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책의 뒤표지를 탁 덮어도, 사라지지 않길 바라는 문장이 있다. 그 문장에 밑줄을 긋는다. 문정희 시인은 <밑줄>에서 “내 생애에 가장 소중한 이름 밑에 빨간 줄을 긋고 싶다./ 내 마음의 가장 깊은 곳 그대라는 이름 밑에 단 한 번도 지워지지 않을 뜨거운 밑줄을 긋는다”라고 노래한다.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을 읽어내는 일이라서, 읽으면서 얼마나 뜨거운 밑줄을 그었는지 하나하나 짚어본다. 살아온 날이 많은 만큼 수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밑줄 그으며 만났던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 사람들 또한 나의 인생에 빨간 밑줄을 그었을까 궁금하다.
밑줄을 긋는다는 것은 다시 읽어보겠다는 다짐일 터, 그어 둔 밑줄을 음미하며 새기며 살아가고 싶다. 나 또한 누군가의 삶에 되새김할 만한 문장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