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by 강석우

한때 대한민국 직장인의 핵심 좌표는 ‘SSKK’라고 했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까라면 깐다.’라는 뜻이다.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었다. 난 그 뒤에 ‘JJ’를 더 붙이고 싶다. ‘죽으라면 죽어라.’라는 뜻으로.


왜 직장인들은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할 말은 한다.’라는 명언(?)들을 못 들은 체, ‘굼벵이도 밟으면 꿈틀 한다.’는데 밟아도, 비틀어도, 목에 칼이 없어도 할 말을 못 하고 SSKKJJ하면서 살까.


서슬 퍼렇던 유신 시절 말 잘못하다가 잡혀 들어가 고생했던 기억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인가. 사장의 마음대로 근로자를 해고해도 어디 하소연할 곳 없던 시절을 살아서인가. 오로지 아버지 밥줄 하나에 의존해 몇 식구가 목숨을 걸었던 시절을 살아서인가.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무엇일까. 바로 관성이다. 해왔던 대로 하는 것, 해왔던 것에 익숙한 관성이야말로 변화를 가로막고, 발전을 저해하고, 소신 없이 눈치 보게 하는 것이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대통령의 말에도 토를 달고, 아니 토 다는 정도가 아예 노골적으로 시비 걸고, 대통령도 잘못하면 권한을 정지시키고, 억울한 일 호소할 곳도 많고 바로잡아줄 곳도 많고, 굶어 죽지 않도록 사회보장제도도 다 갖춰져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잘릴까 봐. 예전에 해왔던 대로, 예전에 당해왔던 대로, 불합리한 일을 시켜도, 부정의한 일을 당해도, 시키면 시키는 대로, 까라면 까고, 죽으라면 죽는시늉까지 하면서, 타오르는 속마음을 감추고 얼굴에 비굴한 웃음을 머금고 아직도 손바닥 지문이 남았느냐며 비벼댄다.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관성이다. 해왔던 대로 해야 하고, 해왔던 대로 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처럼 여긴다. 그렇게 살아왔던 대로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이다. 그렇게 살지 않으면 벌벌 떠는 것이다. 나도 어느새 그 관성에 젖어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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