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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mpathizer May 21. 2019

우리는 생각만큼 남들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인간이 온전한 자유의지에 따라 행동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대교와 함께하는 씽큐베이션 1기, 더불어 살아가기


<타인의 영향력>, 마이클 본드


"우리는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주도한다고 여기지만 대개는 정반대다. 우리가 놓인 상황, 특히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짐작보다 훨씬 더 많이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한다."


<타인의 영향력>은 우리 주변의 사람들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대부분 스스로를 매우 독립적이고 강한 자유 의지를 가진 개인이라고 생각한다. 뚜렷한 가치관과 개인적인 취향이 있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쉽게 휩쓸리지 않는다고 말이다. 하지만 인간은 진화 과정에서 타인이 보내는 신호를 미세하게 감지하도록 발달되었고 많은 경우 이를 모방하도록 설계되었다. 예를 들면 사람들은 식사를 시작할 때 동시에 수저를 드는 경향이 있고 처음보는 사람과 이야기 할 때 불과 10분 만에 상대의 몸짓과 말투를 흉내낸다. 두 사람이 대화하는 영상을 느린 그림으로 돌려보면 동작과 자세가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발레처럼 우아해 보이고, 그렇게 보일수록 더 친밀한 관계가 형성된다고 한다. 


타인이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은 정서적인 면에서도 매우 크다. 우울한 사람들과 같이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기분이 다운되고, 억누를 수 없는 졸음과 같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 찾아올 수도 있다. 부정적인 사람들 곁에 있으면 더 비관적이고 우울해지는 이유다. 여기서 더 우려스러운 건 타인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력이 단순히 일시적이고 표면적인 게 아니라는 점이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에 따르면, "뇌는 외부의 영향에 취약한 기관이다. 어떤 활동을 할 때마다 어떤 생각을 할 때마다 당신은 조금씩 개조된다. 타인과 어울리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당신은 그들을 닮아간다." 타인에 의해 우리의 몸과 정신은 근본적인 영향을 받는다. 어떤 사람들 곁에 있느냐가 우리 삶을 좌우하는 것이다.  


4개의 사회를 비교적 깊게 경험할 수 있었던 난 각각의 사회마다 뚜렷한 특징이 있다는 걸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각 나라의 사람들은 신기하리만치 닮아 있었고 어떤 공통된 성향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나도 각 사회에 몸담을 때마다 행동과 사고방식이 대다수 구성원들과 비슷해지는 걸 느꼈다. 미국에서의 난 목소리와 몸짓이 더 커졌고, 사람들에게 더 먼저 다가갔으며, 모르는 사람에게도 미소를 지었다. 한국에서의 난 좀 더 예의발라졌고, 진중한 표정을 지었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더 많이 신경을 썼다. 한 사회에 오래 머물수록, 특정 행동 패턴은 더 깊이 각인될 것이다. 


우리가 어떤 사회에 몸담고 누구와 어울릴 지를 선택하는 건 쉽지 않다. 남들이 우리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 무력감이 찾아올 수도 있다. 하지만 타인의 영향력을 직시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이 우리에게 원치 않는 힘을 행사하는 걸 조금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사회적 본성을 알면 군중 속의 경험을 변형하여 투자를 비롯한 그 밖의 선택에서 무리 짓는 본능을 완환하고, 대규모 비상사태에서도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자신이 활기찬 친구들의 밝은 정서와 우울한 친구들의 어두운 정서에 민감하다는 사실을 자각한다면 안심이 된다. 그리고 이타주의는 학습할 수 있으며, 분별력을 잃지 않으면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적어도 고무적이다."


이 책은 인간의 본능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사회로부터 막강한 영향을 받는 것은 인류의 생존을 위해 오랜 시간동안 축적된 결과다. 본성이 적절하지 않을 때조차 불쑥 나타나 우리를 위협할 때, 우리의 뇌와 행동방식이 어떻게 설계되었는지를 아는 것은 이를 다스리는 데 도움을 준다. 우리와 우리를 둘러싼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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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46

정보쏠림이란- 아무런 성찰 없이 자동으로- 모방하는 경향에 의해 다수의 사람이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p.144

병사의 전투 의지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동기는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이념이나 지도력, 생존 본능, 적을 향한 증오가 아니라, 집단의 연대의식과 더불어 전쟁을 마치고 사랑하는 가족들 품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p.170

아렌트는 가장 추악한 범죄는 주로 본래 악하게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도덕적 판단을 포기한 사람들이 진지하게 성찰하지 않고 무심하게 저지른 범죄라고 주장했다. 이런 사람들은 상투적이고 진부한 의견에 굴복한다. 


p.232

영웅은 언제나 실수로 영웅이 된다. 그는 다른 모든 사람처럼 정직한 겁쟁이가 되기를 꿈꾼다. 


p.204

테러범은 대의명분만을 위해 살인하고 자살하지 않는다. 그들은 서로를 위해 죽이거나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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