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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석우 Dec 02. 2024

다음에

지금

‘절대’라는 말은 ‘절대 써서는 안 된다’라고 할 때만 쓸 수 있다고 하지만, 절대 써서는 안 되는 말을 하나 추가하고 싶다. ‘다음에’다. “다음에 하지 뭐.”하고 미뤄 놓은 것들이 어디 한두 개였던가.

아주 오래전 덕유산에 오를 때 동행했던 노 교수께서 “이제 이 산이 내 인생의 마지막이 되겠구나.”라고 하시면서 그 힘든 사닥다리 산길을 조금 걷다 살펴보시고 또 조금 걷다 둘러보셨다. 그 길이 너무 힘들었던 나는 속으로 “아직 젊으니까 다음에 와서 제대로 보면서 걷지 뭐.”하며 주위를 둘러볼 생각도 안 하고 그저 오르기에 급급했었다. 그 ‘다음’은 무려 40년이 지나서였다. 빨리 갈 체력도 없었지만, 그때 그 노 교수를 생각하면서 천천히 풍경을 음미하며 걸으며 “이제 이 산이 내 인생의 마지막이 되겠구나.”라고 읊조렸다.

이 세상에 ‘다음’은 없는 것 같다. 오직 ‘지금’이 있을 뿐이다. 지금 하지 않으면 ‘다음에 다시’는 없다는 것이 뼈저리게 느껴진다. ‘다음에’라고 미룰 시간마저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서글프다. 이제부터라도 ‘지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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