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 과정에 충실하자

by 강석우

요즘 네 모습을 보고 뭔가 말하고 싶지만 차마 못 꺼내는 말이 있구나. 못 꺼낸다고 하면서도 네게 짜증 섞인 말을 할 때가 있어 네 마음을 긁어놓기도 했던 것, 미안하구나. 나의 바람을 말 대신 글로 옮겨 보기로 한다.

난 네가 과정에 충실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결과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에는 초연하면서도 항상 매 순간 과정을 충실하게 보내길 바란다. 확실한 목표가 없다 할지라도 우선 네게 주어진 과정이 있으니 그 과정에 충실했으면 한다. 짧은 기간에 크고 눈에 띄는 목표를 이루려 하지 말고 길고 차분하게 이뤄내기를 바란다.


천재가 항상 많은 일을 해낸 게 아니란다. 고려와 조선조를 통틀어 과거에 장원급제한 사람 중 정승의 자리에 올라간 사람이 몇 안 된다고 하더라. 즉 최고의 자리에 올라가는 것은 타고난 것이라기보다는 끈질긴 노력이라고 봐야 하는 것이지. 끈질긴 노력이라는 것이 바로 과정에 충실한 것이라고 본다.


한 번, 두 번 실패는 항상 할 수 있단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그런 실패를 거울삼아 큰 성공을 가져오려는 자세이지, 한두 번 실패했다고 그것이 자기 인생의 모든 결과인 것처럼 여기고 절망하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것이지.


어린아이가 걸음마를 하기까지는 얼마나 많이 넘어졌겠느냐. 해보다 안 되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끝없는 반복을 통해 일어서 걸을 수 있는 것처럼, 해보다가 안 되면 바로 멈추는 사람이 무엇을 이뤄낼 수 있겠냐.


네가 나냐? 왜 네 관점으로 나를 평가하고 단정하냐. 난 아직 외모로, 성적으로, 가정환경으로 학생을 평가해 본 적 없다. 학생뿐 아니라 일반 사람들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내가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은 자기 일에 충실하냐 충실하지 않냐 이다. 아마 너도 몇 번 봤을 것이다. 자기 일을 충실하게 하는 사람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을 표했던 것을 그리고 자기 일에 충실하지 않은 사람을 대수롭지 않게 대했던 것을.


네게 주어진 하루는 24시간이고, 네게 주어진 고교생활은 3년이라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네가 자는 시간도 네가 오락하는 시간도 멍하니 누워 헛 시간 보내는 것도 네게 주어진 하루 중 일부라는 것을. 네가 잘 나오지 않는 성적으로 인해 방황하든, 다른 학생들 학원에서 공부할 때 집에서 놀든, 네 고교생활의 일부라는 것을.


잠깐의 쉼, 잠깐의 넘어짐, 잠깐의 기웃거림은 있을지라도 항상 과정에 충실하길 바란다. 그리고 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네 인생의 경쟁자가 아니고 네 인생의 협력자이다. 네 인생을 깎아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네 인생의 성공을 바라는 사람들이다. 너라는 인간 이전에 부모가 존재했고 너라는 인간 이전에 우리 가족이 먼저 존재했다. 부모의 모든 것이 너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또 부모가 네게 주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너로부터 받고 싶어 하기도 하는 존재라는 것을, 네 동생들이 너를 바라보면서 자라고 있다는 것을.


네 주변을 사랑하기 바란다. 네 주변을 배려하기 바란다.


너에 대한 내 마음을 고백하고 두서없는 글을 마치려 한다. 난 네가 좋다. 네가 자랑스럽다. 네가 내 아들이라는 것이 매우 고맙다. 네게 나의 모든 정성을 쏟는 것은 네가 반드시 성공하리라, 네가 반드시 1등 하리라 하는 믿음에서가 아니라, 내 아들이기 때문이다. 넌 평화이다. 내 마음에, 우리 가족의 마음에.


일단 과정에 충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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