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개는 훌륭하다>를 계속 보면 몇 가지 신념이 생겨난다.
첫째, 개와 인간이 함께 살려면 보호자는 '서열' 위계에 의거하여 개를 길들여야 한다. 보호자는 인간이 개보다 우월한 존재임을 알려줘야 한다. 개를 통제 또는 제압하여 개에게 복종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반려동물로서 개를 키우는 가정의 가장 안정적이고 바람직한 환경은 인간이 Top Dog으로서 주인 행세를 제대로 하는 곳이다. 인간 보호자와 개 간의 관계에서 핵심 규범은 힘의 질서다. 이것이 신뢰, 애정과 친밀성 보다 중요하다. 개의 입장에서 인간 보호자가 항상 나를 보호하고 지켜줄 것이라는 신뢰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둘째, 개의 품종별로 '종특'이 있다. 어떤 개는 유전적으로 타고난 공격 성향이라는 게 있다. 인간에게 위협적인 중대형견을 키우려면 개를 통제하고 때로 제압할 수 있어야 한다. 개를 통제하거나 제압할 수 없으면 개를 키우면 안 된다. 개를 키우려면 운동을 해서라도 근육의 힘을 길러야 한다. 여성들은 대개 이 서열의 중요성을 모르고 있거나, 기술적으로 그리고 물리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셋째, 개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이 개의 버릇을 망친다. 개가 공격 성향을 보이는 이유는 인간 보호자를 무시하기 때문이다. 즉 자기가 인간보다 서열이 더 높다고 여기기 때문이고, 개가 이런 태도를 보인 이유는 너무 이뻐하기만 해서 그렇다. 개를 너무 사랑해서 망치는 보호자의 성별은 대개 여성이다.
결국 이 프로그램을 보면 여성은 개를 키우기에는 부족한 존재이며, 나아가 개를 키우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개를 통제할 기술도, 힘도 없으면서 무조건 이뻐해서 버릇을 망치고, 개를 모시고 살면서 공격 성향을 키워서 이웃을 위험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즉, 여성은 개를 키우기에는 생물학적으로, 문화적으로 열등한 존재다.
개와 관련된 많은 해외 다큐를 보고 혼란스러웠다. 내가 <개는 훌륭하다>를 통해 갖게 된 생각과 불일치하는 지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개의 공격성은 '종별 특성'이 아니며, 종별 차이보다는 같은 품종 안에서의 차이가 더 크다는 것, 개의 공격성은 개별화된 생명체로써 그 개가 타고난 기질과 환경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는 것, 인간과 개의 공존을 위한 사회화에서 개를 통제하고 제압하는 의미의 서열 질서의 중요성이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는 것, 행복하게 살아가는 개를 보면서 인간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질문하게 된다는 것, 그리고 개의 행복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가 인간과의 신뢰와 우정이라는 것 등이다.
"개통령 앞에서도 기죽지 않는 도베르만 건달견 '흑임자'"
"이 정도로 오면 발로 차 버려도 되거든요" 강훈련사가 이토록 말한 이유는?"
"울부짖는 개를 단번에 제압하는 강형욱 훈련사 ㄷㄷ"
"일촉즉발! 역대급 시바견 '현식' 피 말리는 대치 훈련의 시작! 강훈련사와의 계속되는 대치"
최근에 올라온 KBS <개는 훌륭하다>는 유튜브 영상 제목이다.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의 유튜브 영상에 달리는 댓글과 KBS <개는 훌륭하다> 유튜브 영상에 달리는 댓글은 분위기가 몹시 다르다. KBS <개는 훌륭하다>의 유튜브 댓글에는 인간 보호자에 대한 비난과 개에 대한 폭력적 제압을 찬양하는 글들이 달린다. KBS <개는 훌륭하다>는 저렇게 제목을 뽑고, 공격 성향을 보이는 개를 자극하여 인간과 개의 대결 구도를 만들어 시청자를 흥분시킨다. KBS <개는 훌륭하다>는 이 포맷에 맞게 제대로 쇼를 보여주는 흥행사로 거듭난 훈련사 강형욱을 앞세워, 시청률을 추구한다. 최근 한국의 공영 방송 KBS <개는 훌륭하다>가 보이는 행태는 유튜브의 사이버 레커와 그다지 다를 바 없다.
서열을 강조하는 등 개의 사회화에 대한 특정한 접근만을 절대화하고, 공격 성향을 보이는 개의 사례에 집중하고, 그런 개를 키우는 보호자의 사례를 모집한다. 그 결과, 한국인에게는 개에 대한 편견, 두려움, 공포가 형성되고, 개를 키우는 사람에 대한 경계심과 공격적 태도가 형성된다. 개와 인간 보호자에 대한 편견과 공포, 바로 여기에서 여성 혐오가 만들어진다.
개의 사회화에 관한 유튜브 지식 채널에는 중형견을 데리고 산책하다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입마개를 하지 않았다고 핀잔을 듣거나, 위협/공격을 받는 여성 보호자 사례를 흔히 접할 수 있다. 성차별적인 나라, 한국에서 여성 보호자는 예전부터 개를 산책시킬 때 성인 남성으로부터 이런 적대적/공격적 반응에 흔히 노출된다. 그런데 최근 이런 현상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심화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여성 보호자와 그 개에 대한 적대적 분위기에는 공영방송 KBS <개는 훌륭하다>가 핵심적 역할을 했다.
편견과 혐오를 조장하는 등 진정 몹쓸 짓을 하고 있는 KBS <개는 훌륭하다>는 좀처럼 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많아진 만큼 한국은 개에 대한 지식과 태도, 개를 잘 키울 수 있는 환경과 문화 생태계로 바뀌어야 한다. 개도 인간도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