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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ked Sep 11. 2024

44. 마음챙김명상과 자애명상 (2)

서구심리명상 - MBSR과 MSC

서구의 심리학에 기초를 둔 서양의 명상법들은 남방상좌부불교, 즉 테라바다(Theravada)불교의 기법들을 빌려서 만들어졌다. 서구심리학의 기본적인 틀은 그대로 둔 채, 남방불교의 기법인 사마타·위빠사나명상의 사띠(Sati)의 개념을 빌려서 만들어진 명상법이다.      


그런데 이렇게 남방불교의 명상법을 빌려오는 과정에서, 그들, 즉 서구 심리학계에서는 그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기본개념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사용하기 편한 개념들을 빌려와, 다시 그들의 개념으로 변용하여 적용하였다. 대표적인 예가 마음챙김(Mindfulness)이다.  

    

MBSR (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

스트레스 감소를 위한 마음챙김     


서구심리학명상의 주요 개념인 Mindfulness는 남방불교 Sati에 대한 번역으로, 이 단어는 오래전부터 사용됐다. 그러다가, MBSR의 창시자인 존 카밧진에 의해, 서구심리학명상에서 사용되기 시작한다. 존 카밧진은 남방불교와 북방불교를 두루 공부했다고 알려졌다. 이 사람의 실력에 대한 평가는 기회가 되면 하겠지만, 그의 이력이나 이론 전개, 개념에 대한 설명을 보면, 세상에 알려진 것만큼 대단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명상을 심리학과 접목해서 서양인들에게 명상을 소개한 것만큼은 인정받을 만하다.    

 

마음챙김(Mindfulness)과 사띠(Sati)에 대한 설명은 이 글 26~28장의 마음챙김에 대한 설명에서 이미 한 번 했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간단하게 설명하고 지나가겠다.

마음챙김(Mindfulness)을 “독특한 방식으로 1) 의도를 가지고 2) 지금, 이 순간에 3) 판단하지 않고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생겨나는 자각”으로 정의한다.

이에 반해 사띠(Sati)는 “1) 의도를 가지고, 2) 지금, 이 순간에 3) 대상에 4) 집중” 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대상에 ‘집중’만 하는 것을 ‘사마타’라고 하고, 어떤 대상을 ‘집중’을 통해 끊임없이 관찰하는 것을 ‘위빠사나’라고 할 수 있다. 즉, 사띠는 본격적인 명상을 하기위한 예비단계의 마음이다.     


MBSR의 특징     


MBSR은 ‘자각’에 중점을 둔다. 그런데 이 자각의 개념은 위빠사나의 개념을 일부 차용한 것이다. 즉, MBSR에서의 Mindfulness의 개념은 사띠와 위빠사나의 개념이 혼재한다. 위빠사나에서 관찰을 통해 얻으려는 자각은 불교의 ‘무상(無常)·고(苦)·무아(無我)’에 대한 자각이고, 그러기 위해서, 몸·느낌·마음·법이라는 대상을 관찰하는 것이다. 그러나 Mindfulness의 자각은 내 몸과 느낌 정도에 대한 자각을 의미한다. 결국Mindfulness의 의미는 사띠의 의미에 위빠사나의 일부 의미가 더해진 개념이 된다.     

 

이렇게 ‘자각’에 중점을 두다 보니, 다른 문제가 생기는데, 그것은 Mindfulness와 Meta Cognition 개념의 혼동이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는 것, 자기 인지능력’을 메타인지 혹은 상위인지라고 한다. 이렇게 상위인지가 하위인지를 아는 것을 ‘자각’이라고 보고, Mindfulness와 메타인지를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명상의 본래 목적인 심층의식(잠재의식/무의식)으로 들어가기 위한 수단으로 Mindfulness를 가지고 명상을 하는 것인데, 오히려 Mindfulness가 상위인지(메타인지)의 개념이 되어, 이미 심층의식에 들어간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든다. 이 메타인지의 개념과 심층의식의 개념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메타인지는 표면의식(현재의식)에서 일어나는 인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런 혼동으로 만들어진 개념에 의한 오류가 또 존재하는데, 그것은 ‘탈중심, 비판단’의 개념이다. 이 이야기도 ‘29. 마음챙김 패러독스’에서 이미 했기 때문에 여기서는 간단히 설명한다. 서양사람과 동양사람(특히 동북아사람)과는 기본적인 관념의 차이가 존재한다. 이 차이가 서양사람들이 사띠(Sati)를 번역해서 자신들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정의할 때,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탈중심과 비판단은 서구심리학명상의 중심개념이다. 이들은 탈중심과 비판단이 자신의 의지로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Mindfulness의 중심개념에 ‘판단을 하지 않고’라는 말이 있다. 서구인들은 이렇게 판단을 하지 않으려고 하면,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동양의 명상 개념에서는 ‘판단을 하지 않고’라는 말 속에 ‘하지 않고’가 판단이므로, 결국 판단을 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므로 비판단은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나아가 비판단을 명상공부 혹은 수행의 목표로 설정한다. 탈중심은 비판단의 상위호환의 개념으로 보면 된다.     

