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아침

by Monked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정신없이 잠이 들면,

눕자마자 깨어나는 것 같은 산사의 새벽이 시작된다.

모자란 잠에 대한 아쉬움보단 예불 준비에 대한 부담감이 더 크다.

알람 소리에 잠이 깨어 촛불을 켜고

옷을 주섬주섬 입고 나서 이불을 개고 나가면 새벽의 기척을 느끼게 된다.


멀리 개울물 소리만 들려오는 새벽의 어둠을 뚫고

손에 든 랜턴 빛에 의지해 개울가로 가서 제일 먼저 양치를 한다.

그리곤 입을 털어내듯 양치를 서둘러 끝내고 법당을 향한다.

법당에 촛불을 켜고 향을 사르고 나서 천수를 뜨기 위해

작은 천수주전자를 들고 다시 개울로 향한다.


개울 한 켠에 마련되어 전용바가지를 이용해 천수를 뜨고

다시 법당에 들어가 천수를 올리고 나면 이제 모든 예불 준비는 끝난다.

자리에 좌복을 사람 수대로 깔고 삼배를 마친 후 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으면

대중들이 한 사람씩 법당에 들어온다.


이제 도량석을 준비해야 한다.

시간에 맞춰 자리에서 일어나 새벽의 처음을 여는 도량석을 준비하기 위해 목탁을 들고 나가서

법당에서 어렴풋이 비쳐나오는 촛불에 의지해 자리를 잡는다.

그렇게 한숨을 돌리듯 자리를 잡고 나면 이제야 새벽의 공기가 피부에 느껴진다.

손끝에 잡은 목탁에서 전하는 싸늘한 질감보다는

온몸에 전해지는 공기의 청량함이 개울물 소리와 함께 새벽을 느끼게 한다.


도량석을 하기 직전의 그 1~2분의 시간은 정적 그 자체이다.

물소리마저 의식에서 사라지면 적막한 고요함 속에 내가 존재한다.

시간에 맞춰 정성껏 내림 목탁을 치면서 도량석을 시작하면 하루의 처음을 깨우는 경험을 하게 된다.


부처님을 찬탄하는 운율에 맞춰 염불하며 도량을 한 바퀴 돌게 되면

새벽의 고요함은 신성한 시간으로 바뀌고,

도량을 감싸는 산 전체에 목탁과 염불이 퍼지는 것만큼 신성함이 가득차게 된다.


그렇게 산사의 아침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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