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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mpathizer Jun 03. 2019

잃어보아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

잃어보아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다가 어떤 이유로 상실하게 됐을 때 그 가치를 뼈저리게 깨닫는 것. 건강이 그 중 하나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난 항상 피곤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으로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만큼 항상 에너지가 넘쳤고 건강했었다. 하루 종일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체력이 있었고 매일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섰다. 그러다가 고비가 찾아왔다. 머리가 깨질 듯 답이 없는 생각을 반복해야 하는 시기가 찾아왔고 잠 못이루는 밤이 많아졌다. 슬럼프인지 뭔지 모르게 하루종일 무기력한 날들이 이어졌다. 면역력도 급격히 나빠져서 심할 땐 한달에 한번 꼴로 감기나 몸살로 하루 종일 누워 있어야 했다. 그렇게 한번 건강에 타격을 입고 나니 회복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잠도 그렇다. 잠의 소중함은 잃어보아야 알게 된다. 잠을 잘 잘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잠을 설치는 날들을 경험하고 나니 알게 되었다. 예전의 난 낮잠을 꼬박 꼬박 잤고 매일 같은 시각에 무리 없이 잠들었으며 일어나는 시간까지 5분 안팎으로 매일 비슷했다. 하지만 환경이 바뀌어서 그런건지 나이가 더 들어서 그런건지 몰라도 더 이상 예전처럼 매일 잘 자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새벽에 잠을 깨면 다시 깊이 잠들기가 어려울 때가 있고,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게 하루종일 피곤한 날들이 있다. 이젠 잠을 푹 자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니라 감사해야 하는 어떤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에서 저자 매슈 워커는 단 일주일 동안 잠을 덜 자는 것만으로도 1년 이상의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놀라운 일이다. 지구 반대편으로 여행을 가서 시차 때문에 일주일 동안 잠을 잘 못잔다면? 스트레스 때문에 며칠 동안 밤잠을 설친다면? 급한 일을 하느라 일주일 내내 늦게 잔다면? 이런 사소한 원인들로 인한 수면 부족이 우리 삶의 질을 1년 이상 낮출 수 있다니. 우리 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민감한 존재였다.


사실 잠의 중요성은 누구나 희미하게 인지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상쾌하게 일어난 후 얼마나 정신이 또렷해지고 능률이 올라가는지, 전날 밤과 비교해 얼마나 에너지가 샘솟는지 말이다. 나 역시도 잠의 중요성을 막연하게나마 알고 있었다. 잠을 충분히 자지 않으면 피곤하고 밤을 새면 얼마나 고역스러운지 경험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다. 난 대다수의 직장인들에 비해서 매우 운이 좋은 편이다.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재택근무를 하는 덕분에 매일 8시간씩 잘 수 있고, 내 스케줄은 내가 스스로 짤 수 있기 때문에 밤을 새는 일도 거의 없다. 


수면의 양은 충분하지만 수면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은 사실 많이 하지 않았다. 수면의 질이 낮은 원인은 많겠지만 이 책에 나와 있는 몇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첫번째로는 깨어있는 시간 내내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사용하는 것이다. 매슈 워커는 LED가 수면의 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한다. 한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이 아이패드를 잠자기 전 2시간 동안 사용하니, 멜라토닌 분비량이 23퍼센트 줄어들었다. 렘수면을 많이 잃었고 다음 날 낮에 덜 안정되고 졸린 기분이었다. 놀라운 것은 아이패드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아도 며칠 뒤까지 멜라토닌 농도 증가가 90분 동안 지연됐다는 것이었다. 난 아직 내 몇몇 지인들처럼 특정 시간이 되면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 습관을 기르지 못했다. 잠을 자기 직전에 스마트 폰을 보지 않는 건 지키려고 노력 중이지만 1~2시간 전부터 보지 않는 건 계속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둘째는 밤이 되도 몸이 긴장을 풀지 못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 출퇴근 시간이 없는 나는 시간에 상관없이 아침 일찍, 혹은 밤늦게 일을 하는 날들이 자주 있다. 밤 늦게까지 일 때문에 신경을 쓰면 잠자리에 들때까지 몸이 긴장해서 잠에 잘 들지 못하는 걸 경험한 적이 있다. 잠에 잘 들지 못할 뿐 아니라 잠도 깊게 자지 못한다. 결국 누적된 피로로 다음 날까지 힘들어진다. 잠에 들기 전에는 긴장을 할 수 있는 일을 최소화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중이다.


다행히 이 책을 통해 몇가지 도움이 될 만한 팁을 얻을 수 있었다. 그 중 하나는 블루라이트 차단. 블루라이트가 해로운 빛이라는 걸 최근 들어서야 알게 됐다. 스마트폰에 블루라이트 필터 기능이 있길래 막연히 '좋은건가?' 라는 생각으로 켜놓기 시작한 후 찾아보게 된 것이다. 이 책에서도 몸에 해로운 청색 LED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오늘 난 노트북에도 블루라이트를 없애는 야간 모드를 적용했다. 파란색이 빠진 노트북 화면을 보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건강해진(?) 느낌이 든다. 또 다른 하나는 선선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 부모님의 영향인지 잠을 잘 때는 최대한 따뜻하게 하고 자야하는 편이었는데 이게 잠을 자기에 최적의 상태는 아니었다. 아직까진 어떻게 주변 온도를 낮춰야할지 구체적인 방법은 모르겠다. (특히 무더위가 곧 시작될 지금 이 시점에서는 더더욱) 자는 동안 감기에 걸리지 않을 만큼만 낮은 온도를 유지하는 방법은 좀 더 고민해봐야할 것 같다.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는 잠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잠을 충분히 자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우리에게 무서운 경고를 날리고 있다. 난 이 책을 읽은 후 수면의 양도 그렇지만 수면의 질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책의 '수면 부족'이란 단어를 '낮은 수면의 질'로 대체해도 큰 무리는 없을 듯 하다. 수면 부족과 마찬가지로 낮은 수면의 질도 결국 렘수면을 줄이는 등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수면 부족은 느린 형태의 자기 안락사이다.' 이 책에 나오는 수면 부족의 치명적 결과가 걱정스럽긴 해도 반대로 생각하면 매우 희망적이다. 잠을 잘 자는 것만으로도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높은 삶의 질을 위해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것들 가운데 하나가 수면이지 않을까 싶다. 잠을 잘 잘 수 있도록 의식적인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이 책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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