서구심리명상과 동양명상의 또 다른 차이는 자기긍정명상과 자기부정명상이다. 자기긍정과 자기부정의 차이는 자아를 인정하느냐 아니냐의 차이이다. 동양의 자기부정명상은 ‘무상(無常)·고(苦)·무아(無我)’에 기초한 것이다. 즉, 동양의 명상은 무아(無我)를 지향한다. 존재(작용)로서의 자아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실체로서의 자아를 부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서구심리명상의 자기긍정명상은 존재로서의 자아와 함께 실체로서의 자아를 인정한다.      


이런 차이로 인해 서구심리명상은 자아를 인정하고 달래는 쪽으로 명상을 하게 된다. 이에 반해 동양의 명상은 자아를 부정하여 괴로움의 실체가 없음을 증명해낸다. 서구심리명상은 ‘나’라고 하는 틀 속에 들어 있는 마음을 재배치하여 괴로움을 줄이는 것이고, 동양의 명상은 ‘나’라는 틀 자체를 깨트려서 그 안에 들어있던 마음이 자유롭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다.    

 

MBSR과 비슷한 명상에는 MBCT•ACT•DBT 등이 있으나, 약간의 개념의 차이가 있지만 대동소이하다.  

    

MSC (Mindful Self Compassion)

마음챙김에 의한 자기연민 (자애명상)     


2000년대에는 기존의 마음챙김명상과는 차별되는 MSC라고 하는 명상이 발전하게 된다. 그런데 이 MSC를 명상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음챙김을 표방하긴 하지만 사실상 메타인지에 해당하고, 자기긍정을 넘어 자아를 강화한다. MSC는 명상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심리치료프로그램으로 보는 것이 더 낫다. MBSR에서 변용된 마음챙김의 개념이 MSC에서는 좀 더 심리학적인 개념을 띠게 된다. 그래서 MSC에서는 원래 사띠(Sati)의 개념과 더욱 멀어지게 된다.     


그래서 MSC명상은 마음이 괴로워서 깊은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명상이라는 이름으로 행할 수 있는 심리치료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MSC의 기본 개념인 ‘자기친절, 보편적 인간경험, 마음챙김’을 살펴보면, 굳이 명상을 하지 않더라도 가능한 방식이고, 마음챙김은 구색을 갖추기 위한 수단으로서 사용된다. ‘자기친절’의 경우, 자기에게 친절을 베풀라는 것인데, 좋은 의미이긴 하지만, 명상의 방식은 아니다. ‘보편적 인간경험’의 경우도 비교에 의한 불행한 느낌에서 벗어나라는 것인데, 이 또한 명상과는 무관하다. 마지막의 ‘마음챙김’도 그 의미가 심리학적인 용어인 ‘스키마’라는 개인의 인지구조를 파악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에, 원래 마음챙김의 의미와는 사뭇 다르다.     


명상과 심리치료     


이처럼 서구심리명상은 남방상좌부블교의 명상기법을 빌려서 만들어졌고, 명상철학은 심리학에 기본을 두고 있다. 사실상 서구심리명상은 심리학적인 치료법을 넓히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명상의 목적이 깨달음이 아니라, 심리적 치료를 요하는 사람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 목적을 위해서 명상적인 기법을 사용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미국을 중심으로 한 많은 논문에서 이런 명상 기법이 오히려 환자들에게 부작용을 초래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명상이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만능열쇠가 아니다. 특히 서구심리명상에서 기법적으로 명상을 통해서 심리치료를 요하는 사람들에게 무작위로 사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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