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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ked Jun 11. 2023

21. 명상의 정의

- 명상의 범람시대

명상이라는 단어


 명상이라는 단어는 메이지 시대에 일본으로 기독교가 전파되면서 원래 meditation 이라고 하는 기독교 용어가 '명상(冥想)'으로 번역된 것이라고 한다. 기독교에서 명상이라고 하면 보통 고요히 눈을 감고 잡생각을 하지 않는 행위를 의미하고, 이것은 신에게 기도하기 위한 사전단계를 의미한다. 


그래서 서양에서 생각하는 meditation 이란 단어의 개념은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출발한다고 할 수 있다. 즉 명상이란 하나님을 향한 기도의 사전단계인 묵상(默想)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그에 반해 동양에서 명상이라고 하면 불교의 참선(參禪)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자기 스스로를 탐구하기 위해 자신에게 질문하고 집중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사실 서양에서 불교의 선정수행(禪定修行)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meditation 이란 용어를 사용한 것이다. 이렇게 선정수행을 meditation 으로, 다시 meditation 이 명상으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개념에 여러 의미가 포함되었다.     


현대에 이르러 서양에서는 동남아불교인 사마타와 위빠사나명상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종교적인 색채를 제거하고 명상적인 부분만 받아들이면서 심리학적인 관점에서의 현대명상이 발전하게 된다. 이것은 필연적인 것으로, 기독교사상에 기초하는 서구사람들이 자신들의 사상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불교명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현재 명상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여러 의미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단어가 된 것이다.


명상이라는 용어의 범람

     

요즘 명상에 대해 알아보면, 명상이란 용어의 인플레이션 시대인 것을 알 수 있다.

명상에 호기심이 생겨서 검색해 보거나 유튜브를 찾아보면 의외로 꽤 많은 명상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좀 더 찾다 보면 ‘명상, 마음챙김, 마음공부’ 등등의 용어를 사용하여 명상을 설명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명상을 꽤 해본 사람들에게도 이렇게 많은 명상들, 혹은 마음공부, 마음챙김이라고 하면서 나오는 많은 주장들의 홍수 속에서 옥석을 가려낸다는 건 쉽지 않다. 더구나 각자 주장하는 명상법들이 달라서 명상에 대한 개념을 잡는 것은 미로 속에서 헤매는 기분이 된다.     

그 이유는 요즘 ‘개념 또는 행위’를 의미하는 단어 뒤에 명상이라는 말을 붙이면 전부 명상이 된다. 예를 들면 ‘음악’이라는 단어에 ‘명상’을 붙이면 ‘음악명상’이 되고 ‘미술’이라는 단어를 붙이면 ‘미술명상’이 되고, ‘달리기’라는 단어에 ‘명상’을 붙이면 ‘달리기명상’이 되는 식이다.

이렇게 명상이라는 단어가 다양하게 쓰이게 되면서 명상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오히려 모호해지는 현상이 일어났다. 다시 말하면 명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개념을 잡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예전에 명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의미와 지금의 명상이라는 단어의 의미 사이에는 꽤 큰 틈이 존재한다.      


이것은 ‘운송수단’이라는 단어의 개념과 비슷하다. 운송수단은 ‘사람이나 화물을 이동시키기 위한 모든 수단’을 의미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사람이 직접 물건을 옮기는 ‘등짐’에서부터 ‘말, 소, 당나귀 등’ 동물들에게 직접 짐을 실어 옮기는 것이 있고, 도구의 발달로 육지에는 바퀴 달린 기구를 이용한 ‘사람이 끄는 손수레, 동물이 끄는 달구지, 마차’ 등이 있고, 바다에는 ‘바람을 이용하는 범선’이 있다. 또한 근대에 이르러 과학이 발달하면서, 내연기관을 이용한 ‘자동차, 기차, 선박’ 등이 있고, 나아가 하늘을 나는 ‘비행기, 헬리콥터, 그리고 우주선’까지, 수많은 운송수단이 존재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보는 것처럼, 이런 모든 것들을 운송수단으로 분류한다고 해서, 사람의 등짐이나 소와 말이 이끄는 달구지 등을 비행기나 우주선 등과 같은 선상에 놓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이것을 명상에 대입해 보면, 수많은 운송수단이 있는 것처럼, 수많은 명상법은 있음에도 오히려 ‘명상이 이것이다’하고 정의를 내리기 힘든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명상의 정의


그러면 명상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가?      

그래서 명상에 대해 정의를 내리기 전에, 먼저 요즘 사람들이 왜 명상하려고 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보통 명상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왜 명상하려고 하는가?” 하고 질문해 보면, ‘머리가 복잡해서, 마음이 안정되질 않아서, 화가 많아져서, 우울해서, 잠이 오질 않아서, 혹은 공황장애 때문에, 노이로제 때문에, 스트레스 때문에’ 등의 대답이 돌아온다.     

그래서 “명상이 무엇인가?” 하고 물어보면 ‘마음을 비우는 것’,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것’ 등등으로 대답하지만, 대부분 이 질문에 난처해한다.


첫 번째 전제조건: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모든 방법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다. 그건 행복하거나 괴로움이 없는 사람들이 명상을 하려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즉, 무엇인가 자신의 마음에 괴로움이 생기고, 그 괴로움을 명상을 통해서 해결하고 싶어서 명상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각하는 명상이란 마음에 어떤 식으로든지 괴로움이 찾아오고 그 괴로움에서 벗어날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명상에 대해 정의를 내리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 생긴다. 즉, 마음에 괴로움이 생기고, 명상을 통해 그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명상은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모든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전제조건: 쾌락적이지 않은 수단

그렇다면 마음의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모든 방법이 명상일까? 그렇진 않다. 여기에 두 번째 조건이 있다. 그것은 쾌락적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쾌락이란 욕망의 충족에서 오는 즐거운 감정을 말한다. 보통 괴로움은 욕망의 좌절이나 실패에서 발생한다. 그러므로 욕망의 좌절이나 실패를 다른 욕망으로 다스리는 것은, 또 다른 괴로움을 낳게 된다.      

예를 들어 괴로움을 잊기 위해 술, 섹스, 도박, 마약 등을 하는 것은 얼마간 괴로움에선 벗어날 수 있겠지만, 문제점들이 존재한다.

첫째, 무뎌져 간다는 것이다. 같은 깊이의 자극이 더 이상 재밌지 않게 된다. 둘째, 그렇기 때문에 더 큰 자극을 원하게 되고 이런 과정에서 중독이 되어 간다는 것이다. 셋째, 이런 감각적인 쾌락을 추구하는 동안 시간만 흐르고, 나이만 먹게 된다는 것이다. 그 결과 넷째, 정신을 차리고 살펴보면 괴로움이 사라진 것은 아니고, 단지 내가 괴로움에 등만 돌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감각적인 쾌락은 마음의 괴로움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현재 광범위하게 쓰이는 명상이라는 말은 이렇게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명상이란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쾌락적인 수단을 제외한, 모든 행위라고 하는 것이 이 시대의 명상을 정의하는 가장 근접한 방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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