 일이라 생각하는 대신 끝없는 베푸심에 감사하고, 교사는 당연히 모범이 되고 당연히 가르치는 것이라고 하는 대신 그 당연함에 감사하고, 학생이 당연히 부모를 사랑하는 것이지 하는 대신 그 효행에 감사하고, 학생이 당연히 선생님께 예의를 지켜야지 하는 대신 그 작은 실천에 칭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