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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푼 Nov 12. 2022

퇴사에서 카타르 월드컵까지

내가 되기 위한 나답지 못한 선택

직장에 들어온 지 2년 하고도 반년 정도가 되어 간다.

3년의 군생활을 마무리함과 동시에 새로운 둥지로 자리를 옮긴 지도 햇수로 3년 차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전염병으로 인해 모두가 혼란스러웠던 2020년은 또한 최악의 취업난이 있었던 해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전역을 하자마자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좋은 직장에 취업을 했다는 사실은 감사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쟁쟁한 경쟁자들 사이에서 3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가장 어린 나이로 이 직장에 들어왔다는 사실 역시 나로 하여금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했다.

그렇다고 해서 매일매일이 감사하지는 않았고, 그 자부심 역시 그렇게 오래가지는 못했다.


예전 모 방송에서 연예인이 노량진 소재 모 학원에 찾아가 취업 준비생들에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이건 아무것도 아닐 거예요. 취업을 하면  힘들 겁니다.’

그 말이 틀린 게 하나도 없다는 걸 매일매일 깨닫고 있다.

군대를 전역하고 취업을 하면 무언가 달라질 거란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군복을 입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정도의 차이밖에 느끼지 못했다.

(어쩌면 그 정도로도 이미 충분한 차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일을 하면서 힘이 들었던 일도 많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렵게 들어간 직장을 그만둘만한 위인이 못된다는 건

누구보다도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MZ세대들이 주도하는 ‘대퇴사 시대’라는 뉴스 보도를 보면서도 내 이야기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대기업, 공기업, 공공기관, 공무원 등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장을 어렵게 입사한

MZ세대들 중 1~2년 안에 퇴사하는 인원이 30%나 된다고 하는데

그런 보도를 볼 때마다 ‘어쩌려고 그러지. 좀만 버텨 보지하고는 같잖은 참견을 던지던 나였다.

내가 뭐라고.


그렇다고 내가 퇴사를 원치 않았던 건 아니다.

모든 직장인들이 그러하듯 나 역시 입사 후 줄곧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멈추지 못했다.

물론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만한 용기도 자신도 없었기에 그럴 수 없었지만.


그랬던 내가 퇴사를 결심했다.

결심에서 그치지 않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퇴사를 하고자 하는 이유를 찾으려면야 셀 수 없지 많지만

‘그냥 나랑 맞지 않아서’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만두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무심코 속으로만 생각했던 그 말들이

다시 화살처럼 내게 날아오는 기분이다.


직장을 그만두면 하늘이 무너질 것만 같았는데

그래서 그만둘 수 없었는데 하고 보니깐 별 일 아닌 것 같다.

지금이야 여기저기서 연락이 오고

같이 슬퍼하고, 회유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갈 그들이다.


퇴사를 하기로 하고 하고자 하는 첫 번째 일이 다소 파격적이다.

카타르 월드컵 직관을 하기 위해 카타르에 가는 것이다.

29년 인생 동안 축구 경기장에서 축구 경기를 본 적이 없는 난데,

월드컵 경기를 보러 카타르에 가기로 했다.


퇴사를 결심한 것도,

월드컵을 보기 위해 카타르에 가는 것도

줄곧 나답지 못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늘 안정을 추구하고자 하고, 주어진 틀을 벗어나고 싶어 하지 않는 나로서는

퇴사도, 즉흥적인 해외여행도 나답지 못하다고 생각했으니깐.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다운 게 뭔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냥 내가 선택하면 나다운 거 아닐까?

나는 내가 되기 위해서 나답지 않은 선택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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