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이 필요 없는 이유
05:03 AM
알람이 울리기도 한참 전에 깨서 탁상시계를 흘겨본다.
'아직 2시간이나 더 잘 수 있네.'
매번 이렇게 잠에서 깨고나서부턴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 번도 깨지 않고 온전히 잠을 자는 것과
중간에 깨서 '아직 더 잘 수 있네.'하고 다시 잠을 청하는 것
둘 중 어떤 게 더 이득일까?
아직까지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어느샌가부터 알람이 울리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 말인즉슨 잠을 자면서도 계속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말이다. 어떤 순간보다도 긴장이 완화되어야 할 수면이라는 자연스러운 행위가 힘이 드는 행동이 되어버린 이후부턴 기상 직후 컨디션이 좋았던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렇게 불쾌한 아침을 맞고, 가장 먼저 하는 루틴이 있다.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3개의 알람을 모두 끄는 것.
5분 간격으로 3개의 알람을 설정해 두었는데,
항상 알람이 울리기도 훨씬 전에 일어나기 때문에
출근 준비를 하는 동안(주로 머리를 감고 있는 동안이었다) 알람이 울리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다.
머리에 샴푸 거품이 묻은 상태에서 알람이 울리기 시작하면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서 불쾌함이 증폭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예정보다 일찍 일어나는 만큼 출근 준비를 하는 시간은 늘 여유롭다.
모든 준비를 다 끝 마치고 나서도 늘 20분 정도의 여유 시간이 있다. 늘 출근 시간보다 30분 일찍 사무실에 도착하는데도 말이다.
(출근 시간에 맞춰 출근을 한다면 50분 정도의 여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테다.)
20분 남짓의 짧은 여유 시간 동안 SNS 피드를 살펴본다.
이 SNS라는 세계에서는 어느 누구 하나 우울한 사람이 없고, 모든 사람이 행복하고 즐겁기만 하다.
그야말로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그들을 보면 볼수록 나 자신이 초라해지고, 우울감이 커지는데도 보는 것을 멈출 수 없다.
내가 속한 이곳을 떠나기만 하면 나 역시도 SNS 속 사람들처럼 행복해질 수 있을 거란 믿음 때문이다.
그렇게 언젠가 이곳을 탈퇴하고, SNS 세계 속 시민이 되어 행복해질 나날을 꿈 꾸며 출근길에 나선다.
이와 같은 나날을 반복하기를 벌써 수년이다.
탈퇴할 수 있었지만 탈퇴할 수 없었다.
누구는 코인으로, 누구는 유튜브로 인생 대박을 노래하는데 ‘어디 하나쯤 내가 설 자리가 있지 않을까?’
오늘도 생각만 하고 출근길에 나선다.
어쩔 수 없는 자본주의의 노예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