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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은정 Apr 28. 2016

왜 하필 골목길에 책방을 차렸나요?

궁금했지만 차마 묻지 못했던 책방 운영기 #1 


여행책방 일단멈춤을 운영한 지 만 2년째. 참 많은 질문을 받았고 또 이야기해드렸습니다. 

호기심 어린 질문, 책방의 미래를 걱정하는 진지한 질문, 때로는 무례하다 싶을 질문까지.
손바닥만한 책방이 대체 어떻게 굴러가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매번 답해드리기가 번거러워서는 절대 아니랍니다.)

유난히 자주 받았던 질문들을 모아 하나씩 답해드립니다.
책방, 그것이 알고 싶다!


[책방이 알고 싶다 #1]


왜 하필 염리동 골목에 책방을 차렸나요?


: 책방 자리를 탐색하기 위해 5개월여 동안 서울 곳곳을 헤맸던 기억을 다시 떠올리려니 마음이 먹먹해지네요. 부동산에 한번 다녀올 때마다 제가 처한 형편이 얼마나 바닥인지 깨달아야 했거든요. 

서울의 월세와 보증금(그리고 권리금까지)은 공포스러울 지경이었지요.  


제가 꿈꿨던 책방 자리는 이러했습니다.


하나. 서울인 듯 서울 같지 않은 동네. 

‘여행’ 컨셉이니만큼 책방으로 오는 길이 낯설고 새롭게 느껴지길 바랐습니다. 

서울 도심 한복판의 여행책방이라니, 어쩐지 지루하잖아요.


둘. 산책할 수 있는 장소. 
역시나 ‘여행’ 컨셉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여행은 걷는 맛이지요.


셋. 저렴한 월세. 
고정 지출비를 줄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책을 팔아서 얼마를 벌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으니까요. 자연히 유동인구가 많은 대로변보다는 골목 안쪽에 있는 공간을 살펴보게 됐습니다. 

골목이라 걱정이 되지는 않았냐구요? 

무슨 베짱인지 올 사람은 어떻게든 찾아올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요즘 핫한 이태원의 해방촌, 벽화 문제로 어수선한 대학로 뒷편 이화마을을 집중적으로 알아보다 우연히 ‘염리동 소금길’을 알게 됐습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동네였는데, 막상 와보니 제가 생각했던 세 가지 기준에 완벽히 부합했습니다. (앗싸)


과거로 돌아간 듯한 오래된 동네 풍경, 저렴한 월세, 산책로로 조성된 소금길, 게다가 이대역에서 불과 5분 거리인 역세권! 

그날따라 햇볕은 또 얼마나 따사롭던지요. 저는 바로 계약을 다짐했습니다.




                              동네에 길냥이가 많아 밥을 챙겨주었더니 이제는 제 집 드나들듯 찾아옵니다.       


                            동네를 걷다보면 뜬금 없이 책방이 나타납니다. '일단 멈추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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