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 없는 산중에 필수적인 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양초이고 다른 하나는 랜턴이다. 양초는 방을 밝히는 데 필요하고 랜턴은 화장실을 가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데 필요하다. 그래서 다락에는 여분의 랜턴과 건전지 그리고 양초와 라이터를 늘 비축해 놓는다.
방에서 양초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양초를 꽂을 촛대가 필요하다. 촛대를 만드는 법은 간단하지만, 다소의 요령이 필요하다. 먼저 필요한 재료는 나무와 낮은 깡통과 대못이다.
나무는 대략 12~15cm 내외의 지름을 가진 나무가 필요하다. 나무는 바싹 마른 나무보다는 적당히 마른 나무가 좋고, 그렇다고 너무 물기가 많은 생나무를 사용하면 나중에 마르면서 비틀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나무 종류도 박달나무나 느티나무같이 되도록 무거울수록 좋다. 무게 중심을 아래로 잘 잡아줘서 촛대가 쓰러지지 않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다음은 깡통이 필요하다. 양초로 불을 밝히면 얼마 지나지 않아 촛농이 양초를 따라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이렇게 흘러내리는 촛농이 흘러서 퍼지지 않도록 해주기 위해서는 쇠로 된 깡통이 필요하다. 이때 깡통의 지름은 나무보다 작아야 하고 높이는 3~4cm 내외가 적당하다. 그래야 모양도 적당하고 양초를 끝까지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높이가 너무 낮으면 흘러내린 촛농이 넘쳐서 바닥에 떨어지기 때문에 적당한 높이가 중요하다. 그 당시에는 거기에 딱 맞는 미국제 사탕 캔이 있었다. 높이도 적당하고 지름도 적당해서 어쩌다 공양이 들어오면 기분이 좋았었다.
마지막으로 대못이 필요하다. 대못의 대가리(?) 혹은 대못의 머리를 일단 잘라낸다. (왜인지 못의 머리보다는 못의 대가리가 어울리는 말인 것 같다) 양초를 보면 심지가 있고 양초의 밑바닥을 보면 그 심지를 따라 구멍이 나 있다. 못의 용도는 양초를 구멍에 꽂아 고정하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재료가 준비되고 나면 먼저 나무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야 한다. 이 공정이 사실 괜찮은 촛대를 만드는가 마는가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지름은 정해져 있어서 적당한 높이(두께)로 수평을 맞춰 자르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양초의 길이가 20cm 내외이기 때문에 촛대에 양초를 꽂으면 대략 30~40cm 정도의 높이가 되는데, 맨 밑에 있는 나무의 수평이 맞지 않으면 양초가 수직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직이 되지 않으면 촛농이 골고루 퍼져서 흘러내리지 않기 때문에 양초 받침에 해당하는 깡통의 한쪽으로 흘러넘치게 된다. 그래서 나무의 윗면과 아랫면을 수평에 맞게 자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나무 위에 골라놓은 깡통을 놓고 대가리를 없앤 대못을 중심점을 잡아 적당한 깊이로 박아 넣는다. 역시 여기서도 수직이 맞는지 세심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 못을 가지고 수평과 수직에 대한 약간의 수정이 가능해진다. 이렇게 되고 나면 완성이다.
이렇게 별거 아닌 촛대를 만드는 나름 여러 공정을 거치고 완성하고 나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은 변한다. 방바닥 여기저기에서 당연한 듯 있던 나무촛대를 만드는 일도 이렇게 품이 드는 것이라는 걸 알고 나면, 당연한 듯 존재하는 사물이 다르게 보인다. 그 무엇 하나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은 일이 없다. 그렇게 이유없이 존재하는 것은 없다.
우리가 만든 작은 물건도 이런데, 밖으로 나가 자연을 보면 더욱 큰 경외감을 느끼곤 한다. 잦아지듯 퍼지는 늦여름의 벌레 소리도, 어느새 하늘에 뜬 둥그런 달도, 무심히 흐르는 개울물의 청량한 소리도, 없는 듯 스치는 바람의 느낌도, 모두 이유 없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냥 알게 된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내가 느끼려고 했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것을 알게 된다. 그러면 조금은 겸손해진 마음에 편안하게 잠자리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